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19)연대, 기득권 포기 및 탕평종책 수용․선언해야한다

9월 29일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자중 유력한 자승 스님이 공식적인 출마를 선언하였다. 종회의원 등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출마의 변에 대해서 당연한 것이지만 여타 후보자들과 종도들의 귀감이 될 수 있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 금번 선거는 후보등록 이전부터 과거와 다른 특이한 형태의 선거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종단은 물론, 전 불교계 아니 더 나아가 일반 시중 언론까지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싱겁게 끝났다’ ‘권불십년(권력의 한계성)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차기를 보장받기 위한 상호간 이면합의다’라는 등 특정후보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말 특별함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금번 제33대 총무원장이라는 지도자 자리는 과거에 비해서 전혀 새로운 가치와 예사스럽지 않은 책무를 어쩔 수 없이 부여받았기 때문에 전 종도들의 관심은 물론, 국민적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이런 이유이다. 쉽게 표현해서 현 정권의 종교편향에 따른 봇물 같은 열화가 시청 앞으로 불자들을 모으게 했고 이로 인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리는 현 정권과 차기 정권에게 까지 의 상관성을 연관시키지 않을 수 없는 국가적 지도자 위치로 격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더더욱 선거를 치루는 과정과 당선이후 장자종단으로서 불교계와 정권과의 함수관계는 물론, 나아가야 할 지향점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중대한 몇 가지 문제와 함께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자승 스님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 이전부터 소위 4자(+12)연대를 선언해 충격을 주더니 막판에는 5자(+19)로 외연 확대를 과시하면서 역대 선거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연일 경신시키고 있고 이런 분위기로 인해 종단이 마치 계엄선포 직전과 같은 분위기속에서 이에 반대하는 여타 스님이나 조직들에게 공식․비공식적으로 말막음을 강요하거나 위협적 분위기를 유도하고 마치 대중적 여론인양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노골적으로 ‘떨어진 곶감 당연하게 주워 먹기’라고 표정도 감추지 않고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종단 권력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5자 종책모임과 19개 교구본사 주지들이 공식적으로 보여준 것은 ‘원융화합’이라는 기치를 내건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속내는 다수의 기득권이 연대하고 뭉친 것이기 때문에 원융이고 화합이라고 말해도 수적으로 우세하니 이런 말이 타당하다고 우길 경우 반론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을 갖고 있으면서도 무조건 이에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으로 가름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합의에 의한 대중공사라는 표현을 내세워 다수의 기득권들만이 원융하고 단결하겠다는 무언의 표현이고 압력인 것이다. 경선 의지를 약화시키고 무력화시킴으로 인해 당선이후 종단 내외적으로 가쳐 올 폐해와 갈등․외부적 압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도저식 선거 쿠데타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이유인 것이다.

