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탈도 많았던 태고종 총무원장 선거가 비교적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에서 인공 스님은 선거인단 과반을 넘는 압도적 승리를 거둠으로써 박빙 승리일 경우 나타날 수도 있는 불협화음을 잠재우는데 일단 성공했다.

또한 함께 경쟁을 벌였던 후보들이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종무에 협조하기로 하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인공 스님의 발걸음은 ‘지쳐있는 태고종’을 이끌어 가야 하는 무거운 부담에도 불구하고 한결 가벼워졌다.

승리를 한 인공 스님이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밝힌 것처럼 태고종은 “지쳐 쓰러져 있는데, 이제 다시 일어나려”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인공 스님이 탈진상태에 빠져 있는 태고종을 추슬러 다시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는 게 태고종을 걱정하는 종단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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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이번 선거의 공신들은 종단의 요직에 기용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가능한 선거 공신들은 종단의 공직을 맡지 않고, 개인적인 조언이나 간접적인 협조 수준에 머물러야 종단의 화합과 안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인공 스님이 선거 과정에서 일부 실세측근들에게 휘둘린 인상도 없지 않은 만큼 첫 인사에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스스로 선거 승리에 공을 세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공 스님의 진정한 승리는 성공한 총무원장이 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 스스로 자중하고, 이선으로 물러나 새 총무원장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둘째,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선거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박빙승부가 예상될 만큼 치열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인공 스님으로의 표 쏠림 현상은 인공 스님의 종책을 지지해서라기보다 종단이 또다시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고, 안정 속에서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종회의원들의 마음이 표출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전임 집행부에서 이뤄진 종단운영의 난맥상을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해 책임을 물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공 스님이 종단을 운영하는데 가장 큰 부담 중의 하나는 선거과정에서 줄곧 제기된 것처럼 전임 원장의 대변자, 또는 대리자라는 굴레라고 할 수 있다. 이 굴레가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런 우려를 벗지 않는 한 소신 있고, 독창적인 종단운영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종단 주변의 일치된 우려다. 앞으로는 전임 집행부와의 정치적 단절과 소신 행정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넷째, 선거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누더기 상태에 있는 종헌종법을 새롭게 제정하는 수준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종법 간의 상충되는 내용이 수두룩하고, 정작 규정돼야 할 내용은 빠져 있는 등의 허술한 종헌종법을 가능한 완전한 수준으로 새롭게 손을 보아야 하는 것도 시급한 현안 중의 하나다.

다섯째, 분열된 종도들을 하나로 규합하는 통합의 정치를 펼치기 위해 탕평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부원장들을 선거 승리를 이끈 공신그룹이 아닌 종단 내에서 두루 신망 받는 인물로 임명해야 하고, 총무원 집행부의 부실장들도 전국의 각 종무원장들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 경쟁했던 후보자들의 조언을 받아서라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인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종단부채와 관련된 봉원사 문제와 선암사 문제 등 조계종과 연관된 현안에 대한 공명한 처리와 보우승가회 등이 줄기차게 지적했던 각종 현안에 대한 공정한 해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과욕은 삼가야 한다는 점이다. 총무원장직을 수행하다 보면 자연히 욕심이 생겨날 수도 있으므로, 원장 직후 밝힌 것처럼 종단의 어려운 현실을 수습하고 도약을 위한 초석을 놓는 것이 이번 총무원 집행부의 소명이라는 겸손한 자세로 종무에 임한다면 인공 스님이 이끄는 태고종 새 집행부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태고종 인공 집행부의 면면은 인공 총무원장이 당선 직후 밝힌 바대로, 오는 10월 10일 안팎이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첫 집행부의 인사와, 종단 수뇌부의 구성이 인공 집행부의 성패를 가를 첫 가늠대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