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월 20일) 하버드대학의 크리스토퍼 K. 거머 박사가 내한 특별강연을 했다. 불교진흥원 월간 <불교문화>가 주관한 이날 특강에서 거머 교수는 서양에서의 불교 정신치료의 핵심개념과 진화과정을 소개했다.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서양, 특히 미국사회에서의 심리치료와 불교 위빠사나 수행법의 적용 사례를 실감나게 소개한 거머 박사는 “고통(Suffering)에 저항하거나 회피하기보다 오히려 정서적인 고통(Emotion pain)에 대한 우리의 관계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심원리이며, 이것이 불교심리학이 서양 정신치료에 제공한 주요선물”임을 강조했다.

이날 거머 교수의 특강은 미국 심리치료에 거세게 불교 있는 불교의 영향력에 대한 실감나는 정보를 현지 석학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들려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머 교수의 특강내용을 정리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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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전문>

1990년대에 들어서, 불교 심리학이 심리치료의 영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미국인)는 불교를 지지할만한 문화적 유산이 없었기 때문에 (인구의 2-3%만 불교신도) 심리치료에서의 불교 심리학의 인기는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으로 두고 있음은 분명하다. 사실, 이러한 새 치료법이 그들을 불교신자로 만들 것이라는 두려운 생각을 갖고 있는 몇 몇 종교단체가 있었다. 그러나 치료법의 배경에 있는 원리에 대해 탐구하면서 그 두려움이 없어지고 있다.

과학적인 효과성에 근거하여 심리치료에서 세속적 불교가 성장하고 있음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작년에 미국인 심리치료사 중 41%가 그들의 치료에 마음챙김을 통합시켜 실행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제 마음챙김에 근거한 치료를 연구하여 임상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학생은 거의 모든 미국의 대학에서도 과정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소위 마음챙김 및 수용에 근거한 심리치료 또는 불교적 심리치료가 가장 현대적이고 두드러진 형태의 행동치료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스위스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와의 사이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인도에 살았다 – 다른 독일인들과 이탈리아인들과 함께 영국 교도소에 있었다. 그 이유는 영국은 독일과 전쟁 중이었는데 그는 영국령 인도에 사는 독일인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하인리히 해러(Heinrich Harrer, 1912-2006)라는 남자를 알게 되었는데 그는 탈옥하여 히말라야산을 넘어 티베트로 가서 달라이 라마의 영어 교사가 되었다.

자라면서 인도와 티베트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1976년에 혼자서 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를 여행하였다. 나는 그때 산스크리트 만트라 명상을 배웠었는데 1970년대 당시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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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머물던 해에 나는 스리랑카의 외딴 수행처에서 위빠사나(Vipassana) 명상을 배웠다. 6주동안 동굴 안에서 소위 명상이라는 것을 하면서 보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8000마일이나 떨어져 계신 어머니와 머릿속으로 다투었다. 그러니 추측건데 그때 나는 어머니로부터 실제로 독립하는 것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 20년 넘게, 인도에 12 차례 이상 가서 다양한 요가와 명상을 공부했다.

1978년에 나는 임상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대학원을 시작한 지 2주 후에, 나는 첫 환자를 보게 되었다. 여성이었는데 그녀에게는 불안발작이 있었다. 나는 그 때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몰랐고 단지 명상하는 방법만 알았기 때문에, 그녀에게 명상을 가르쳐 주었다. 그 다음 회기에는 반 전체 학생이 일방 투시 거울(one-way mirror)을 통해서 보고 있었다. 나는 아주 안절부절 했다. 나는 내 환자에게 명상으로 상담회기를 시작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필요하다면 하지요!”답변했다. 분명히 환자보다 내가 더 치료가 절실했던 것이다.

