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urubella@naver.com 2009-12-16 (수) 14:39“사찰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가운데 절전모드로 하지 않고 사용하는 곳이 있다. 또 PC에 화면 보호기가 작동하고 있는 곳도 있었으며, 모니터 절전기능 및 하드 디스크 절전기능을 사용하는 컴퓨터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린터의 경우도 PC를 사용하지 않는 야간에도 계속적으로 전원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에너지관리공단 서백호 팀장을 중심으로 한 조사팀의 사찰에너지 진단결과가 발표됐다. 이들은 PC는 물론 냉온수기 및 자동판매기에도 타이머가 설치되지 않고 있었으며, 조명기기 또한 고효율 조명기기로 교체해야 할 곳이 많았고, 팩케이지 에어콘의 에너지 절약방안 및 창고와 화장실의 에너지 절약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일러 용량의 산정이 최적화되지 않아 과용량으로 설치되어 있었으며, 사용되고 있는 보일러도 관리가 미흡하여 방열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찰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 사용에 대한 현황 조사 및 분석을 하고 에너지 사용기기에 대한 효율측정 및 관찰을 통한 낭비요소를 찾아내어 개선함으로써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을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부의 에너지기기 구입시 지원정책을 살펴, 신·재생 에너지 일반보급보조사업과 고효율기기 장려금 지원사업, 고효율기기 설치시 융자를 해주는 사업 등에 대한 활용으로 보다 적은 금액으로 원천적인 에너지절약을 추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계종은 지난 12월 15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총무원 사회부(사회부장 혜경스님)와 환경위원회(위원장 주경스님)가 공동으로 “사찰에너지 사용방안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계종은 지난 7월 29일 ‘사찰에너지 사용 개선방안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방안을 위한 연구’를 전문 연구진에 위탁하고 종교기관 최초로 사찰에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이후 총 10개의 사찰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자료 분석 및 전문진단을 통해 진행된 연구결과를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백호 에너지관리공단 팀장은 ‘사찰 에너지 진단 및 사찰에너지 효율화 방안’ 발표문을 통해 컴퓨터, 조명관리, 보일러, 열관리 등 총체적인 사찰 에너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찰 에너지기구의 효율적 관리, 사찰에너지시스템 관리를 위한 지침 및 관리체계 마련,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 Energy Service Company) 활용, 에너지 설비를 위한 정부 지원정책 활용 등의 세부적인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서 팀장의 발표는 각 사찰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에너지사용 실태를 보고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윤선우 LG전자 차장과 이명규 LG전자 과장은 ‘사찰 내 신·재생에너지 적용방안’ 발표를 통해 조사대상인 10개 사찰의 에너지 사용현황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면적(평)당 에너지 사용량이 제일 많은 사찰은 직지사로 나타났고, 그 뒤를 봉은사, 범어사, 조계사, 금산사, 봉암사, 통도사가 이었다. 윤선우 차장과 이명규 과장은 면적당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직지사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또 연간 에너지사용량에 따른 연간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통도사가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도사에 이어 직지사, 범어사, 봉은사, 조계사, 봉암사, 금산사가 뒤를 이었다.
두 사람은 조사분석 결과 사찰 에너지 적용방안으로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지역에서는 가스보일러+에어컨이 가장 경제적인 냉난방시스템으로 분석되었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지열히트펌프, 공기열원 히트펌프가 경제적인 시스템으로 분석되었다” 며 특히 “사찰에 고효율 공기열원 히트펌프와 신·재생에너지인 지열을 적용시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부장과 천정화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사찰림의 대체벌목과 조림, 사찰림 활용 방안강구’라는 주제의 발표문을 통해 조사대상 10개 사찰의 임상도와 바이오매스 추정결과를 정리하고 특히 양산 내원사의 바이오매스 에너지(생물체를 열분해시키거나 발효시켜 메테인·에탄올·수소와 같은 연료) 관련 사례를 분석했다. 이 결과 “전국적으로 약 64,000ha에 달하는 사찰림을 모두 조사한 것은 아니나 몇 개 주요 사찰림은 우리나라 평균임목축적을 상회하는 수치”를 보이며 “현재와 같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바이오매스 연료 장비로 대체한다면 비용절감효과가 상당히 있을 것으로 판단됨으로 사찰림의 임목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에너지 활용이 사찰 에너지원으로 적합하다”고 발표해 사찰의 특성에 맞는 대체에너지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
마지막 발표자로 이영경 동국대학교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적용 및 조림에 따른 사찰경관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영경 교수는 “태양광 시설 설치는 전통사찰의 경관경험에 매우 부정적이므로 설치 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요구된다”며 시설 설치에 있어 “사찰경관의 관리는 심미성과 사찰정체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면서 개방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 이용 시 사찰경관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에너지 효율화를 이유로 사찰경관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사찰경관 가이드라인으로 ‘종교가치의 회복, 역사문화 가치의 보존, 생태가치의 유지 및 창출’을 들었다.
조계종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정책과제를 정리하고 자문회의 등을 거쳐 2010년 1월 정책연구를 마무리 짓고, 최종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사찰 에너지 사용을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생태사찰을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