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고, 성장은 환경을 해치며, 신자유주의로 인해 소수만이 이익을 받고 다수의 사람들은 고통을 받는다 것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상식이었다. 왜 상식이라고 여기게 되었는지를 꼼꼼히 따지지는 않았지만,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불교학자들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날선 비판도 매우 불교적이고 동시에 온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런 인식들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나타났다. 작은 것이 아름답지 않다고, 성장과 환경은 관련이 없다고, 신자유주의로 인해 인류는 외려 더 행복해졌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그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진실로 믿어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다. 솔직히 당혹스럽다.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선 이는 민경국 강원대 교수(경제학)다. 민 교수는 지난 1월 21일 <불교평론> ‘열린논단’에 발제자로 나와 ‘왜 자유주의인가?’라는 주제로 ‘충격적인’ 주장을 거리낌 없이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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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인용해 이렇게 주장한다.

“성장이야말로 사실상 모든 계층에게 진정으로 고무적이고 기쁨을 주는 상황이다. 발전이 없는 정체된 상황에서는 황당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이다. 후퇴하는 상황은 참담하다.”

경제적 번영을 야기하는 경제적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성장 없는 정태적인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반(反) 성장론자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며, 자유시장이야말로 경제를 역동적으로 만들고 경제의 성장을 통하여 사람들을 밝게 만들어 준다는 그의 거침없는 주장은 열린논단에 참석한 불교학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부존자원이 점차 고갈되기 때문에 성장을 멈추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정부의 개입을 늘려야 한다는 성장의 종말론도 옳지 않으며, 자유시장의 가격기구야말로 자원의 고갈 문제를 해결하는 탁월한 해결사”라는 대목은 친환경적 종교로서 독보적 교의를 갖고 있다고 자부하던 불교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런 대목이다.

자유주의에 대한 민 교수의 굳건한 지지는 신념에 가깝다. 그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자유주의는 매우 귀한 이념이다. 지식의 문제를 해결하여 경제적 번영의 길을 열고 문명된 사회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주의는 보편적인 사회발전원리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혹독하다. 그 비판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금융위기의 장본인, 빈익빈 부익부, 자본가의 탐욕과 이기심, 환경오염, 인간소외 문제 등 다채롭다. 이런 비판의 결론은 예를 들면 ‘작은 것이 아름다운 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한다.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을 자세히 뜯어보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그리고 작은 것이 아름다운 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낭만적인 생각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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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교수는 ‘경제적 자유가 불평등을 심화하는가?’라고 묻고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단정해 답한다. 경제자유와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들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집요한 것은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불평등론인데, 불평등의 심화를 막기 위해서 세금을 올리고 정부규제도 늘려 개인의 자유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들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계층 간의 이동을 어렵게 하는 것이 정부의 간섭이라는 주장이다. 특혜, 인허가제도, 또는 대마불사 신화 등, 이런 것은 부자를 항상 부자로, 가난한 자를 항상 가난한 자로 만들며, 따라서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은 시장경제원칙의 확립, 즉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시장경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시장경제의 분배를 과장하여 비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나 분배결과를 시정하는 정책이 분배를 더욱 더 악화시키고 새로운 빈곤층을 야기한다는 것은 유럽국가나 남미의 국가의 경험이 입증한다.”

민 교수는 자본주의가 탐욕과 이기심을 조장한다고 비판하지만 그것은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사회주의 사회의 인간들, 비시장적인 관료시스템, 정치시스템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나 정치가도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며, 탐욕과 이기심은 물리학의 중력의 법칙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물리학의 보편적 현상이 중력의 법칙이라고 한다면 탐욕이나 이타심은 체제와 관계없는 인간의 보편적 심성이라는 논리다.

그는 세계화가 빈곤국을 더 빈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음’을 다음의 통계를 통해 반박한다.

“세계인구중 하루 1달러이하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이 1970년의 17.2%에서 1998년 6.7%로 하락했다.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빈곤층도 같은 기간에 약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41%에서 18.6%). 1980년 월 500달러 이상의 소득을 가진 인구비율이 14%였다. 그러나 2000년에는 55%로 급증했다.”

민 교수는 자유무역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자유무역을 제로 섬 게임으로 파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바로 수렵채취시대의 정신 또는 ‘석기시대’의 정신이라고 적시한다. 또한 환경론자들은 경제자유는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정부개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성장은 환경파괴의 산물이기 때문에 성장을 줄여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런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가난한 나라에서나 생겨나는 문제이지 부자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설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대부분의 환경문제는 성장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확실하며, 친환경적인 기술개발도 시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민 교수의 탄식같은 암시는 이렇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러나…”

이 탄식에는, 오늘날 거대한 열린사회가 우리가 의도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해서 이를 바꾸어 작은 사회로 만드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그의 소신은 자유의 원칙과 시장경제의 원칙을 갖게 된 것을 인류의 업적과 행운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정된 것이 아니라는 예찬으로까지 확장된다.

이날, 그의 발제를 들은, 다수의 불교학자들은 혼란함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민경국 교수가 던진 물음은, 작은 것이 왜 아름다우며,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왜 나쁜 것인지를 감성에 호소하는 구호가 아니라 탄탄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화두를 불교학계에 던져준 소중한 문제제기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한 불교학자들의 대응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동시에 기대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