그보다 3년 전, 허버트 벤슨 박사가 만트라 명상(사마타 수행)이 혈압을 낮춰주고 심장병을 막아준다고 보고한 적이 있었다. 같은 해에 틱낫한 베트남 선사가 미국에서의 첫 책을 출판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불교적 접근법(특히 sati, 위빠사나)이 힌두 만트라나 집중(사마타)법 보다 훨씬 인기가 많다.

왜 그럴까? 그것은 저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만트라와 같은 명상법으로 깊은 수준의 집중이나 평화에 도달할 수는 있어도,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고, 남들도 불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위빠사나는 모든 경험을 친절과 알아차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 단지 하나의 초점대상(만트라, 숨, 감각)으로 계속 반복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공부하고 있는데 방해를 받으면 화가 날 수 있다.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 나는 아마도 내가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고, 상대방에게 거친 말을 하기보다는 나중에 다시 오라고 정중하게 요청하게 될 것이다. 공부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사마타라면 방해를 친절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위빠사나이다. 위빠사나 수행은 명상하지 않는 나머지 23시간을 훨씬 편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집중 명상대신 위빠사나(통찰/마음챙김) 명상으로 전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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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매사추세츠 주의 켐브리지시로 이사하여 켐브리지 병원과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마찬가지로 심리치료학자인 서양 불자 그룹을 만나게 되었고, 그 때 이후 지난 25년간 꾸준히 매달 모이는 토론 그룹을 만들었다. 여기서 나눈 대화 중 많은 부분이 론 시걸 박사와 함께 편집을 한 책에 요약되어 있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마음챙김과 심리치료󰡕(김재성 역, 무우수, 2009)로 출간되었다. 이 토론 그룹이 1996년도에 명상심리치료연구소가 되었다. 이 연구소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심리치료에 불교심리학을 통합시키는 방법을 가르치는 기관이다.

불교가 심리치료에 주는 핵심 메시지는 지금까지는 마음챙김-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다. 이는 순간순간의 경험을 ‘바꾸려는’ 기존의 치료 형태와 매우 다르다. 치료를 받으러 올 때 환자들은, “나는 덜 불안하기를 원해요.”고 말할 것이다. 치료자는 이에 동의하고 불안을 줄여주도록 노력해왔다.

내 환자는 여러 해 동안 공황발작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그녀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고속도로 운전)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법, 이완하는 법(근육 이완), 자신에게 말하는 법(“이건 단지 두려움일 뿐이야, 심장마비는 아니야” 등)을 배웠다. 그러나 운전을 하고 출근할 때 여전히 긴장되고 불안한 상태였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그녀가 불안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온갖 기법들을 동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챙김 접근법은 그 반대이다– 불안함 등이 왔다가 가게끔 내버려 두는 것을 배우는 것이지 이에 저항하고, 싸우거나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컨트롤은 문제를 만들뿐, 해결책이 아니다.” 나는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 한다. “여러분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얼마나 자주 공황을 느끼는가가 아니라, 공황이 생겼을 때 얼마나 그것을 수용하는지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심리치료에서 불교의 두 번째 메시지는 ‘연민’이다. 연민은 수용의 한 형태이다 – 고통스런 ‘사람’을 수용하는 것이다. 나는 연민 특히 자기-연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다. 수년간 마음챙김 명상을 수행했으나(호흡에 초점을 맞추고, 산만함을 알아차리고 명칭붙이기), 충분한 연민을 지니지 못했다. 그런데 5년 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20년이 넘도록 대중 앞에서 말할 때의 불안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미국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가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느끼는 첫 번째 공포는 대중 앞에서 말하기입니다. 두 번째 공포는 죽음이라고 하지요. 이게 맞는 말입니까? 이는 곧 보통사람에게는, 장례식에서 고인을 기리는 영결사를 말하는 것 보다 관 속에 누워있는 것이 훨씬 편할 거라는 뜻이 됩니다.”

