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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속에서 佛性을 모색하다<br>진화론-불교, 생소하고 반가운 첫 만남
탁효정 bellaide@naver.com 2009-11-30 (월) 03:13
바위든 인간의 마음이든, 만물의 생명이든,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고 주장한 붓다와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환경에 따라 변화 적응해간다고 주장한 다윈. 현대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처음으로 명제화한 두 선지식의 사상을 비교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미디어붓다와 월간 불교문화는 11월 27일 오후 2시 다보빌딩 3층 다보원에서 ‘붓다와 다윈의 만남-진화론과 연기론의 학술적 조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 100여년간 서구의 학자들은 물리학과 불교, 뇌과학과 불교, 심리치료와 불교 등 현대과학과 불교의 접합점을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에 비해 다윈의 진화론을 불교와 접목해 설명하는 적극적인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것은 바로, 진화론과 불교가 물질과 마음이라는 전혀 다른 바운더리에서 각각의 논리를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론과 불교는 하나의 모태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주 비슷한 논리체계를 갖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외부적인 자극에 대한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인간의 업이 결정된다는 불교의 논리는 모든 생물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간다는 다위니즘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도 진화론과 불교의 만남은 반가우면서도 상당히 난해한 만남이라는 것이 논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청중으로 참가한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붓다와 다윈의 첫 만남을 ‘불편한 만남’이라고 일컬었듯이, 언뜻 보기에는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주제인 것 같으면서도 그것을 천착해볼 경우에는 서로의 유사성 만큼이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만남이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마음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온 불교와, 과학적 데이터를 중심 논거로 삼아온 진화론간의 물리적인 간극이 좁아질 수 있는 기회가 그동안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성철 동국대 교수는 “너무도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 이론의 차이점이 더욱더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네 명의 발표자들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진화론과 연기론의 관계를 모색했다.
‘진화론의 철학’을 발표한 이한구 성균관대 교수는 ‘진화론적 이성주의’를 주장했다. 이한구 교수는 생물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 이외에 이타적인 문화적 유전자의 가능성을 이성주의에서 찾고자 했다.
이날 이한구 교수가 제시한 자유의지와 이타성의 문제는 이 학술대회에서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난제로 등장했다. 이에 대해서 이 교수는 “자유의지와 이타성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이성주의에서, 유전자의 이기적인 본성은 진화론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성주의를 뮘(meme)이라는 문화적 유전자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이 교수는 “문화적 유전자에 의해서 진화의 방향은 이타주의와 자비로 나아가고 이러한 방향성을 이성에서 찾고 있고 이를 이성주의라고 명명한다”며 “진화론적 이성주의의 최고봉을 불교의 이타주의와 자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론과 기독교, 그리고 그 관계가 불교에 말하는 것’을 발표한 홍성욱 교수는 진화론과 기독교를 주제로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과학사를 전공한 홍 교수는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서양에서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기존에 견해에 따르면 과학과 종교는 반대의 입장을 견지하는 불편한 관계이면서도 종교에 의해서 과학이 발전하게 된 사례로 중세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을 예를 들었다. 또한 과학과 종교가 각자의 것을 양보할 경우 둘의 관계가 호전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홍 교수는 “불교와 과학의 관계가 기독교의 그것과는 달리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갈릴레오나 코페르니쿠스 재판 같은 갈등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종교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독선을, 과학은 환원주의라는 독선을 내려놓을 때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화론의 불교적 함의’를 발표한 안성두 교수는 진화론에서는 리차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를, 불교에서는 유식학의 ‘식이론’을 주제로 하여 둘을 논쟁적으로 비교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안 교수는 진화생물학의 세례를 받은 도킨슨의 DNA 실체론과 유식학에서의 식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모색했다. 이는 불교의 전통적인 교학에서 아트만이라는 실체와 무아의 대론과 유사한 맥락의 논쟁이 전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 안 교수는 둘의 동시 수용가능성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연구를 계속하고자 하였다. 안교수의 발표에서도 불교의 이타성과 윤리의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게 된다.
최재천 교수는 ‘불교와 다위니즘-그 흥미로운 수렴’이라는 논문에서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밝혔다. 이곳에서도 역시 무아연기론과 다윈주의가 어떻게 수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했다. 자신은 결코 DNA결정론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DNA에 의한 유전적인 요인과 인간의 자유의지의 양립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의지도 또한 ‘유전자 손바닥’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의 주장은 인간이 가지는 공통적인 인식구조와 각자 개인의 특징의 차이를 밝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성철 교수는 고결한 윤리라고 하는 자유의지와 도덕의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토론하였고, 우희종 교수는 진화생물학 자체의 한계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플로어의 질문 가운데 한형조 교수는 둘의 만남을 불편한 만남으로 정의하면서 “불성의 코드 즉 인간의 변화가능성이 유전자 안에서 모색될 수 있는 길이 있는가 또한 이기적인 유전자가 자신을 말살하는 일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날 학술대회의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불교와 과학이 양립가능하다는 명제가 생물학, 그 중에서도 진화론에서도 가능하다는 실마리를 찾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발표자들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비정함과 불교의 고의 문제, 진화론의 진화의 개념과 불교의 무상의 문제는 유사성을 가지는 것에는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이러한 큰 차원에서의 진화론의 이론과 불교의 교리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세밀한 부분에서는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각기 다른 의견들이 제시됐다. 특히 유전자실체론과 불교의 무아의 문제, 진화론 특히 사회생물학 안에서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 안에서 인간의 자유의지, 이타성, 자비의 문제가 어디에 위치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그러나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유전자 실체론과 유전자 결정론을 구분함으로써 자유의지, 이타성, 자비가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유전자 실체론이라고 할지라도 몇 백만년이라는 긴 세월을 두고 볼 때 실체로서의 유전자의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 인해서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변화의 가능성, 의식의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 이러한 가능성의 탐구는 앞으로 불교와 과학과의 관계에 대한 탐구의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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