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이 저물고 있다. 불교계에도 기축년에는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기쁜일도, 가슴아픈 일도 있었다. 이맘때면 늘 하는 말이지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숨가쁘게 보냈다. <미디어붓다>는 2009년 한 해를 돌아보며 불교계 10대 뉴스를 정리해보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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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에 자승 스님, 태고종 총무원장에 인공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에 혜정 정사가 각각 당선돼 취임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선거가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다소 시끄럽기는 했지만 세 종단 모두 큰 소란 없이 새로운 집행부를 출범시키는데 성공했다. 새롭게 종단을 이끌게 된 새 수장을 맞이하여 불교계를 대표하는 세 종단은 차분히 2009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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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가 1월 14일 익산 미륵사지석탑 보수정비사업 과정에서 부처님진신사리가 담긴 금제사리호 등 505점의 유물을 발굴했다. 이는 잃어버렸던 백제사를 복구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특히 유물 가운데 발견된 금제사리봉안기에서 ‘미륵사 창건은 639년 백제 좌평사택 적덕의 딸이자 당시 무왕의 아내였던 백제왕후에 의해 이뤄졌다’는 기록이 나와 백제사 연구에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제공했다.

이 때 발견된 유물들은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 백제의 우수한 금속공예 실력을 대내외에 입증했다. 특히 금제사리호는 높이 13㎝, 어깨 폭 7.7㎝의 작은 병 형식으로 표면에 다양한 문양과 정밀한 세공기법으로 장식돼 있어 백제 금속공예의 우수성을 잘 보여줬다. 이런 까닭에 학계에서는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백제금동대향로에 버금가는 ‘국보 중의 국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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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식인 영산재가 세계무형문화재에 등재돼 우리나라 불교의식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쾌거를 맞았다. 영산재와 함께 처용무,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등 5건의 무형문화재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으로 등재돼 우리나라는 무형문화재에서도 많은 귀중한 문화유산 전통을 가진 나라로 세계에 그 이름을 당당하게 알릴 수 있게 됐다.

영산재 등의 세계무형문화재 등재는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세계무형유산은 76개국 166건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 판소리(2003년), 강릉단오제(2005년) 등 3건과 지난 9월 추가된 영산재 등 5건을 합쳐 모두 세계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영산재(靈山齋·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는 도량을 시공을 초월하여 본 도량으로 오롯이 옮기고, 영산회상의 제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다. 그리하여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함께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離苦得樂)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영산재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장엄한 불교의식이다. 즉 삶과 죽음으로 갈라진 우리 모두가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되어 다시 만날 것을 기원하며, 부처님 전에 행하는 최대 최고의 장엄한 불교의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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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토해양부 지도 ‘알고가’ 사찰 누락 등 잇단 종교편향 행위로 국민적 분노를 샀던 이명박 정부의 기축년 한 해도 끊임없는 종교편향으로 얼룩졌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약속을 어기고 김진홍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보는 등 기독교 장로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다시 각인시켰다.

종교편향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강원도 고성군 이승만 화진포 기념관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기독교 민주주의 국가를 완성했다’는 종교편향성 글이 국민 혈세로 제작된 사실이 드러났고, 또 육권 71사단은 예비군 동원훈련 안보교육시간에 기독교 찬양 일색인 동영상을 상영했으며, 서울여대는 신입생 입학업무를 담당하는 입학사정관 응시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여수세계박람회 지원과장은 “세계박람회는 하나님 은혜”라는 발언으로 종교편향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독교계에서 역으로 정부가 불교를 의식해 역종교편향을 하고 있다며 반발의 기미를 보이는 등 종교편향의 기운은 여전히 온 나라에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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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화마로 소실됐던 낙산사가 4년여에 걸친 복원 불사 끝에 10월 12일 웅장했던 옛 가람의 모습을 주지 정념 스님의 놀라운 원력과 전국 불자, 국민들의 동참으로 기적적으로 재현해냈다.

2005년 4월 5일 강원도 일대를 휩쓴 산불로 도량 전체가 소실, 국민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일으켰던 낙산사가 4년여에 걸친 복원 불사 끝에 10월 12일 마침내 웅장했던 옛 가람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2007년 11월 원통보전, 범종각, 홍예문 등 화재로 소실된 전각을 우선 복원한바 있는 낙산사 측은 조선 18세기 단원 김홍도가 그린 낙산사도를 바탕으로 빈일루 응향각, 정취전, 설선당 등 7동의 주요 전각을 복원, 단아하고 기품 있던 옛 낙산사의 모습을 되살리는데 성공했다.

2차 복원 불사 회향법회를 계기로 사실상의 도량 복원을 마무리한 낙산사 측은 “천년고찰 낙산사가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문화가 하나 되는 사찰로 거듭나기를 발원했으며 이 발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진 또 정진할 것”이라고 서원했다.

이날 회향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녹원 스님, 종회의장 보선 스님, 호계원장 법등 스님, 주호영 특임장관, 김진선 강원도지사 등 종단 안팎의 주요 인사들을 포함 사부대중 1만 여명이 동참해 역사적인 낙산사 복원 불사의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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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7년 1월 석가탑 해체 수리 과정에서 발굴된 성보들이 43년 만에 마침내 불교계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돌아온 성보는 세계 최고(最古)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해 사리를 봉안하는 사리장엄구, 고려시대에 중수한 ‘중수문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문양 비단 등 45건 88점이다.