나는 중요한 강연계획이 있을 때, 이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조금 뿜어져 나오고 또 근육의 긴장도 있고 – 복부에서 긴장을 느꼈다. 이러한 예상 가능한 불편한 상태는 특히 내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새로운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자 계획할 때 더욱 더 심했다. 헛기침을 너무 자주 하고, 말을 더듬는 내 자신을 상상하였고, 아무도 안 웃어주는 농담을 하고, 나 때문에 청중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한 7년 전에는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실제로 나에게 “숨 좀 쉬세요!”라고 외친 적이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배경에는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길 바라는 욕구가 있었다. 즉 지적이며 매력적이고 청중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자 했다. 내가 당시에 가지고 있던 그릇된 생각은, 만약 청중 모두가 나를 좋게 생각하면 내가 진정으로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중 앞에서 강연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타인에게 가치있는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것이다. 내가 대중 앞에서 말할 때 느끼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전략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쪽으로 나 자신을 되돌리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주제가 뇌과학이면, 강연이 끝나기 전에 뇌과학에 대한 몇 가지 유용한 내용을 반드시 전달하기로 명심한다. “나”로부터 다른 곳으로 초점을 옮기는 방법이 항상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중 앞에서 불안해 보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계속 품고 있다면, 이 기법은 단지 부분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말하면서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가? 불안해 보이지 않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내 머리 속에 작은 모니터가 달려있어 계속 이렇게 물을 것이다. “너 불안하니? 너 지금 불안하니?” 결국은 이렇게 끈질기게 묻는 것 자체가 내가 억압하려는 그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일단 불안해지면, 불안해 진 상태를 또 불안해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대중 앞에서 말할 때 느끼는 불안에 대한 유일하게 남은 해결책은 그냥 불안한 상태로 있는 것이다.

나는 4-5년 전이 되어서야 전환점을 경험했다. 몇 달 전부터 나는 자애명상을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그 후 하버드 의과대학 학회에서 500명의 동료들 앞에서 말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나는 정말로 존중을 받기 원했다.

내가 말하려고 일어나는 순간에, 내 머리 속에 자애의 문구가 떠올랐다.

“내가 편안하기를. 내가 편안하기를. 내가 편안하기를. 그들이 행복하기를. 그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그러자 마치 마술처럼 내 공포가 녹아 없어졌다.

이로써 좋은 의미로 자기-연민의 힘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느꼈다!

심리치료자로서, 나는 충분한 수용과 연민 없이, 단지 알아차림만으로 심리치료에서 그다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아왔다.

마음챙김은 연민과 자애를 많이 내포하고 있지만, 심리치료에서 피할 수 없는, 강력하고 방해하는 정서를 다룰 때에는 연민과 친절을 뚜렷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만일 우리가 연민의 마음 자세(compassionate frame of mind)를 지니지 않으면, 우리는 보통 정서적인 고통에 대해 오랫동안 – 이를 변화시킬 만큼 오랫동안 - 열려있을 수 없다.

건강 의료에서, 연민은 보통 치료자의 임상가의 태도로 나타난다. 우리는 환자에게 친절하게 “당신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을 말해줄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서 그들의 고통에 열린 태도를 가지도록 격려하고 이러한 대화가 환자에게 영향을 끼칠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만약 한밤중에 혼자 침대에서 이불을 잡아당기며 뒤척이고, 수면제도 별 효과 없고, 명상도 효과가 없는데, 심리치료는 일주일 후에나 잡혀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내가 자문해기 시작한 첫 번째 질문은 “환자가 회기와 회기 사이 혼자 있을 때, 친절이 가장 필요한 그 순간에 스스로에게 친절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것이었다. 둘째, 임상가들은 보통, 연민이 얼마나 마음을 열어주고, 오래된 상처를 노출하고, 치유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지 알고 있다.

심리치료자들은 특히 정신적 심리적 외상(트라우마) 환자들을 대할 때 이런 방법을 주의깊게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한 편 치료실에서 마음을 연 후, 어떤 환자들은 치료실을 떠날 때 오히려 벽에 부딪친 느낌을 받았다는 것도 보았다.