4자 종책모임 합의 추대 결의 시 가장 두드러지게 강조한 것이 선거인단 여비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인데 사실 이런 공언은 할 필요도 없고 사실상 여비를 받을 필요도 없다는 의미를 스스로 자임한 결과를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당선이후 현재의 기득권을 이상적으로 더 배분받고 소위 野 성향 종책모임까지 권력과 직위를 나눌 수 있는 여건을 확대시킨다면 결국 대부분의 종회의원들이 가입된 5자연대에서 한정된 직위라는 먹거리를 갈갈이 나누고 분탕질하는 등 분할 독식을 하겠다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여비 명목으로 뭉치 돈을 받아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며, 부차적 효과로 여타 후보들에 대한 금권선거 차단이라는 선명성을 내세울 수도 있고 상대에 대한 금권 차단 장벽을 치게 할 수도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획득한 것이다. 결국 여타 후보나 지지 세력에 대한 항복과 완전 승복을 요구하는 간접 표현이고 향후 4년여간 종단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소위 ‘5자연대 독식 집행부’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특이한 여론의 한가운데 있는 것은 대다수 종책모임과 교구본사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추대한 것이 왜 나쁘냐, 언제는 합의추대가 승가전통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절대적 지지와 추대가 왜 나쁘고 비판을 받아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분위기가 도처에서 분출되고 있다. 승가의 집단에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합의추대를 하는 것은 승가 본연의 모습이고 진정한 대중결사의 본보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장본인들이나 이를 장외에서 지켜보고 있는 많은 사부대중들은 그런 합의 추대가 정말 대중공의에 의한 정상적이고 공심에 의한 의사 표현인지에 대한 의혹과 함께 향후 상대적으로 당할 가능의 피해의식으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시스템과 합의 조직이 성공적으로 집권할 경우 과연 장자종단인 조계종단의 참모습이 대사회적․대정부적․대종단협의체적인 대상들에게 어떻게 투영될 것인지에 대해 심란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선거의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차피 모양과 형태가 바뀌었을 뿐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에 과거를 거울삼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는 종회의원들이 종책모임간 의견을 공유하고 설득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특정후보 지지를 강요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협박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반대하는 스님들이나 지지하는 스님들까지 조계사 인근의 S호텔․S모텔에서, 눈치 보이는 대상이거나 집단적인 회유와 설득이 필요한 경우에는 다소 먼 거리에 있는 K관광호텔 등에서 돈 봉투가 오가고 회유가 안 되면 협박하거나 집단적으로 강압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일들이 투표 하루 전이나 이틀 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행태는 그런 방법을 쓸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집단적인 추대로 인해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고 특정 종책모임의 문중에게 차기를 보장해주는 이면합의가 내면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12개 본사에서 19개 본사로 확대된 추대분위기를 보면 사실상의 제왕적 대통령을 모시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같은 단일성을 과시하고 있다는 놀라움이 있다. 과거에는 본사주지가 임의적으로 선거인단을 지정하고도 이를 믿을 수가 없어서 한 호텔에 집단적으로 수용한 후 선거 당일까지 외부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 핸드폰 사용까지 통제하는 등 표 단속을 했던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다. 이제는 19개 교구본사 주지들이 특정스님을 지지하겠다고 공식화했기 때문에 이런 전자의 사례가 많이 줄기는 하겠지만 결국 교구단위 선거인단을 공개적으로 선출하거나 본사주지가 지명하거나 가릴 것 없이 추대 후보에게 기표하라는 무언의 의미를 강요받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말사주지가 연임을 받을 목적으로 본사주지가 필요하다는 돈을 맞춰주기 위해 몇 천만 원에서 억대의 돈을 기부하는 것이 관례인데 만약 본사주지의 특정후보 지지 강요를 기피하거나 거부한다면 그날로 말사 주지나 해당 종무직 소임을 하지 않겠다는 소신과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본사주지들의 영향력은 엄청나고 결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여타 후보자들에 대한 문제들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후보자들이 종책 제안이나 공약사항에 공을 들여 종도들과 선거인단에게 자신의 출마의지를 각인시키기 보다는 불가항력의 유력한 특정후보의 취약점을 들추어 이를 공개시켜 망신을 주겠다는 전략은 효과도 없을뿐더러 ‘초록이 동색’인 특정후보 지지자들에게 설득의 한계를 넘게 할 수가 없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 전략이었고 선거판도에 영향을 줄 수도 없다는 점을 일찍이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비판받아야 할 대목인 것이다. 청정성과 비구로서의 자격요건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결국 본인들 스스로 당선을 위한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특정후보를 비방하기 위한 방편으로 흘러갔던 것이고 결국 특정후보만을 겨냥한 연대성 기자회견으로 종착하고 끝난 것이다.

