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불교계를 대표하는 진보 승려 진관 스님과 지원 스님이 묵직한 책을 펴냈다. 거리에서, 대중 속에서 활보하며 민주화와 통일을 외쳐온 두 스님이 ‘태고보우 임제종’을 연구한 학술서를 낸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조금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진관, 지원 두 스님이 왜 태고보우를 연구했는가를 알 수 있다. 두 스님은 모두 시인이기도 하지만 불교역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온 분들이다. 지난 2008년 『고구려시대 불교수용사 연구』와 『한국불교정화운동-금오선사를 중심으로』라는 공저를 발간한 바 있다.

그러니 이번에 『태고보우 임제종 연구-생애와 수행을 중심으로』(경서원)라는 학술서를 낸 것도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만한 내공이 갖춰져 있다는 말이다.

진관 지원 두 스님이 이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명료하다. 태고보우는 원나라 석옥청공으로부터 임제종의 선맥을 전수해왔으므로 임제종의 법을 계승한 것이지, 조계종의 선맥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땅히 조계선맥은 보조지눌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스님의 주장은 거침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예컨대, 조계종정을 역임한 성철 종정은 태고보우를 임제종이라는 승려로 확신하고 있었음에도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으니 모순이라는 것이다. 두 스님은 고려말 태고보우는 임제종 승려임에 틀림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태고보우를 조계종의 종주로 인정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묻는다.

어쩌면 이 책은 태고보우를 연구함으로써 조계종의 종주가 태고보우가 아닌 보조지눌임을 밝히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아가 두 스님은 태고보우의 출가본사가 회암사가 아니라는 점을 근거를 들어 밝히고 있다. 태고보우는 1301년에 태어나 1313년에 출가하였는데, 회암사의 창건은 1329년 지공에 의해 이루어졌으므로 태고보우의 회암사 출가는 오류라는 것이다. 따라서 태고보우는 회암사에 거주한 바가 없고 결론적으로 조계종의 종주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진관스님이 동국대 박사과정에서 연구한 ‘태고보우 임제종 연구’가 그 기저를 이루고 있는 책이다.

거리를 돌며 민주화를 외친 두 스님이 이제 그동안 틈틈이 진행해온 공부와 연구를 바탕으로 불교사학자의 길로 들어선 것을 기념하는 이 책은 늘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조계종의 법통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두 스님이 아직은 학계에서 인정하는 정통 불교사학자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두 스님이 이 책을 통해 제기한 문제마저도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앞으로 가야불교사, 고려불교사, 조선불교사, 개화기불교사, 근대불교사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는 진관, 지원 스님. 두 스님의 거침없은 행보가 체면과 안면에 가려 정작 치열함을 상실한 불교학계에 신선한 청풍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