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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12월 14일 길상사 창건 11주년 기념법회에서 특별법문을 전했다. 스님은 그동안 떠돈 건강이상설과 달리 정정한 모습으로 법문을 전해 보는 세간의 우려를 해소시켰다. 스님은 이날 법문에서 올해 닥친 경제위기의 원인과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이야기했다. -편집자주

‘맑고향기롭게 근본도량’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몸과 마음에 전율 같은 것을 느낍니다. 제 자신이 맑고 향기롭게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뜻하고 향기로움은 청정의 사회적인 메아리입니다. 제자신이 청정하고 사회적으로 울림이 되는지 늘 의문입니다. 맑고 향기롭게라는 말은 이 도량이 존속하는 인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화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길상사 이 도량이 오늘처럼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힘쓰고 협조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2월은 지나온 한해를 마무리 짓는 달입니다. 뒤로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마무리 짓는 것이 삶의 질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마무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막연한 흐름에 매듭을 짓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결의이기도 합니다.

오늘과 같은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도 따지고 보면 그때그때 마무리 짓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해온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도 신문이나 TV에서 익히 들어본 사람이겠지만, 앨런 그린스펀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아이젠하워 정부 이후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해 더 많이 대출을 받아 더 많이 소비하라고 부추겼습니다. 가장 낮은 금리로써 유혹한 겁니다. 집값이 올라서 엄청난 거품이 생긴 상태에서 대출을 늘리는 것은 재산가치의 추출이란 아주 애매모호한 말로써 미국인들을 현혹시켰습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생산성이 향상된 증거라고 말하는 일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야말로 오늘 미국제국을 무너뜨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추종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맹신하는 이른바 주류경제학자와 관료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습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 주식을 사면 때 부자 된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민의 어려운 살림에 서민들이 주식투자할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그와 같이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일찍이 투기로써 한 몫 잡은 전력이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어려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앞으로 부자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잇습니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한 결 같이 뉴딜정책을 들고 나옵니다. 새로운 성장 정책을 다시 거론하고 있습니다. 뉴딜정책이나 경기부양정책도 모두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착취를 경제성장의 재물로 삼는 즉 미래 세대의 몫까지 빼앗는 경제정책임을 알아야 합니다

골드만삭스니, 리만브러더스니, 이런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겁니다. 미국의 금융 재벌들이에요. 리더들은 대게 유태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금융재벌들이 석유를 매점매석하는 바람에 우리가 얼마나 곤욕을 치렀습니까? 비싼 유가 때문에. 곧 배럴당 200달러로 오를 거라고 엄포를 떨면서 온 지구인들을 공포에 두려움에 떨게 했습니다.

이런 과보로 그들 자신도 망하고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계화의 허상성이 이렇게 드러난 것입니다. 그전에는 어떤 금융위기가 닥쳐도 그 지역, 그 나라에서만 한정된 것이었는데 이제는 온 세계에 번지지 않았습니까? 이것이 세계화의 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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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세계경제가 고도성장으로 줄달음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직한 일입니다. 그것은 이 세상의 종말을 재촉하는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한정된 지구자원에서 파괴된 환경과 기후변화 때문에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이 더 살아갈 수 없게 됩니다. 고도성장이 지속된다면, 무절제한 경제 팽창은 지극히 부도덕한 현상입니다.

또한 그러한 실현도 불가능 합니다. 모든 탐욕은 다른 사람의 몫까지도 빼앗기 때문에 부도덕한 것입니다. 물질적인 재화는 한정됐기 때문에 고도성장의 계속된 실현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이 탐욕에 눈이 어두워서 앞다투어 고도성장만을 추구한 결과가 오늘과 같은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철없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저는 요즘 세태를 바라보면서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인간능력으로는 어떤 흐름에도 제동을 걸 수 있는 자제력이 없습니다. 지금 현재 지구인들로서는. 그러기 때문에 외부적인 힘 타력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겁니다. 모든 현상에는 그 뒤에 의미가 있습니다. 왜 그 희망의 21세기를 구가했던 희망의 2008년에 와서 이렇게 온 지구가 경제위기에 봉착하게 됐습니까?

여기에는 커다란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런 난국에서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요즘보다 몇 배 어려운 시절에도 극복해 왔습니다. 역사를 볼 때.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제1차 오일쇼크 2차 쇼크, 김영삼 정권 말기 IMF 이런 것도 다 우리가 겪어왔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만족할 줄도 모르고 고마워할 줄도 모르면서 산더미처럼 쓰레기만 만들어내는 우리 현실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분에 넘치는 풍요로운 환상에서 우주의 메시지로서 오늘의 경제위기가 닥친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무엇을 가지고 만족할 줄도 모르고 고마워할 줄도 모르는 이런 무딘 사람이 됐습니다. 온 지금 인류가 그런 겁니다. 여하튼 분에 넘치는 풍요로운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어떤 우주의 메시지가 이시대의 우리에게 전해진 거에요. 잘못 길들여진 생각과 생활습관에 일대 전환이 있어야 됩니다. 사고방식이나 습관에 일대전환이 있어야대요,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니고 인간된 도리를 제대로 하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온전한 세상으로 회복됩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 어느 것도 고정된 것은 없습니다. 유동적입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게 마련입니다.

오늘 같은 경제불황과 어려움도 한 두 해 지나면 풀리게 마련입니다. 이것이 우리 인류가 거쳐 온 살아온 역사에요 어려운 때 일수록 유동적인 상황에 기죽거나 휘둘리지 말아야합니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밤낮없이 기죽이고 죽어가는 소리뿐 아닙니까? 그런데 기죽거나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맑은 정신으로 이런 현상을 냉철히 바라볼 필요성입니다. 이러한 현상배후에 숨은 뜻을 캐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그때그때 마무리 지으면서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인간답게 지혜롭게 사는 길을 다함께 모색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