1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정 356호에서 근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독도발언’ 파문에 관한 3차 공판이 열리는 자리. 원고 1886명의 대표로 채수범씨와 강전호씨가 이재명 변호사 왼편에 자리 잡고, 우측으로는 피고자 대리인 변호사들이 앉아 있다.

50명분의 좌석에 배치된 민사법정에는 100명 가까이 되는 방청객들이 몰려와 이번 소송이 얼마나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지 알게 한다.

크게보기이 법정 소송은 지난 2008년 7월 15일 한일정상회담시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회담내용이 요미우리 신문에 게재되었고, 이것이 영토주권과 명예훼손으로 고소되면서 이번 3차 재판까지 민사소송이 이어진 것이다.

당시 두 정상간 회담내용 중에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교과서에 다케시마(일본인들의 독도명)를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통보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함으로써 문제가 불거졌다. 발언의 진위여부를 밝히기 시작하며, 1886명의 국민소송단이 결성되었고 마침내 명예훼손에 관한 위자료청구소송이 벌어진 것이다.

11시 30분, 재판이 개정되면서 증거자료로 요미우리신문의 당시 보도된 활자신문이 제출되고 활자매체에는 보도된 것이 인터넷 판에서는 왜 하루 만에 그 부분이 삭제가 된 것이냐는 부분에서 쟁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어 이번 소송에 관한 명칭을 ‘영토주권 침해와 국민의 명예와 자긍심 훼손에 대한 손배청구’로 정리했고, 위자료도 국민소송단 일인당 200,000만원으로 정했다.

또 요미우리 측 변호사가 이번 소송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라고 주장한데 대해 “이번 청와대의 입장과 어찌 그리 똑 같으냐”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공방이 잠시 이어졌다.

“만약 이 소송이 정치적 문제였다면 2008년 소송을 시작할 당시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문제였겠느냐? 여러 변호사들을 찾아다녔는데 소송의 사안이 너무나도 민감한 부분이 많아 수임료를 넉넉하게 주겠다고 해도 맡겠다는 변호사가 없었다. 그 당시 이재명 변호사가 선뜻 맡아주어 지금까지 이 소송을 끌어오게 되었는데 얼마 전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 이변호사를 걸어 정치적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이 소송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영토주권에 관한 국민들의 의지다”라고 원고측 채수범씨가 강변했다.

또 원고측 대표로 나온 강전호씨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요미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런 소송을 할 자격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과거 임란 당시 정부군이 쫓기자 민병이 일어나 나라를 지켜냈다. 민병들이 일어나 나라를 지켰듯 지금 우리 국민은 일본이 우리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사태에 대해 당연히 막을 자격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요미우리신문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소송자격에 대한 기각 요청에 대한 반론이었다.

강씨는 “대통령은 사라질 수 있어도 국민은 사라질 수 없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심판에 임해주길 재판장님께 간절히 부탁한다”며 원고 발언을 마쳤다.

재판부는 결심공판은 4월 7일 10시임을 알렸고, 40분 가량의 3차 공판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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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을 나온 이재명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례가 없던 사건이다. 한 나라를 이끌며 영토수호에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는 통수권자가 자국의 영토문제에 아무려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느 나라 대통령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보도는 요미우리신문이 왜곡 보도하여 훗날 영토문제가 다시 불거졌을 때 자료로 사용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는 사실 진위와 함께 강력 대처에 나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사히신문과 일본의 춘추문예에도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규명이 필요하다”며 “요미우리신문이 차라리 사실관계를 서둘러 밝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이번 소송의 결말은 승소든 패소든 나쁠 것이 없다는 게 이재명 변호사의 말이다. 승소하면 1886명에게 위자료가 돌아가고 상처받은 국민의 자긍심을 되찾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패소를 하더라도 현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기만하고 영토문제에 대해 안이함을 보인 만큼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가 따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안 좋은 결과로는, 국민들이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음에 소송 자격이 안 됨으로 기각되는 경우이고, 그것이 가장 우려되는 바라고 이 변호사는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내심 승소가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독도발언 진위여부’에 대한 포탈사이트의 한 기사에 댓글이 12만개가 넘게 달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나타난 것은 독도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뜨겁다는 반증이어서 이 재판결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끝없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