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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뜻대로 될까<br>여의치 않을 땐 총무원장에 ‘부메랑’

탁효정 | bellaide@naver.com | 2010-03-09 (화) 15:51

조계종 총무원이 강남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지정하고 팔공산 선본사(갓바위)를 직영사찰에서 특별분담사찰로 전환하는 안건을 중앙종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조계종은 3월 9일 오후 1시 총무원 2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지정하고 선본사를 특별분담사찰로 전환할 것을 종헌 종법의 절차에 따라 제183회 임시 중앙종회에 승인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대변인 원담 스님(총무원 기획실장)은 “분담금에 의존하는 종단의 재정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교구의 역할 증대와 종무 행정의 변화 발전이 강력이 요구되는 상황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며 “이번 종무회의의 결의사항은 봉은사의 모범적 운영방식이 종단 차원으로 확산되고 또한 현 집행부의 최대관건인 수도권 포교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조계종 대변인 원담 스님.크게보기

원담 스님이 기자회견을 통해 봉은사 직영사찰 안건 상정에 대한 이상의 명분을 밝혔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봉은사에서는 종무회의가 끝난 이후까지 이같은 사실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봉은사 측은 총무원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신도회 측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청회 등을 거쳐서 대중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봉은사 주지와 대중들의 의향도 살펴봐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원담 스님은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는데 일개 단위사찰 주지의 의견까지 물어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총무분과위원회에서 기각된 안건을 총무원장 이하 집행부가 다시 발의했다는 사실은 자승 총무원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건이 자칫 종회에서 부결될 경우 그 부담감은 총무원장이 고스란히 안게 될 수밖에 없으며, 가결된다고 해도 이후 안건상정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 또한 총무원장과 집행부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명진 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이후 불교계 도심포교의 일대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봉은사를 총무원에서 직영사찰로 운영할 경우 그 혁신성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총무원장의 직영사찰인 조계사가 ‘재받이 사찰’이라고 비판받는 반면 강남 봉은사는 그동안 재정공개 및 투명화, 신도들의 사찰운영 참여 등으로 도심포교의 선두라는 칭송을 받아왔다.


또 함께 직영사찰로 거론되던 도선사가 갑자기 리스트에서 빠진 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이에 대해 원담 스님은 “도선사 청담 문중의 반발이 거세고 여러 대중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 이번에는 도선사를 제외하기로 했다”며 “좀 더 설득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래 취지였던 ‘조계사-도선사-봉은사 포교벨트화’를 포기하고 직영사찰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밝히지도 않은 채 서울에서도 가장 우수한 포교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봉은사만을 직영사찰로 전환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결국 총무원 집행부가 중앙종무기관의 운영예산을 갓바위(선본사) 대신에 봉은사 수입으로 충당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여론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안건은 오늘(9일) 종회에 접수돼 내일(10일) 속개되는 중앙종회에서 다시 상정될 예정이다. 이 안건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봉은사 문제는 총무원장이 떠안아야 할 커다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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