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잘 가시오, 잘 계십시오 하면 될 것을 퇴임식이나 뭐다 해서 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40리를 가는 차를 타고 가다 보니 내릴 때가 돼 내린다. 모양만 변하지, 원래 오고 가는 것은 없다.”

지관 스님이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마지막 남긴 퇴임사이다. 조계종 제32대 총무원장 지관 스님 퇴임식이 10월 30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임기를 다 채운 뒤 작별 인사를 남기고 떠나는 총무원장이 지난 20여년간 없었던 탓인지, 혹은 지관 스님이 남긴 그리움이 깊어서인지, 스님의 임기동안 업적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퇴임식장에는 아쉬움의 눈물을 닦는 스님과 종무원들이 유독 많았다.

지난 4년간 조계종을 이끌어온 지관 스님은 “돌아보니 자리만 지켰지 한 일이 없는 것 같다. 4년 동안 사부대중들이 자기 처소에서 맡은 일을 잘 해주었고 부처님이 그 일을 증명해서 큰 일 없이 지내올 수 있었다”며 함께 일해온 종무원들과 사부대중들에게 감사를 돌렸다.

크게보기

지관 스님은 이어 “팥을 솥에다 푹 삶으면 팥의 형체는 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요 팥은 그대로 솥에 남아있다”며 “우리 몸도 4년간 변하고 마음도 변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슬퍼할 것도 없고 기뻐할 것도 없다”고 담담한 인사를 전했다.

이에 앞서 종무원조합 원우회 김한일 위원장은 송별사를 통해 “그동안 어려운 일을 대할 때마다 하나하나 해설을 붙여준 커다란 사전과도 같았기에, 이제 저희들은 스님의 지혜를 사전으로 삼으려 한다”며 “오늘은 마치 졸업식과 같은 마음이라, 스님의 제자로서 다시 출발하는 시간으로 여기겠다”고 다짐했다.

크게보기

이날 퇴임식에는 전 교육원장 청화 스님, 포교원장 혜총 스님을 비롯해 지관 스님 임기동안 조계종의 교역직을 맡았던 전현직 스님들과 종회의원 스님들이 참석했으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청와대불자회장 박재완 수석, 국회 정각회장 최병국 의원, 김의정 중앙신도회장 등이 참석해 지관 스님의 퇴임을 축하했다.

이날 퇴임식장에는 지관스님이 직접 쓴 ‘佛光普照 廣度衆生(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비추어 중생을 널리 제도하리라)’이 걸렸다.

크게보기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