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영역 오역 사례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찰 안내문에서부터 템플스테이 소개 책자와 각종 팸플릿은 물론 불교학자들이 낸 영문 초록에 이르기까지 각종 오역된 내용들이 버젓이 학회지에 실리고 있고, 한국 불교를 연구하려는 외국인조차 이해할 수 없는 영어로 번역된 (실제 학위 논문을 도서관에서 열람한 외국 불교 학자의 소견) 석·박사 논문의 영어 초록 오역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전옥배 국제불교문화사상사학회 연구원이 최근 월간 <불교문화> 2월에 기고한 ‘불교 영어 번역의 오역 실태와 개선 대책’을 통해 알려졌다.
전옥배 연구원의 기고는 불교계에도 영어로 발간하는 도서 및 논문 자료집이 많아지고 있는 때를 맞아 적절한 지적이다.
이 원고에서 지적되지 않은 것 중에서도 최근 발간한 불교 관련 영문 자료들의 영역, 번역 오류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치된 우려이기도 하다.
전옥배 연구원은 <불교문화>에 게재된 특별기고에서 몇 가지 대표적인 오역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흔히들 쓰고 있는 불교 용어 중에는 기독교에서 쓰는 ‘Lord’를 ‘붓다’를 지칭하는 말로 번역한 것, ‘Reverend(목사나 신부)’를 ‘스님’이라는 용어로 번역한 것은 명백한 오역이라는 것이다. 또한 ‘Priest(목사나 사제)’도 불교를 기독교의 아류 정도로 생각하는 발상에서 나온 번역어들이라고 전 연구원은 지적했다.
Lord란 절대적인 신을 뜻하는 ‘주님, 하나님’을 의미하는 기독교 용어인데, 그냥 ‘The Buddha’로 번역해도 충분할 것을 굳이 Lord를 앞에 붙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스님에 대한 번역어로서는 대표적으로 쓰이는 용어로 ‘Monk’가 있고, 선사면 ‘Master’가 있는데 오히려 우리말 표현으로 ‘Snim’이라고 주체적으로 표현하는 편이 차라리 낫고, 어원적으로 정확한 표현을 하지면 산스크리트어(Sanskrit term)인 ‘bhiksu’로 번역하는 것이 낫다고 전 연구원은 주장한다.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Korea Institute of Buddhist English Translation, 이하 KIBET)이 최근 불교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검토한 ‘영역 논문 제목으로 본 오역 사례’에 따르면 많은 영문 초록이 △논문 작성법의 결여 △한글 제목과 영역 제목의 상이 △불교 용어의 부적절한 영어 번역 △영어 문법의 오류 △한글 제목 자체의 애매모호함 등 심각한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 연구원은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는 논문의 내용 파악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심지어 논문의 본래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이해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전 연구원은 기고에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여 건립한 템플스테이빌딩 1층에 진열된 수십 가지의 팸플릿이나 책자를 보면 오역 사례는 천태만상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영어권 관광객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신뢰하고 참가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개별 사찰의 팸플릿뿐만 아니라 템플스테이사업단 자체에서 발간한 책자와 안내서의 영문에서조차 오역된 것이 버젓이 실리고 있다는 데 있다고 전 연구원은 덧붙였다.

불교문화재’가 ‘Buddhism Culture Exposition’으로 오역되어 있다(48면). ‘불교건축’이 ‘architecture’가 아닌 ‘structure’로 번역되어 있다(68면).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사례가 내용이 아닌 표제자에서 버젓이 나타나 있다. 또 동 사업단에서 발간한 책자 『Templestay Korea(Guidebook)』에서도 많은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한 가지 결정적인 오역을 소개하자면 23면에 ‘Walking meditation’을 행선(포행)으로 번역한 것이다. 조계종에서 발간한 한글판 『불교문화』(2005)에서는 행선은 경행, 포행과 만행 셋으로 나누며, 이에 대한 차이를 2페이지에 걸쳐(224~225면) 상세하게 설명하템플스테이사업단이 발행한 『Templestay』란 책자를 예로 들어보자. ‘운력과 포행’을 ‘Mission and Sacrifice’라고 어처구니없이 번역했다(34면). ‘고 있다. ‘Walking meditation’은 포행이나 행선이 아닌 ‘경행’의 번역이다. (특별기고 문 중에서)

전 연구원은 이밖에도 템플스테이 관련 각종 오역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그는 절마다 번역이 다르고, 외국이 볼 때 혼란스러운 번역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으로는 물론이고 지금 당장도 영어로 소통하는 일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불교계도 발전적인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내부에서부터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는 불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또한 전옥배 연구원의 지적처럼 신뢰를 받는 전문 번역기관이 설립돼야 현재와 같은 마구잡이 번역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