나는 자주 생각하고 궁리했다. “내 환자들이 회기 사이에 상처를 덜 느끼고, 보다 회복탄력성(resilient)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으로는 자기-연민 실천이 우리 환자 대부분을 위한 약속임을 알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자기-연민에 이르는 마음 챙기는 길”이라는 책을 저술하게 된 것이다. 자기-연민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이며 불교 전통에서는 2500년간 수행되어 온 것이다.

심리치료자로서 내가 배우고 다시 배우기 가장 힘든 것은 연민을 갖고 고통을 향해 마주 보는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정서적 고통에 대한 새로운 관계방식을 확립시킨 것이야말로 서양심리치료에 불교가 가장 크게 공헌한 바이다.

물론 이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내 자신의 것이든 또는 남의 문제이든 불편함에 저항한다. 우리의 뇌는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붓다의 위대한 메시지는 – 사성제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 인생은 힘들다는 것(苦), 그리고 그 힘든 것(苦)에 저항하는 것 자체가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편안함과 불편함을 동등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배울 때에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이 생각은 페마 최드론이라는 티베트 비구니 스님에 의해 가장 잘 표현되었다. 페마스님은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 오랜 세월 후에도 우리는 아직 광분해 있을 수 있다. 오랜 세월 후에도 아직도 분노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소심하거나 질투하거나 무가치한 느낌으로 꽉 차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를 내버리지 않고 조금 나은 존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우리와 친구가 되는 것을 말한다.”

사실은 맞다! 우리가 하고있는 것은 경험에 대한 우리의 관계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즉 우리 자신을 고치고 변화시키고 개선하려고 애쓰기보다, 오히려 우리의 힘든 경험들을 넓고 부드럽고 연민에 가득찬 알아차림 속에 두고, 마침내 그 스스로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서적인 고통에 대한 관계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치료에서 가장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이것이야말로 정서적 치유의 초석이 되는 것인데, 불교는 이것을 서양에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수용하는 법을 배울 때 자연스럽게 더 좋은 느낌이 생긴다.

수용과 연민으로 고통의 치유를 처음 경험한 것은 대학원 재학 당시 내가 치료를 받을 때였다. 어린 시절 경험한 슬픈 사건을 얘기하자 치료자가 대놓고 울었다. 나는 전혀 눈물이 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앉아있었다. 심지어는 잠깐 그 보다 내가 우월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내 치료자 보다 내가 더 “남자답다는” 생각이었다 – 그래서 그가 내 얘기에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연관시키고 있다고 나는 현명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이후, 몇 달간의 치료 시간마다 내가 울게 되었다. 점점 겁먹은 4-5살 어린 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다시 연결된 것이었다. 결국 내 치료자의 자발적이며 연민에 찬 반응이 내 마음을 열어준 것이었다.

이 치료 경험 이후, 그 은혜를 갚을 기회가 수 없이 많이 찾아왔다.

예를 들어, 메레디스(Meredith)란 여성은 무기력하게 마약에 취한 상태로 우울한 엄마가 보는 앞에서 의붓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하였다. 메레디스는 화장실 거울에서 자신을 볼 때 구토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내가 슬프고, 알고자 하는 눈으로 바라보니까 그녀는 “내 친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나요?”라고 응답했다. 그녀의 얼굴은 텅 빈, 얼어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그녀의 눈은 나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내 고통은 타당한가요?” “당신은 내 고통이 보이세요?” “내 고통이 보일 가치는 있는 건가요?” 하고 묻는 것 같았다.

