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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숙한 종교가 무어냐고 물으면 불교라고 말하지만 ‘종교를 갖고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친(親)불교인’들이 ‘참불교인’이 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불교에 처음 입문한 사람들에게 기본교리와 불교예절 등을 알려주는 조계사 청년회 연수원(원장 장우 이계복)이 12월 13일~14일 남산 대원정사에서 진행한 철야정진 구도법회.

토요일 저녁 바쁜 일정을 뒤로 미룬 채 남산 대원정사 앞에 집결한 신입법우들은 처음 접하는 구도법회 시간인지라 모두들 호기심에 차있었다.

이계복 원장의 안내로 대원정사에 들어선 신입법우들은 잠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먼저 발원문을 작성했다. 처음 써보는 발원문인지라 무엇을 써야할지 몰라 옆 사람이 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 하고 싶은 말을 주저 없이 써내려가는 사람, 자신의 소원리스트를 작성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으로 발원문을 작성했다.

발원문 작성에 이어 108염주 만들기 작업이 진행됐다. 난생 처음 만들어보는 염주인지라 한알이라도 빠지면 큰일날 듯 108이라는 숫자에 맞춰 실에 염주알을 꿰었다.

이계복 원장은 “발원문을 작성하게 되면 삶의 목표가 생겨 더 적극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108염주 만들기는 집중력 강화와 작지만 완성이라는 성취감을 느끼게 할 목적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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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어갈수록 구도법회의 열기는 더욱 무르익어 갔고 밤 11시에는 대원정사 주지 지장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지장 스님은 ‘맛지마 니까야’를 인용해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것을 신경 쓰는 것은 무익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신경 쓰는 것은 유익하다”며 “감각에 집착하거나 쾌락에 빠져드는 것들이 신경 쓰지 말아야할 것들이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들이 신경 써야 할 것들”이라고 전했다.

스님이 법문 하는 동안 신입법우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스님의 법문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흡사 어미 새가 물어온 먹이를 먹기 위해 집중하는 어린 새들과도 같아 보였다.

스님의 법문이 끝난 후에는 기공지도자 김영희씨의 기공지도가 이어졌다.

동물들의 모습을 본뜬 동작들로 이루어진 기공을 따라하면서 다소 무료해지던 구도법회가 활기를 되찾았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었고 지장 스님의 수행법 실습지도가 이어졌다.

오늘의 수행법은 ‘소리명상’이었다. 스님은 ‘옴’, ‘훔’ 등 소리와 ‘옴마니반메훔’ 진언을 외며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도록 지도했다.

“공중에 붕 뜬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경질적인 느낌이 들던데요.”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이상한건가요?”

소리명상을 한 참가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지장 스님은 “자신의 상태에 따라 반응은 각양각색이므로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수행하면 자신을 바로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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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되자 참가자들은 차를 마시며 자신의 느낌을 공유했다. 경험을 나누는 것은 서로를 탁마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므로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다. 특히 초보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코스다. 이어지는 순서는 윤좌법회였다. 구도법회참가들이 일 대 일로 마주 않자 서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시간이었다. 만난지 며칠 되지 않아 법우애를 심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밤은 더욱 깊어가 새벽예불 시간이 다가왔다. 새벽예불을 마치면 아침이 다가오겠지만 기나긴 겨울밤인지라 동트는 모습을 보려면 아직도 한참이다. 밤을 새며 놀았던 적은 있었지만 밤을 새며 수행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참가자들은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들의 얼굴엔 밝은 웃음이 가득했다.

하룻밤의 구도법회를 회향한 참가자들은 어떤 마음일까?

“불교는 다양한 수행법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실제 참가해본적은 처음입니다. 앞으로도 수행을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하루사이에 특별한 것을 얻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여러 법우님들과 법우애를 다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주위 친구들에게도 불교를 전하고 싶습니다.”

구도법회에 참가한 신입불자들은 며칠 뒤에는 수계를 받고 진정한 불자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들은 하룻밤 동안 깨달음에 한걸음 다가갔다. 앞으로 얼마를 더 가야 도착할지 모르는 구도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들은 또 함께 모여 하룻밤의 경험을 나누며 모두들 다짐했다. 진정한 불제자가 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