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urubella@naver.com 2010-01-05 (화) 10:03<미디어붓다>를 비롯 교계 인터넷언론에 승가교육개혁에 대한 글을 게재했던 일아 스님이 4일 저녁, 글을 보내왔다. 일아 스님은 자신의 글로 인해 빚어진 여러 가지 논란과 예기치 않은 댓글로 인해 본의가 왜곡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이번에 보내온 ‘여러분께 드리는 글’은 그런 스님의 심경과 입장을 담은 글이다. 스님의 글을 게재하며, 또 다시 무책임한 내용을 담은 익명의 댓글로 인해 스님의 본의가 왜곡되지 않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편집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최근에 저의 승가교육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여러 스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승가교육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었으나, 글의 전개과정에서 일부 오해할 수 있는 소지의 표현이 있었습니다. 특히,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잘못 전달된 내용으로 인해 LA에서 헌신적으로 포교활동을 하고 계신 여러 스님들께 누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두루 살피지 못해 논란을 일으킨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문제로 지적된 두 가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➀ 엘에이 (LA) 불교에 대한 잘못된 서술에 대하여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엘에이 불교의 가장 큰 어른이신 HI 스님의 말씀을 듣고 저의 의도와는 너무나 다르게 글자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내용에 재삼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이나 글이란 항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통감하였습니다. LA 불교 발전에 많은 고민을 해 오신 HI 스님은 차근차근히 저의 마음에 와 닫는 여러 훌륭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문제의 내용은 LA 현 실정의 설명 중에서 “한국에서 강원도 안가고 선방에만 다녔다는 스님들이부터∼전쟁터에 나간 사람이 맨주먹으로” 까지의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LA 사는 스님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기초선원의 문제점을 설명하기 위한 예문이었습니다.
이 예문은 제가 성불사를 운영할 때의 사례를 든 것입니다. 불교가 현대에 맞는 활성적이고 유용한 불교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일요법회, 불교강좌반, 어린이반, 요가반, 고전무용반, 영어강좌반, 천에 물감으로 그리는 반, 명상 수련반을 운영하였습니다. 주보도 만들고 사찰의 행사를 일간 신문에 열심히 정보를 제보하고 중앙일보에 칼럼을 연재하여 불교를 알리려고 동분서주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손이 부족하여 여러 스님이 필요하였습니다. 마침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간다는 젊은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일손이 부족한데 잘 되었다 싶어 그 젊은 스님에게 불교 강의를 좀 해 달라고 부탁하였더니 선방만 다녔기 때문에 교리를 잘 몰라 강의를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럼 어린이 법회를 맡아달라고 하니 어떻게 무얼 가르쳐야 하는지 모른다고 하고, 부전을 좀 살아달라고 부탁하니 선방에만 다녔기 때문에 염불을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선방에만 다녔다는 그 젊은 스님의 참 난감했던 기억을 예로 들었을 뿐 인데, 좁은 지면상 긴 설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HI 스님은 “그 글 자체가 선방에만 다닌 모든 스님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니냐. 그러면 엘에이 스님들 모두를 매도한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글만 보면 LA스님들이 포교도 못하고, 교리도 모르고, 강의도 못하고, 염불도 못 한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셨습니다. 그 쓰여 진 글자대로만 보면 정말 HI 스님의 말씀이 수긍이 갔습니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자랑은 선방서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의 푸른 기상이라는 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또한 여러 스님들이 오랜 세월을 LA 불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음을 제가 어찌 모르고 또 모르는 불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사찰을 운영해보아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사찰을 운영하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존경스러운 스님들임을 너무나 잘 압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고 수년간을 지켜보아 잘 아는 분들인데 어떻게 제가 LA 스님들은 교리도 모르고 강의도 못하고 염불도 못한다고 폄하하겠습니까. 천부당 만부당한 일입니다.