나는 원래 개념화를 잘하는 유형의 사람이라서, 고통을 [몸으로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있는 머리로 가지고 가서, 머리속에서 분석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메레디스의 사례는 엄마가 사랑할 줄 모른다 하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당연히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내 머리 속에서 이런 대화가 시작될 때, 희미하게 나를 끌어당기는 작은 힘을 느끼게 되어, 그 말을 삼킬 수 있었다. 배 근육이 이완되면서 내 눈에 눈물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네, 우리가 정말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해요.”라고 나는 대답했다. 우리는 서로 이해하는 촉촉해진 눈빛으로 교감하였다.

고통에 대해 마음을 여는 법을 배운 다른 임상 얘기가 있다.

몇 달 전, 나는 에단과 상담이 있었다. 그는 아주 우울한 중년 남성이며, 치료를 1년 간 쉰 후였다. 에단은 이혼을 겪고 있는 중이었는데, 당시 일시적으로 친구와 함께 볼품없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그의 사업은 경제 상황 때문에 안 좋았다. 그가 지은 집은 매달 내야할 돈을 내지 못하여 잃게 될 지경이었다. 그는 잠을 잘 수 없었고, 식욕을 잃어 몸무게가 줄었으며, 항우울제 및 항불안제는 듣지 않았다.

에단은 (인생의) 가득 찬 재난(full carastrophe)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자살하고자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계획은 없었다. 니체가 말했듯이 “자살에 대한 생각이 큰 위로가 된다; 이것으로 사람들은 힘든 밤을 견디게 된다.”는 그런 상태였다.

나는 에단을 안 지 거의 10년이 되었지만, 그가 이런 지경이 된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하는 보통의 (치료) 형식은 그의 경제적인 상황과 기타 인생 문제에 대해 함께 터놓고(brainstorm) 얘기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던지는 질문마다 그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문제더미에 부딪치게 되어 나는 금방 짜증이 났습니다. 결국 에단이 내 말을 멈추게 하더니, 내가 그에게 지쳐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호소하는 듯이 “우리가 거의 10년간 알아왔는데, 나를 안좋아 하신 적이 있나요?”라고 말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속도를 늦추고, 그냥 에단과 시간을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를 치료해서 자살 가능성을 방지하고, 집이 차압당하거나 정서적으로 무력해지는 것을 막으려고 서두르는 마음을 포기하였다. 나는 자신에게 “아무리 고통스러울지언정 이 순간은 우리 삶에서 유일한 순간이다. 지금은 단지 에단과 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에단의 현실에 저항하지 않고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도록 두었다. 이렇게 했을 때, 내가 느끼는 것에 얼마나 압도되었는지, 내가 에단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아마도 에단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도움을 바랬던 것이 아니었다. 에단이 계속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어요. 난 중년인데 그에 걸맞게 보일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내 인생 전체가 거대한 환상이었죠.”였다.

우리의 대화는 훨씬 간단해졌다.

에단: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거머: 나도 모르겠네요.

에단: 난 이제 정말 혼자에요, 아내도 직장도 없고 아무도 없어요.

거머: 정말 안 좋다는 사실 알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는 우리 둘 다 여기 있잖아요.

에단: 난 너무나 과로한 상태입니다. 공포 속에서 잠에서 깨어나요.

에단: 어떤 공포예요?

에단: 주로 돈 걱정이죠; 내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거죠.

거머: 당신 몸 어느 부위에서 공포를 느낍니까?

에단: 여기 배 속이요. 매일 일어날 때마다 내 위장이 꼬인 것 같아요.

그 순간에 나도 똑 같은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에단이 배 속에서 공포를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직감을 확인하고 싶었고, 또 에단에게 마음챙기면서 자기 몸을 탐험해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에단이 자기 경험을 말할 때, 나는 에단이 그날 하루를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주제로 돌아올 준비가 되기 전에 내 몸이 이완되기를 기다렸다. 에단이 나를 이겼다. 그는 스스로 “완전한 실패”라고 부르는 것을 멈추고, 병원을 벗어나 지내는 방법 즉 규칙적으로 식사하기, 더 자주 야외에 나가기, 뜬 눈으로 깨어서 되씹는 생각(반추)을 하는 대신에, 피곤을 느낄 때 잠자리에 드는 것에 대해 더 상의하길 바랐다.

