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음사 토지매각 사태에 대해 주지 원종 스님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초지종을 밝혔다.

최근 제주 관음사는 부채 36억여원을 갚기 위해 관음사 토지를 매각한다는 기사들이 보도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원종 스님은 2월 9일 오후 3시 조계종 총무원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음사 사태에 대한 현황을 전하며 불교계 언론의 정확한 보도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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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관음사는 전 주지 중원 스님이 17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남긴 35억 8000만원의 빚더미에 올라있는 실정이다. 중원 스님은 조계종의 멸빈 처분을 받고도 관음사를 떠나지 않아 2007년 여름 제주불교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이후 임시 주지로 시몽 스님이 파견돼 우여곡절 끝에 중원 스님이 관음사를 떠났고, 원종 스님이 후임 주지로 파견되면서 관음사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새롭게 주지로 임명된 원종 스님에게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청구소송이 기다리고 있었다. 12억원의 금융부채에 이어 중원 스님이 측근들에게 사채의 형식으로 빌려쓴 21억여원, 기타 채무 2억여원까지 총 35억 8000만원의 부채를 지급하라는 요구가 제기된 것이다.

관음사에 청구소송을 해온 사람들은 대부분 중원 스님의 상좌들이거나 관계자들로, 전 천축사 주지 현공, 원법사 비구니 시령, 천축사 신도로 추정되는 이상정 씨 등이다. 현재 이들은 모두 관음사 소유 부동산에 가압류를 한 상태이다.

관음사 측은 “이 돈은 중원 스님이 포괄 위임장을 받아 행한 개인적인 거래이지 사찰에서 사용한 금원이 아니”라며 맞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관음사 측에 부당이득 판결을 내렸다. 결국 소송에서 패소한 관음사는 예금계좌를 압류당하고 현재 관음사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까지 개시된 상태다.

관음사 주지 원종 스님은 “이대로 가다가는 관음사와 관음사 포교당인 보현사가 경매에 넘어갈 지경까지 이르러 종단에 토지매각 승인 요청을 하게 된 것”이라며 “부득이 하게 어쩔 수 없이 눈물로 내린 결정”이라고 호소했다.

원종 스님은 “관음사 경내지, 포교당인 보현사 경내지와 제주불교 초전지라 할 수 있는 제주 중앙동 포교당만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머지 토지들을 매각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종 스님은 이어 “들리는 바에 의하면 중원 스님이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라도 보현사를 기필코 사겠다. 총무원장이 바뀌면 보현사에 이어 관음사까지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며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토지매각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종단을 상대로 수백건의 재판을 진행해온 중원 스님이 철저하게 계산해 준비해온 소송이라 관음사가 매우 불리한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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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 측 변호를 맡은 김봉석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조계종의 종헌종법상 허점을 최대한 활용해 계획적으로 일으킨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2007년 이전의 회계장부는 물론 축원카드, 컴퓨터 하드 등 모두 훼손된 상태이고 중원 스님 당시의 자료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 중원 스님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음사가 중원 스님을 대상으로 제기한 형사소송 2건의 경우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각하된 바 있다.

현재 관음사 주지 원종 스님으로서는 토지 매각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원종 스님 또한 “종단에서 직접 부채를 갚아주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자체 해결방법을 찾다보니 토지매각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조계종에서 35억여원의 부채를 대신 갚아주지 않는 이상 관음사 토지매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계종이 관음사의 끝나지 않은 분쟁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향후 종단의 대응방식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