이들 성보가 돌아오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특히 지난 2007년 3월 조계종과 국립중앙박물관은 석가탑에서 발견된 성보의 관리주체를 놓고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조계종이 불교중앙박물관 개관에 맞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 보관 중인 석가탑 사리장엄구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국립중앙박물관이 반환불가 입장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조계종과 국립중앙박물관의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결국 문화재청이 문제 해결에 나섰고, 지난 8월 18일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과 5차 회의에서 조계종 이관을 최종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조계종은 지난 12월 1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국보 제126호 석가탑 사리장엄구 일괄 이운 및 고불식을 봉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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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합동군사훈련과 북한의 통신선 차단, 남북 간 육로 통행 금지, 인공위성 발사 통보 등으로 계속된 남북 경색에도 남북불교교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108산사순례기도회는 북녘 어린이들을 위한 자비의 우유를 전했고, 문화재 제자리 찾기 환수위원회는 조선불교도연맹과 해외 반출 문화재를 찾는데 힘을 모으기로 합의하는 등 교류가 지속됐다.

조계종은 8.15 광복절을 맞아 남북 동시합동법회를 연 후 신계사 복원 2주년 남북합동법회를 금강산 신계사에서 봉행했다. 천태종도 개성 영통사에서 조선불교도연맹과 ‘대각국사 908주기 열반 다례재’를 개최하는 등 남북 민간 교류에도 적극 나섰다. 최근 민족공동체추진본부는 조선불교도연맹에 의약품과 통일쌀 등 인도적 물품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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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한민국은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잇따른 서거로 국민들의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날아든 비보는 온 국민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고, 전직 대통령을 잃은 애도 물결은 끝없이 이어졌다.

불교계와 친분이 두터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불교계는 지관 스님의 지휘아래 일사불란하게 대처해 사실상 국민장을 불교장으로 이끌어냈다.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즉각 애도문을 발표하고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지적하는 등 이명박 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지관 스님은 전국 교구본말사에 분향소를 마련하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불교계 곳곳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교계 주요 종단과 단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일제히 애도문을 발표했고,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애도기간 내내 10만 여명의 불자들이 찾아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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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은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지하 1층에 불교전문서점을 마련하고 10월 15일 역사적인 개관식을 가졌다. 이는 여시아문 폐점 이후 이렇다할 불교서점이 없던 불교출판사와 불자들에게 감로수처럼 반가운 일이었다.

지관 스님은 불교전문서점 개점식에서 “경전의 중요성은 선과 교를 막론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선사들의 말씀도 모두 경전에 근거하고 있으며 화두도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관 스님은 “경전을 알리는 일 또한 포교의 방법”이라며 “서점 개점은 시장논리를 벗어나 문서포교를 통해 불교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불교전문서점은 총 면적 약 356㎡(108평) 규모로 전문 학술서적과 신행안내서, 선수행 관련서, 세계 각국의 불교 관련 서적을 비롯해 불교미술, 사진집, 에세이, 소설과 아동서적까지 불교와 관련된 7천종 2만 여권의 서적을 구비했다. 불교전문서점은 향후 보유서적을 3만권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조계종단에서 보유한 불교 관련 고서 및 총서를 다량 비치하여 불교교학의 독창성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림으로써 단순한 서점을 넘어 일반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교류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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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진관사서 3‧1운동 당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와 임시정부 수립시기 항일신문 등 희귀 독립운동자료가 지난 5월 26일 발견돼 불교계 및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자료발견 경위는 진관사 칠성전 해체 복원 불사를 진행하던 중 5월 26일 오전 9시경 불단과 기둥의 해체복원 과정에서 하얀 천으로 둘둘 말린 물건이 발견돼 살펴보니 태극기와 신문 등 독립운동 자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된 자료는 태극기 1점, 신대한신문 3점, 독립신문 2종 4점, 조선독립신문 5점, 자유신종보 3점, 경고문 1점 등 총 17점이다. 발견된 신문들은 대부분 실물이 국내에 전하지 않았거나 존재 자체가 처음 확인되는 것들로 조선독립신문과 자유신종보는 1919년 8월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보다 앞서 국내에서 창간된 신문으로 처음 실물이 국내에서 확인됐다.

단재 신채호가 발행한 신대한신문도 주목할 만한 자료로써 창간호 등 일부가 영인본으로 나온 적은 있으나 실물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며, 2호와 3호의 경우는 중국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유일본으로 존재 자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후 진관사가 지난 12월 3일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신용하 서울대 교수가 상해임시정부의 불교계 서울중앙연락본부였다는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신용하 서울대 교수는 12월 3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 독립운동과 진관사>세미나에서 “올해 5월 진관사에 발견된 독립운동 자료는 1919년 6월부터 12월 사이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과 불교계의 독립운동 관련 자료들”이라며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상해 임시정부가 서울의 모 본부를 거쳐 강원도에는 월정사를 거점으로 했다는 사실까지만 알려졌는데, 이번 자료발굴을 통해 서울중앙연락본부가 진관사임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 “연통제의 불교 서울중앙연락본부 감독(책임자)은 백초월 대선사였고, 상해 임시정부와의 연락담당은 신상원 스님이 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또 “단재 신채호가 발행한 <신대한>이라는 잡지 가운데 23호는 이번에 진관사 유물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자유신종보> 3점 또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매우 중요한 독립운동 관계 자료”라며 “초월 스님의 독립운동 연구와 기념사업, 태극기에 대한 연구, 국내 불교계 독립운동과 진관사의 위치 재설정 등이 앞으로 남은 연구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