처음으로 당황스럽고 무기력한 내 자신의 경험을 연민의 태도로 탐색하기 위해 멈추었을 때, 우리 둘 다에게 새로운 통찰과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는 진정으로 고통을 안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 우리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까지 고통이 가슴을 부드럽게 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나오미 나이(Naomi Nye)의 시 “친절”에서 마지막 두 단락을 소개한다.

내 마음 속 가장 깊은 것, 친절을 알기 전에

또 다른 가장 깊은 것, 슬픔을 알아야 한다.

슬픔으로 잠에서 깨어야 한다.

당신의 목소리가 모든 슬픔의 실타래를 잡을 때까지,

그 실로 짠 천 전체를 알아볼 때까지

그 슬픔에게 말을 건네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친절함만이 더 많은 의미를 지니게 되며,

오직 친절함만이 당신의 신발끈을 매주고

편지를 부치고 빵을 사는 일과를 하도록 만들어 준다.

오직 친절함만이 머리를 들어

세상의 여러 군중들 중에 나서서

여러분들이 찾아온 것은 바로 나요 라고 말할 것이다.

그 때부터 친절은 당신이 가는 곳에 어디든

함께 다닐 것이다.

그림자 또는 친구처럼.

불교와 심리치료와 함께 한 개인적인 여정에서, 현재 내가 와있는 이 지점은 마음챙김과 연민으로 나의 환자들과 내 자신에게 열려있기를 배우는 단계이다. 미래에는 무엇이 있는가? 불교와 서양 심리치료의 미래에는 무엇이 놓여있을까?

아마도 다음 단계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발전단계를 예상하여 론 시걸 박사와 함께 하버드 의과대학 학회를 개최하여 달라이 라마를 모시고 “심리치료에서 지혜와 연민 개발하기”의 주제로 토론하였다. 우리는 이제 이 주제에 대해 새로운 책을 편집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치료자가 필요해서 개인적으로 치료자를 찾는다면 어떤 유형의 치료자를 원하는지 자문해보면, 그 대답은 반드시 특정 접근법이나 기법에 대한 지식이나 훈련 또는 심지어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현명한 사람 – 삶을 잘 사는 것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고 연민이 많은 사람 –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태도로 대할 줄 아는 사람에게 치료받고 싶을 것이다. 우리 심리치료에서 직접적으로 연민과 지혜에 관해 자주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든 좋은 심리치료의 중요한 요소라고 묵시적으로 인정한다. 진실로, 현명하지 못하거나(unwise) 연민이 없는(uncompassionate) 치료자와의 대화에서 유익함을 얻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머 교수의 개인적인 이력은?

크리스토퍼 K. 거머 박사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캠브리지 시에서 불교 정신치료를 전문분야로 하여 임상 심리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78년부터 정신치료에 명상의 원리와 실천을 통합시켜 왔고, 다양한 명상법을 탐구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인도여행을 했다. 거머 박사는 하버드 의과대학 심리학 임상지도교수이며,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고대 불교 심리학을 효과적으로 현대 정신치료에 통합시키는 방법을 교육하는 기관인 명상심리치료연구소(Institute for Meditation and Psychotherapy)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국제적으로 마음챙김과 자기-연민에 대한 워크숍과 강연들을 해왔으며 또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받은 책인 Mindfulness and Psychotherapy(2005, 󰡔마음챙김과 심리치료󰡕 김재성 역, 무우수, 2009)의 공동 편저자이고 The Mindful Path to Self-Compassion: Freeing Yourself from Destructive Thoughts and Emotions (2009, 󰡔자기-연민에 이르는 마음챙김의 길: 파괴적인 생각과 정서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법󰡕)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