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효정
bellaide@naver.com 2010-01-12 (화) 14:55“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일어나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 조계종은 그동안 (불교) 내적인 문제에 충실했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의 문제에 대해 다소 소홀했다. 하지만 33대 총무원은 사회의 갈등에 대해 소 닭 보듯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통해 중재역할을 하고 풀어가겠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1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의 4개년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중재자로서의 불교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자승 스님이 발표한 조계종 발전계획은 크게 3대 종무 기조로 요약된다. △수행종풍의 선양 △교육과 포교를 통한 불교중흥 △사회적 소통과 공동선 실현이다.
자승 스님은 이날 조계종의 사회적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33대 집행부의 캐치프레이즈를 왜 ‘소통과 화합으로 불교중흥’이라고 내걸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자승 스님은 “소통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의미이고 두 번째는 오해가 없다는 의미”라며 “막히는 것은 뚫고, 오해는 대화로 풀어가는 소통의 원리를 기본 기조로 해서 사회적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가겠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불교중흥의 주체로서 교육원과 포교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크게 강조했다. 스님은 “불교중흥은 교육과 포교에서 그 힘이 나올 수 있다”며 “포교원장 혜총 스님과 교육원장 현응 스님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교육과 포교가 4년간 제 역할을 못하면 종단이 후퇴할 수밖에 없으므로, 포교원장과 교육원장에게 종단의 백년대계를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교육원과 포교원이 커다란 시대적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그 중에서도 ‘승가교육의 개혁’을 특별히 강조했다. 스님은 “조계종은 그동안 전통 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커서 세계의 다양한 교육과 수행 흐름에 올바로 조응하지 못했다”며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고 자비를 구현할 수 있게 승가교육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이를 위해 2월 중에 ‘승가교육 진흥위원회’를 신설하고 자승 스님이 이를 진두지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가교육 진흥위원회에는 종단의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진 원로급들이 위원으로 위촉된다.
자승 스님이 발표한 종단 4개년 발전계획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새롭게 신설되는 화쟁위원회와 수행위원회이다.
‘화쟁위원회’는 한국사회의 대립과 갈등에 기여하기 위하여 각종 인권, 환경, 노동, 통일 분야의 중진 스님과 NGO 대표자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화쟁위원회에서는 용산참사나 평택 쌍용자동차 분규 등과 같은 문제들에 있어서 불교계가 나서 중재하고 화합시키는 역할을 추진하게 된다.
‘수행위원회’는 여러 수행의 표준화를 전담할 팀으로, 간화선 뿐만 아니라 절, 염불, 간경, 주력 등 불교의 여러 수행방법들을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수행법의 체계화, 매뉴얼화를 통해 조계종의 수행법을 브랜드화하고, 지도 인력을 발굴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자승 스님이 새롭게 시도하는 또하나의 개혁 과제는 ‘주지 인사고과제도의 시행’이다. 주지 인사고과제도는 말 그대로 주지의 종무행정, 포교, 교육, 불사 등을 점수로 매겨 100점 기준 85점 이상을 넘지 못하면 재임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이다.
조계종은 우선 조계사를 비롯한 직할교구를 중심으로 인사고과제도를 시행하고, 향후 지방 교구본사들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종단 재정구조의 합리화를 꾀하기 위해 분담금 중심의 재정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승 스님은 “지금까지 조계종의 재정구조는 분담금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것만으로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개혁안들을 추진하기가 힘들다”며 “우선 종단의 토지처분금을 적극 활용하고, 차차 불교 수익사업 모델을 개발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마지막으로 ‘교육과 포교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승가교육의 개혁과 포교의 활성화가 불교중흥의 키워드”라며 “나는 이를 위해 행정과 재정 부분을 뒷바라지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