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찰 내 납골당 설치는 자연공원법 제18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연공원 내 허용되는 행위인 “불사를 위한 시설 및 그 부대시설의 설치에 해당하고”, 더구나 “자연공원의 경관을 해치거나 보존·관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없으므로”, 관청의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북한산 등 자연공원에 위치한 전통 사찰 내 자유로운 납골당 설치를 종교시설의 설치로 보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주목된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박시환)은 조계종 금선사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사설납골당 설치신고수리거부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2010. 2. 25. 원고 승소한 원심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금선사는 북한산국립공원 내인 서울 종로구 구기동 196-1번지에 위치해 있는 전통사찰이다.

이 사건의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2009. 10. 16. 선고한 2008누37413 판결에서 “불교는 일찍부터 화장문화의 전통을 보유해왔기 때문에 자연환경지구 내에 위치한 사찰 내에 납골당을 설치하는 것은 자연환경지구 내에 허용되는 행위인 '불사를 위한 시설 및 그 부대시설 설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전통사찰의 기존 건물 등을 이용한 납골당의 설치는 자연공원법이 규정한 ‘경관을 해치거나 자연공원 보전ㆍ관리에 지장을 주는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관청의 허가 대상도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8. 11. 21. 선고한 2008구합22433 판결에서 전통사찰보존법상 지정된 전통사찰보존구역에 납골당을 설치해 일반인을 상대로 분양하는 행위는 전통사찰보존법이 허용하는 공익활동 이외의 목적에서 행해지는 행위라는 구청 측의 주장에 대하여 “납골당 운영은 불교의 포교나 사찰 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구청이 허가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금선사는 지난 2006년 종로구청에 납골당 건립 허가 신청을 냈지만 구청 측이 “사설납골당 설치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며 수리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의 의미에 관하여 소송을 대리한 김형남 변호사(신아법무법인 운영대표 변호사)는 “이 사건 판결들을 통해 확인된 법원의 입장은 전통사찰에서의 기존 건물을 이용한 납골당 설치가 우리 전통의 장례풍습에 부합하며, 불교 전래의 화장문화가 자연공원 내외를 막론하고 존중되어야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금선사 주지인 법안스님(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은 “신도들을 위해 마련한 소규모 봉안시설로 말미암아 오래 동안 소송에 시달려, 그동안 혼란을 느꼈을 신도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삶과 죽음이 결코 멀리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육처가 될 수 있는 봉안시설을 관청이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터부시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법안 스님은 또 “이후에도 무연고 노인 등 돌봐줄 사람 없는 이들을 위한 공간도 확보하여 봉안시설이 있는 연화당을 조그만 쉼터로 꾸밀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