사실 저는 사찰 운영과 저술활동 두 가지를 겸할 수 없기에 사찰운영은 포기하고 경전번역과 아소까 책 저술 등에 몰두하기 위해 포교일선에서는 물러났습니다. 절에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LA 어느 비구니 절에서 저를 연구와 저술만 하라고 방을 줄 수 있는 사찰이 없습니다. 그러니 아파트 살면서 대학에 가서 빠알리어 지도 교수의 자문을 받으며 두문불출하고 저술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LA 스님들은 한국에서 포교하는 스님들의 10배는 더 어려운 포교를 하고 계십니다. 그런 훌륭한 스님들을 제가 어찌 무얼 못한다고 말 하겠습니까. 교육개혁에 대한 9 페이지나 되는 긴 글을 쓰면서 문장이 길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짧게 하다 보니 충분한 설명을 곁들이지 못해 생긴 오해인 것 같습니다.
LA 불교 설명에서 누락된 것이 있습니다. 이런 척박한 LA 불교에서도 고려사는 40여명이 넘는 어린이 법회와 일요법회에는 100 여 명씩 신도들이 나오는 LA 불교의 대표적인 사찰로 우뚝 섰습니다. 오렌지카운티에는 법왕사와 정혜사가 대표적인 사찰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모든 사찰의 스님들의 묵묵한 헌신과 열정은 LA 불교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글자대로 보면 LA스님들께서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있는 글을 저의 불찰로 잘못 서술하여 힘들게 포교에 헌신하고 계신 스님들께 누를 끼쳐드린 점 재삼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➁ 강원 폐지에 대한 서술에 대하여
저도 이 말은 많은 숙고를 한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강원을 폐지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극단적인 강원폐지라는 말을 썼느냐고요? 35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이어져온 서당식 교육이, 꾸준한 강원교육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장벽처럼 두꺼운 변치 않는 강원교육이 강원폐지라는 극단적인 말에 움직이기를 간절히 바란 것도 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다 이상적으로 잘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좀 더 좋은 방법을 조속히 모색해야 되겠지요.
그러나 좀 더 분명한 이유는 강원의 교과목을 바꾼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충분한 연구와 공부를 하는데 강원의 교육환경과 시설, 여건이 미비한 것은 사실인데, 필요한 환경요건과 설비가 강원에 생기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 교직자의 영입도 문제이고요, 그러니 자연적으로 또 다시 강원개혁의 문제는 계속해서 대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입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강원을 폐지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저의 염원은 어떻게 해서든지 학인들이 공부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훌륭한 도서관을 이용한 연구, 컴퓨터를 이용한 현대식 공부, 다양한 교과목의 수강으로 안목을 넓히고, 다양한 방면에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 불교가 발전하고, 현 시대에 부응하는 불교, 사람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불교가 되는 것입니다.
➂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승가교육 개혁으로 불교 중흥을 이루어 봅시다
저의 의견 제시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선호하는 것이 다르고, 의견도 다르고, 해결책도 다르지요. 저는 제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저의 의견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누구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한 사람의 생각보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서 가장 좋은 방향으로 나갈 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18년을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불교의 현실을 잘 모를 수도 있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가장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➃ 인터넷 언론에 한마디
저의 잘못 기술된 기록으로 LA 불교 스님들께 누를 끼쳐드려 재삼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저의 한국불교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여러 스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면 사과드립니다.
제가 미디어붓다나 불교포커스에 제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면서 자기의 생각과 다르다고 상대방을 악평하고 질타하고, 또는 황당하고 사실이 아닌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기에 이것은 많은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오해를 동반한 글이 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남의 의견은 그 사람의 견해일 뿐이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공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남의 의견은 그 사람의 견해로 놔두고 자신의 견해도 당당하게 피력할 수 있는 풍토가 되었으면 합니다. 건전한 댓글이든 어떤 글이든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댓글을 올려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새해입니다. 세월은 진정 쏜살같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여러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고 매일 매일 좋은 날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2010년 새해 아침 일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