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반 고요하고 깊은 목소리로 불교방송의 새벽을 일깨우는 프로그램 ‘경전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여주 보륜사 성정 스님이 11월 26일 삼성출판박물관 뮤지엄아카데미에서 ‘윤회전생과 나의 삶’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출가승려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스님의 법문 내용을 미디어붓다에서 간략하게 소개한다. -편집자주

저는 스무살에 출가를 해 올해 환갑이 되었습니다. 40년간 불교에 몸담고 있으면서 무엇이 바탕이 돼야 하나 생각해보니 ‘인과와 윤회만 알아도 악업은 짓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는 여섯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내가 만든 업대로 그 길을 가는 윤회가 바로 그 여섯갈래의 길을 도는 것입니다.

윤회란 사람으로 살면서 만든 업에 의해서 6도(道)를 돌아다니는 것을 윤회라고 말합니다. 6도란 인간세상에서 악업을 짓고 가서 고통 받고 사는 지옥, 배고픈 고통으로 사는 아귀, 가축이나 야생, 미물중생으로 사는 축생, 인간과 천상 사이에서 다투는 고통으로 사는 수라, 인간세상에서 복을 짓고 천상에서 즐겁게 사는 천상, 그리고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인간계로 나뉘어집니다.

인간으로 살면서 좋은 업을 지으면 인간으로 태어나고 나쁜 업을 지으면 축생 지옥으로 떨어집니다.

선업, 악업을 지으면서 6도를 왔다갔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이 중생의 삶입니다. 이 여섯갈래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해탈이라고 합니다.

여섯 군데 돌아다니다나 그 복을 다 받아버리면 다시 또 돌아갑니다. 여기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출가를 해보니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길을 닦는 것을 수도(修道)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죽어도 이 사람이 내 짝이지, 내 천생연분이지라는 콩깍지가 씌여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합니다. 천생연분을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이라고들 합니다만, 불교에서 천생연분은 천 번이나 와서 천 번을 만난 사람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업으로 오늘을 살고, 오늘의 업으로 미래가 결정됩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삼세양중인과라고 하는데, 과거의 삶은 현재의 인이 되고 현재의 삶은 과거의 인으로 새로운 삶 즉 과를 만들게 되고 미래의 삶은 현재의 과가 인이 되어 현재와 같이 살게 되는 것입니다.

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대승기신론에서는 9상차제(九相次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생의 업으로 금생의 삶을 시작하려고 태어나는 것이 그 첫 번째인 업상(業相)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것이 전상(轉相)입니다.

박세리 선수가 단순히 이생에서 열심히 골프연습을 해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을까요? 다섯 살된 아이가 기가 막히게 노래를 하고, 생후 20~30개월 된 아이들이 어려운 문제들을 척척 푸는 것이 이생에서 배운 것일까요. 이미 전생에서 닦아놓은 업이 이생에서 빨리 발현된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자기가 취미있는 것을 찾다가 20세가 넘으면 진로가 서서히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현상(現相)입니다.

또한 아는 만큼 대로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이 지상(智相)입니다. 머리가 좋은 만큼, 복이 있는 만큼 능력별로 일이 정해집니다.

상속상(相續相)이란 능력대로 직업을 갖고 계속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 일한 것에 애착과 집착을 갖게 되는 것이 집취상(執取相)입니다. 그 직업으로 이름이 나는 것을 계명자상(計名字相)이라고 하고, 일생동안 그 행위를 하면서 만든 업이 바로 조업상(造業相)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업이 다음생의 과보가 되어 태어나게 되는 것을 수보상(受報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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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출가한 절이 법주사 수정암입니다. 그곳에는 문장대가 있는데 여기를 세 번 오르면 염라대왕이 죄를 사해준다는 속설이 있어서 이곳 큰방은 항상 기도하러 온 할머니들로 가득합니다. 여기서 당시 돈 500원을 받고 하룻밤을 재워주고 공양을 대접하는데 우리는 그래서 스스로 밥장사라고 불렀습니다.

하루종일 부엌에 들어가 밥을 짓고는 큰방은 할머니들 차지가 되고 저는 다락방에 올라가 잠을 자곤 했습니다.