본 자정센터에서는 차기 총무원장이 청렴성을 기반으로 인품과 경륜 더 나아가 정치적 능력을 갖추고 대중적인 함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분이기를 고대했었고 이런 대중의 바램이 결국 불교를 살리고 건전하고 상식적이며 정통성을 함께 공유한 이판과 사판의 경지를 고루 갖춘 분이기를 욕심낸 것이 사실이고 종단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이런 지도자 탄생이 필요한 시대적 소명이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출마한 후보자 스님들 공히 이런 기대에 충족하는 조건을 갖추었느냐에 대해서 대다수의 사부대중들과 불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학식있는 인사들까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회의적 시각은 범불교적으로나 범국가적으로 큰 손실이고 결국 불교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솔직한 표현으로 현 총무원장이신 지관 스님의 4년간 행적을 분석해 보면 많은 오류와 착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불교가 시대적․정치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변환기를 거쳐 가면서 지관 스님의 연륜과 경륜과 인품이 토대가 되어 불교지도자에서 국가지도자로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은 불교 내외적 공히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국가적 지도자로서의 조계종 총무원장의 역할에 비해 현재의 출마 후보자 스님들이 과연 지관 스님과 같은 역량과 상대적 카리스마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함량을 갖추었느냐고 지적한다면 대다수 종도들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을 거침없이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력후보자 측에서 거론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의 집행부 구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단 역사상 총무원장 독주와 전횡의 시대가 있었고 이런 폐단을 94년도 종단개혁이라는 혁신적 변환기를 통해 부분적으로 문제가 해소된 것이 사실이지만, 종단내의 문중과 계파라는 존재의 특성과 수많은 종단분규 과정에서 경험한 스님들의 심리적 피해의식으로 인해 집단지도체제의 집행부가 구성된다면 사실상 조계종단은 물론, 한국불교라는 거대한 배를 바다나 강이 아니라 산으로 올리겠다는 집착으로 끝없는 갈등과 분란만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스님들은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과거와 현재적 경험으로 보아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사회적․종교적 조직에서라도 최소한의 계파라도 형성되어 있다면 그 계파의 이익을 담보받기 위해 자신들의 이익과 배분을 요구하고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계파의 특성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책간 계파와 본사주지간의 세력 구축을 위해 자연 발생적으로 갈등과 파행이 발생할 것이고 이런 불화로 인해 집단지도체제라는 종책 구상은 결국 배를 산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단점을 알고도 작심한 모양새를 그대로 보여주고 드러낸 것이다.

어느 계파가, 어느 본사주지가 사회법으로 실형을 선고받고도 징계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과 일 년에 수십억 원의 시주와 수많은 신도들로부터 개인적 찬조금(약값이나 공양비 명목)까지 받고 있고 명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내 자리가 아니니 스님이 맡아주시오’라고 상대 계파에게, 타 교구본사에 양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도 선방에서 참선과 고행을 마다하고 있는 많은 납자들은 ‘닭 벼슬 같은 감투’라고 경멸시하고 있지만 이런 닭 벼슬자리가 엄청난 재화와 명예와 권력과 보호막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닭 벼슬로 볼 수가 없다는 것이 대다수 대중스님들의 현실적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유력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스님들이 은처와 축재․사행성 도박 및 오락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이런 분위기와 조직 내에서 차기 집행부를 집단지도체제이니 하는 외형적 합리성을 내세워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와 외연 확대를 추구한다면 조계종단과 한국불교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심대한 피해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본 센터에서는 간곡하게 전 사부대중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합법하게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도록 지속적인 자정의 의지를 견고하게 할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1. 자승 스님을 지지하고 합의 추대를 공식화한 5자(+19)연대 합의체는 특정후보 지지가 종단의 발전과 국가적 여망을 실현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지지 후보자가 당선됨과 동시에 현재의 우월적 지위와 기득권에서 물러나겠다는 각오 하에 부여받은 행정직위 사퇴서를 일괄 제출하고 차기 총무원장으로부터 재신임을 받겠다는 ‘무소유 정신’과 ‘탕평종책’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사부대중 앞에 공개 선언하라.

2.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심경 스님)에서는 각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소해 공표할 수 있도록 가칭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 즉각 가동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

3. 각 교구본사주지들은 인터넷 정보화시대임을 인식해, 선거인단을 지명하거나 지명토록 요구했던 과거의 집착을 털어버리고 교구 스스로 자유롭고 활발하게 대중적 함의에 의한 선거인단 선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명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4. 각 후보자 스님들은 자신들의 불리한 여건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대중적 지지와 신망을 이끌어내지 못한 한계를 통감하고 선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종책과 공약을 통해 종도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당연한 귀결임을 인식하고 어려움을 만회하거나 차기를 목표로 의도성 있는 비방과 선거이후 송사 등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떨쳐내기 바란다. 이것만이 종단과 한국불교를 살리고 국가적 지도자를 만드는 기초에 동참하는 길(道)임을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