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이하 진흥원)은 요즘 불교계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조차 크게 없었던 진흥원이 세간의 초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불교방송과 조계종이라는 불교계의 주요한 두 기관과의 향후 관계정립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것이 그 직접적인 이유다. 불교방송과는 사장 추천과 관련된 문제가, 조계종과는 조계종의 진흥원 이사 진출에 대한 문제가 각각 현안으로 놓여 있다.

이런 진흥원이 지난 12월 2일 오후 5시 ‘불교와 사회’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는 ‘불교진흥 활동의 어제·오늘·앞날’이며, 부제는 ‘불교진흥원 설립의 목표와 의미로 본 비판·기대·전망’이었다.

당초 불교계에서 활동 중인 각 분야의 인사들을 초청해 진흥원의 향후 행보에 관한 조언을 듣는 의례적인 자리로 준비된 이날 토론회에는 교계 모든 언론이 대거 취재에 나서 진흥원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의 초점임을 입증했다.

크게보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는 김재영 동방불교대학 교수, 박광서 재가연대 공동대표, 김용표 교수불자연합회 회장(동국대 교수), 서화동 한국경제 종교담당 기자, 임연태 현대불교 편집책임자, 정성운 불교정보센터 대표와 이학종 미디어붓다 대표기자 등 7명이다. 진흥원 쪽에서는 김규칠 상임이사와 이용부 이사, 박우석 사업팀장이 참석했다.

이날 김규칠 상임이사는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모임이 진흥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불교진흥원의 변화를 모색하는 자리”라며 “각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분들의 기탄없는 제안과 비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규칠 상임이사는 또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회의가 있었으며, 그 자리에서 교계의 다른 기관이나 단체에서 하고 있는 중복된 사업이나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은 지양하고, 진흥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사업을 하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어 이밖에도 △실질적으로 한국불교 진흥에 기여할 사업 △수익사업은 지양하고 통합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의 사업 △현대사회에 적합한 사업 △젊은 불자들을 위한 포교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인터넷 시대에 맞는 종합 데이터를 다루는 사이트의 개발 등에 진흥원이 나서라는 요청이 이전 모임에서 제기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첫 발언에 나선 김재영 교수는 “진흥원이 초기의 간접지원에서 직접사업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사업예산의 15%를 쓰는 출판사업이나 19%를 쓰는 불교대학과 문화센터 운영은 이런 맥락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영 교수는 “진흥원은 불교내부의 잠재역량을 조직하고 기능화하여 사회적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론의 장, 공론의 채널을 개설할 것”을 주문했다. 또 한 각계각층의 지도자를 발굴, 네트워크화하고, 한국불교의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진흥원 내에 ‘지원사업 심의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설치해 진흥원의 인적 풀을 확대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광서 교수는 김재영 교수의 지적에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명하고,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진흥원은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교프로그램 공모와 같은 사업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명한 박 교수는 “자극을 줄 수 있는 사업, 기금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임연태 부국장은 “공모를 통한 사업추진에 동의하지만, 가능성 있는 단체나 기관이 있다면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부국장은 “진흥원의 존재감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진흥원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자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운 불교정보센터 대표는 “진흥원이 어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해명과 정리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예를 들면 10·27법난 당시 진흥원이 어떤 포스를 취했는가에 대해, 또 조계종이 특위를 구성해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화동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진흥원의 사업에 비해 존재감을 작았던 것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며, 진흥원의 운영에 다른 종교단체의 우수한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하고, 법인 운영에 경영마인드를 과감하게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김용표 동국대 교수는 “진흥원이 불교학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줄 것”을 주문했다.

이학종 미디어붓다 대표기자는 진흥원의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적극 동의를 표하고 “가능한 모든 지원사업은 공모를 통해 정하는 원칙을 세워야 하고, 과거와 같은 단체나 기관의 운영비 보조형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기자는 또 “진흥원이 추진할 직접 사업은 오직 진흥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며, 그 한 예로 인터넷 시대를 관장할 포털사이트 구축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진흥원이 추구하는 한국불교 글로벌화도, 젊은 불자에 대한 포교나 투자도 결국은 포털사이트라는 툴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덧붙인 이 대표기자는 “진흥원이 종단이나 대학이나 학교와 같은 교계주요기관이 해야 할 일까지 도맡아 할 필요는 없으며, 추진사업 범위를 가능한 협의의 개념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칠 이사는 이에 대해 “오늘 나온 고견을 가능한 진흥원의 향후 사업방향 결정에 반영할 방침”이라며 “과거와 같이 이야기만 듣고 마는 일이 거듭된다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이사들이 책임을 질 것”이라며 ‘진흥원의 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교계의 주 관심사였던 불교방송 사장추천과 관련된 문제, 조계종 중앙종회의 특위구성에 대한 대응 문제에 대해서는, 자칫 진흥원의 향후 사업방향을 정하자는 토론회의 취지를 손상할 수 있다는 우려로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김규칠 이사는 “불교방송 사장 후보 중의 한 사람이었던 이각범 교수는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많은 아이디어와 경험, 인맥을 갖춘 분으로 콘텐츠의 중요성이 날로 확대되는 오늘날 적합한 방송사 사장후보였다는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며 “이런저런 이유로 사장선임이 미뤄져 스스로 자진사퇴하게 된 데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의 이사파견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진흥원 이사에 조계종 지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토론 참석자들의 대다수도 조계종의 이사파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