저는 출가한지 엿새 만에 머리를 깎았는데,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스님 생활을 알겠더군요. 만약 한 달만에 머리를 깎았더라면 그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삭발을 했으니 절에서 내려가지도 못하고 죽도록 일만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저희 큰 스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어느 산속에 절이 있고, 그 아래 마을로 가는 길목에 할머니와 며느리가 살고 있었는데, 산중에 계시는 스님과 상좌가 마을에 내려갈 때면 항상 이 집에 들러 밥을 얻어먹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 집 할머니가 보니까, 며느리가 스님들이 오시는 날이 되면 항상 밥 두 그릇을 솥에 따뜻하게 데워놓았다가 스님들이 오시는 날이면 그 밥을 내어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며느리에게 ‘너는 어쩌면 그렇게 미리 알고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냐’고 하니까, 며느리 말이 ‘스님들이 오시는 날이 되면 그 전날 꿈에 황소 한 마리와 송아지 한 마리가 저 멀리서 오는 것이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스님이 오셔서 공양을 드시는 날, 할머니가 이 말을 전했더니 갑자기 스님이 화들짝 놀라면서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게 아닙니까.

할머니가 왜 그러냐니까, “내가 이 집에 와서 공양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이구나. 황소 될 업을 늘여가고 있는 것이구나” 이러더랍니다.

그 며느리의 꿈에 스님과 상좌의 내생이 보였던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저희 큰스님이 ‘너 황소될래, 그 빚 지금 갚을래’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두말없이 다락에서 자면서 열심히 일을 했더랍니다.

그렇게 중 노릇 40년을 하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다음 생에 어디서 태어날 것인가,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분명이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업을 지금부터라도 익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모친이 85세이신데, 항상 TV 앞에 계신 모친을 보고 제가 염주를 1000개씩 10번만 돌리고 나서 TV를 보시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딸이 내준 숙제 때문에 가끔 다른 일이 있는 날에는 TV도 못보시고 염주만 돌리시다가 주무시기도 하시더라구요.

다음 생에 내가 누구와 부모지간으로 만나겠는가. 염불도 안하고 지혜도 안닦으면 어디서 태어나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니 어머님께 염불공덕이라도 쌓게 해드려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억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1000원이 모라자면 10억 부자가 될 수가 없듯이, 작은 노력들을 소홀이 하면 결코 복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운문사에 가다가 젊은 부부가 둘이서 모내기를 하는데, 어린 아기를 논두렁에 눕혀놓은 채 땀을 흘리며 모내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그 모습을 생각하면, 밥 한 톨을 버리고서 어떤 복을 짓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쌀 한톨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경향신문을 보니 오바마 당선자의 삶이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거기에 보니 아프리카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흑인 남자가 하와이대학을 다니다 오바마 어머니를 만나 오바마를 낳고, 다시 하버드대학으로 유학갔다가 자신의 조국 케냐로 돌아갔더군요.

이후 오바마의 어머니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사람과 결혼을 해 이곳에서 아들을 키우게 됩니다. 오바마의 어머니는 아들이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새벽 1시에 일어나 아들에게 영어를 하루 3시간씩 가르쳤습니다. 아들에게 제대로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것입니다.

부처님도 6년 동안 죽기 직전이 될 정도로 고행을 하셨습니다. 부처도 그 노력을 한 다음에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우주의 원리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생에는 금생보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회전생이란 현재를 사는 것, 나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9상차제를 통해 일평생의 삶이 만들어집니다. 업은 금생에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전생 인연으로 살아지고 금생에 노력한 결과로 다음 생에 좋은 인연을 만나 살 것이니 다음 생에는 더 나은 인생이 되도록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는 이미 모든 것이 결정돼 있다는 운명론적 입장은 결코 아닙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윤회와 업의 이치입니다.

제가 91년도에 뇌 속에서 혹이 두 개가 발견됐습니다. 병원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떼어내라고 하는데 제가 수술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해 중국 오대산을 갔는데, 그날 밤 꿈속에서 한 스님이 내 방으로 들어오더니 지팡이로 제 머리를 두 방을 때리고선 ‘혹이 부서졌다’고 하고는 나가셨습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제가 20년간 그 이야기를 입밖에도 내질 않았더랬습니다. 요즘도 가끔 머리가 욱신거리긴 합니다만, 내 명이 다할 때 가야지 하면서 수술을 안하고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습니다.

혹이 악성으로 변하면 가야할 것이고, 잘 다스리면 부처님 가피라 생각할 것입니다.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그 인연업에 의해서 우리 생이 만들어지듯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여러분도 다음 생에 따뜻하고 비옥한 땅에서 태어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시길 발원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