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고승(高僧)이며 우리나라 최고의 사상가로 손꼽히는 원효대사(617~686)의 대표적인 저술인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의 8~10세기 필사본이 실크로드의 요지인 중국 돈황의 고문서 속에서 발견됐다. 이는 원효대사의 저술이 서역에까지 폭넓게 읽혔다는 증거로 당시 원효대사의 영향력이 중국을 넘어 서역까지 미쳤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의 불교사 연구자인 딩위안(定源)스님은 오는 2월 22일 열리는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소장 김천학)의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할 논문 <돈황(둔황) 사본(寫本)에서 발견된 원효 저술에 대하여>를 통해 영국·중국·러시아에 흩어져 있는 돈황 사본들에서 『대승기신론소』의 필사본 단편 5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돈황 사본은 20세기 초 돈황석굴에서 유럽의 실크로드 탐험가들이 반출해 간 막대한 분량의 고문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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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기신론소』는 원효가 설파한 해동종(海東宗) 불교철학의 기본원리를 저술한 명저로, 당시 동아시아 불교계에 『해동소(海東疏)』라는 이름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국제적 명성을 떨친 저술이다. 이번에 발견된 필사본은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저본(底本)이었던 1696년 일본 판본보다 700년 이상 앞서는 것이다.

현재 전해지는 『대승기신론소』의 텍스트는 <대정장>이나 <한국불교전서>본으로 그 저본은 일본 에도시대인 1696년 간행된 판본이 바탕이다. 그러나 이 일본 판본은 원효가 입적한 지 약 천년 뒤 출판된 것이어서 학계는 그 이전 중세기 필사본의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딩위안 스님은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의 대영도서관에서 20세기초 영국의 오럴 스타인(1862~1943)이 가져온 돈황 문서들을 검색한 결과 『대승기신론소』의 내용 중 15행을 확인했고, 이어 중국 베이징대의 소장문서에서 5행,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양학연구소 소장문서에서 3행·10행·9행의 단편을 추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불교사 연구자인 최연식 목포대 교수는 “원효의 저술이 당대 동아시아 불교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며 “『대승기신론소』는 그동안 17세기 일본에서 나온 판본 이전의 것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필사본 발견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딩위안 스님은 『원효소』를 꼼꼼히 비교검토한 뒤 돈황불교에서 『원효소』의 영향에 관해서도 추적하고 있다. 그 결과 딩위안 스님은『원효소』가 8세기 돈황지역에서 활동했던 담광(曇曠)의 『대승기신론광석』과 『대승기신론약술』을 편찬하는데 원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기존의 학설이 사실임을 문헌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딩위안 스님은 “당시 돈황에는 최소한 4종 이상의 『원효소』 필사본이 돈황에 유통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원효소』는 일본과 돈황을 포함한 동아시아지역에 관한 불교문화교류사를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최근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7세기 신라 학승 의적의 저술 <무량수경술기>사본 내용도 공개된다. 일본 연구자인 미나미 히로노부(국제불교학대학원대학 연구원)가 일본 미노부산 대학 문고에서 발견한 사본 분석 결과를 사진 자료와 함께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