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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이나 방장의 임기제를 종신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종단의 최고 어른이 임기가 끝나면 최고 어른이 아니게 되는가. 또 은사제도도 문제가 있다. 은사의 권위에 기대어 상좌의 능력에 관계없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주경 스님(중앙종회 의원)

“제도가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의 문제 아닌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별사안마다 제도의 변화로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다. 조계종의 바람직한 승려상을 정립해 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원철 스님(총무원 재정국장)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11월 28일 ‘조계종단의 총림을 조명하는 대토론회’에서 조계종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토론회에 참가한 조계종 스님들은 종단의 현안문제 해결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특히 경제적 기반, 제도적 문제 등 현재 조계종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이어졌다.

크게보기주경 스님은 “공찰이나 본사는 가난해지고 암자나 사설사암은 점점 부유해진다. 사설사암 주지는 2000cc차를 타는데 본사 주지는 트럭타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공찰의 임기제도로 인해 운영의 일관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림이나 본사급의 사찰의 주지는 임기에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주경 스님의 주장이다.

크게보기송광사 강주 일귀 스님은 ‘선원의 심각한 재정적 문제’를 지적했다. 일귀 스님은 “수행대중은 100여명이 넘는데 신도는 50여명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며 “10년 이상 수행한 수좌들은 자기 자신만 생각지 말고 법문을 통해 신도들에게 감화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귀 스님은 “수행경험을 법문으로 전하게 되면 신도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며 이는 재정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크게보기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원철 스님은 “종교단체라는 것이 공금과 공공 소유가 많아야 하고 종교인 개인은 가난하고, 무소유를 추구하고 청빈해야 한다”며 “공공재정확보를 위해 단체의지와 상관없이 대사회적 요청에 대한 답을 주고 대안을 제시해 문제를 해결하면 불교의 위상도 올라가고 많은 재정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원철 스님은 또 “경제적 기반에 관해서는 조계종적 경제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크게보기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은 ‘사찰의 검소한 재정운영’을 제시했다. 금강 스님은 “스님들 스스로 소임비와 해제비를 축소하는 등 내적으로 검소해져야 한다”며 “일반재가자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재가자들이 재정을 담당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크게보기이밖에 해인사 승가대학 종묵 스님은 “총림이 보유한 막대한 임야를 활용해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종회의원 덕문 스님은 “스님들도 전문기술을 습득해 직접울력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으로 재정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확충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선거제도, 각종 소임의 임기제도, 종회 운영 등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금강 스님은 “종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며 종회가 없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종회에서 다뤄지는 문제들은 본사급 주지들의 논의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강 스님은 “포교원과 교육원의 위상을 높이고 총무원은 그 아래서 보조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총무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포교와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귀 스님은 “총림에서는 청규가 중요하나 아직까지도 청규제정이 미흡하다”며 “종회에 관심을 쓰는 것만큼 청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조계종단은 문화재 관람료 의존도가 너무 높다”, “천도재 중심의 재정확보 모습은 좋지 않다”, “불교 외적으로 불교내부 문제를 해결하려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크게보기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정영식 연구교수가 ‘중국총림의 성립과 전개’를,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김상영 교수가 ‘한국불교총림의 전개양상과 그 역사적 의의’를, 동국대 불교학과 고영섭 교수가 ‘불교 조계종 종합수도장 오대 총림 연구’를, 해인사 승가대학 종묵 스님은 ‘총림의 현황, 나아갈 방향’을 발표했다.

‘중국총림의 성립과 전개’를 발표한 정영식 교수는 “중국불교단이 국가의 강력한 통제하에서 국가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조계종단은 정치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처지이며, 조계종단은 송원대와 같이 장원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그로인한 문제나 부패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고청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대(唐代)의 총림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선농일치(禪農一致)를 통해 최소한의 자급자족을 영위하며 수행에 열중했던 모습을 이상으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크게보기‘한국불교총림의 전개양상과 그 역사적 의의’를 발표한 김상영 교수는 “한국불교에서는 고려중기부터 총림, 또는 총림회와 관계된 자료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12~3세기 개최됐던 총림회는 9산선문의 선문차원에서 행해진 특별법회의 성격이 강했으며 고려후기를 지나면서 이전 시기의 총림회는 더 이상 행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고려 후기 관련자료를 검토하면, 총림은 대부분 선찰(禪刹) 또는 선종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조선시대에 와서는 총림이 마치 일반 사찰을 칭하는 고급용어처럼 인식되고 있는 느낌이며 근대 이후 경허의 수선결사에서 총림 또는 청규와 관련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며 “그러나 경허가 인식했던 총림은 오늘날 조계종 총림과는 다르며 조계종법령에 나타나는 총림 개념은 성철 청담에 의해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크게보기‘불교 조계종 종합수도장 오대 총림 연구’를 발표한 고영섭 교수는 “여러해 동안 불교 총림들은 불교계뿐만 아니라 불교계 너머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역할을 해왔으나 전반적으로 현재의 조계종 오대 총림의 기능과 역할은 교구본사의 기능과 역할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며 “문제는 총림이 지니고 있는 강원과 선원 및 율원 등의 ‘종합성’이 온전히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이어 “조계종 총림들이 왜 본사의 기능 정도로 밖에 역할을 하지 못하는지 어떻게 해야 총림이 좀더 사회적 국가적 시각을 가지고 선도해 줄 수 있는지를 출재가를 떠나 불자 모두가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크게보기이날 ‘총림의 현황, 나아갈 방향’을 발표한 해인사 승가대학 종묵 스님은 “현재 종단이나 총림의 여러 문제는 해방 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그 체제를 정비해 가던 불교계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당시 불교적 체제정비에 적당한 모델을 찾지 못해 사회의 제도를 무비판 적으로 차용하여 불교적 체제와 관점이 상실됐다”며 “승단에 적합한 창조적인 모델을 찾고 연구하고 고민하기보다 손쉽게 세속의 편의주의, 기능주의, 졸속함, 성과올리기, 수직적 사고의 과단성이 만들어내는 운영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모든 총림 대중이 율사이면서 동시에 선사이고 학승이며 여실한 전법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