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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나고 논에 나가면 짚단이 세워진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짚단이 서있는데 어떻게 설 수 있나요? 볏짚들이 혼자서 서있던가요?”

지련 스님의 질문에 청중들은 일제히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혼자 설 수는 없죠? 서로 서로 기대어 받쳐주어야 설 수 있습니다. 부부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청중들은 이제야 짚단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알아챈 듯 고개를 끄덕 거렸다. 지련 스님은 이어 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전에 재상의 마차를 끄는 마부가 있었습니다. 남편을 한동안 지켜보던 그의 아내가 하루는 ‘저와 이혼해주세요. 당신을 떠나 친정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부는 깜짝 놀라 이유를 물었죠. 아내가 말하길 ‘당신은 재상의 마차를 끄는 마부일 뿐입니다. 재상은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당신에게도 공손히 대하지만 재상의 마차를 끄는 마부일 뿐인 당신은 너무나 거만하고 마치 당신이 재상인 듯 행동하지 않습니까’”

마부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청중들은 마부를 지칭하며 ‘잘못했네, 자기가 뭐 잘난 게 있다고 잘난 척 하는 거야’라며 아내의 ‘이혼선언’을 지지했다.

“이야기가 여기까지만 끝났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이혼했겠죠. 하지만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마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고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부인 내가 잘못했소. 그간의 행동들이 얼마나 철없고 무지한 행동들이었는지 당신의 말 때문에 알게 되었소. 나를 한번만 용서해 주시오.’ 아내는 진정 반성하는 남편을 용서했고, 정신을 차린 마부는 이후 높은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대부인이라는 칭송까지 듣게 됐습니다. 이 결말의 공은 누구에게 있겠습니까?”

청중들은 일제히 “마부의 부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입을 모았다.

“맞습니다. 아내의 공이 컸습니다. 하지만 아내 혼자만으로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마부가 아내의 충고를 듣지 않고 반성하지 않았다면 가능했을까요? 아내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혼 했을 지도 모르고 아내가 없었다면 마부는 평생 마부신세를 면치 못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서로를 기대고 의지하며 받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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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청중들은 스님의 뜻을 알아채고 어느 관계나 마찬가지이지만 부부관계 속에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

지련 스님은 “나 자신만 옳다고 생각지 마십시오. 함께 가십시오. 행복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는 당부로 법문을 마쳤다.

약 10분간 청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지련 스님의 이 법문은 12월 13일 동방불교대학(학장 영우)이 주최한 설법대회에서 태고종 종정상을 수상한 내용이다.

올해로 6회를 맞이한 동방불교대학 설법대회는 부처님의 전도선언을 실현한다는 목표로, 스님들의 설법 능력을 향상시키고, 포교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지련 스님의 법문은 경전 내용을 인용해 풀어내는 부분에는 미흡했지만 청중들과의 교감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고 평가를 내렸다.

이날 설법대회에서는 과욕된 기도를 참회하고 오직 부처님만 생각하라는 내용의 ‘기도하면 되는데’를 발표한 불교학과 성지 스님이 태고종 총무원장상을 수상했으며, 청소년들의 꿈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간절함과 자신감을 강조한 ‘BIG DREAM’을 발표한 승가학과 의덕 스님이 동방불교대학장상을 수상했다.

제6회 설법대회에는 20여명이 참가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총 6명 스님들의 설법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