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사 선원장 현웅 스님이 선원에서 11월 27일부터 기독교 성경 강의를 시작했다. 아리랑 고개를 따라 돈암동 산중턱에 위치한 육조사를 찾아갔다.

“선심으로 보면 성경이나 불경이나 모두 바른 가르침인데, 성경도 모르고 불교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종교가 더 우세하다고 우겨댑니다. 그런 불필요한 오해들은 서로에게 손해를 끼칠 뿐입니다. 종교의 본질을 아는 종교인은 결코 자기 종교를 자랑하거나 우쭐대지 않습니다.”

1967년 송광사 구산 스님 문하에서 출가한 현웅 스님은 지난 20여년간 미국 버클리에서 미국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포교를 해오다 2004년부터 서울에 육조사를 창건했다. 육조사에서 시민선방을 운영하며 쉽고 명확한 강의와 수행지도를 펼쳐 강북 지역에 잔잔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님은 최근 선문촬요 강좌를 끝내고 11월 27일부터 두달간 ‘선심(禪心)으로 읽는 성경’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성경 이야기를 통해 불교를 가르쳤어요. 그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토대로 불교를 전한 것이지요. 선이라는 것은 단순히 불교의 한 형태이거나 중국불교의 수행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을 향한 마음 그 자체입니다. 선심으로 종교를 만나면 모든 문화가 건강해집니다.”

스님이 강조하는 선심이란 무엇일까. 현웅 스님은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 중생이 본래 갖고 있는 불성이 바로 깨닫는 마음이고 이것이 곧 선심”이라고 설명했다.

현웅 스님은 얼마전까지 선원에서 강의한 달마 스님의 『선문촬요』가 이번 강의를 마련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선문촬요를 읽다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달마 스님은 선문촬요에서 진리만을, 선만을 이야기합니다. 종교 이야기는 전혀 없어요. 그 이치를 알게 되니까 불교나 기독교의 경계를 넘어선 성경 강의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날 저녁 처음으로 열린 성경 강의를 듣기 위해 80여명의 청중들이 돈암동 산중턱의 육조사를 찾았다. 그 중에는 가톨릭교인도 있고, 개신교인도 몇몇 섞여 있었다.

“기독교인들이 아주 좋아해요. 내가 출가할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시골에서 한평생 농사만 짓던 우리 부모님이 성인이고, 관세음보살이더라.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고 나니, 그게 바로 거듭나는 것이고, 또한 그들이 제도되는 것이더라는 이야기를 하니 어느 기독교인은 눈물을 주루룩 흘리더군요.”

스님의 법문에는 관념적인 이야기가 없다. 즉각적이고, 직관적이며, 통찰만이 존재한다. 성경을 강의하면서도 그의 이야기에는 기독도, 불교도 아닌 깨달음을 향한 마음만이 테마로 등장한다. 스님은 당신이 앞으로 강의할 몇 가지 성경구절을 소개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베드로에게 ‘너는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나를 부인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베드로가 자신의 형상에 따르고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예수는 자신의 형상을 따르지 말고 각자 안의 진리를 믿어야 한다는 점을 베드로에게 깨우쳐 준 것이에요. 이는 금강경에서 ‘32상을 보고 여래를 따르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지라 끝끝내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즉 성경의 거듭난다는 말은 불교의 무명을 깨우친다는 말과 똑같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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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부활 후 제자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냐고 묻자 산모가 극심한 고통을 참고 낳은 아기를 보는 순간 내가 함께 할 것이라고 한 이야기는 선에서 이야기하는 은산철벽을 뚫어야 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예수가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한 것은 흔히들 이야기하듯 겸손을 강조한 것이 아닙니다. 이는 부처가 부처를 모른다고 하는 것과 같이 진리가 둘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스님은 ‘기독교와 불교의 가르침이 같다’고 말하면서도 서양에서 한참 유행한 예수가 인도에서 불교를 공부했다는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는 물론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다소 위험한 이야기에요. 특히 불교 쪽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서서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예수는 분명 한 소식을 한 사람이고, 예수가 더 수승하느니 부처가 더 수승하느니 하고 비교할 필요는 없어요. 예수의 경지를 모르는 기독교인과 부처의 경지의 모르는 불교인들이 언어에 사로잡혀 서로를 비교하고 헛된 논쟁을 일으킬 뿐이죠.”

스님은 선심으로 다가가면 예수는 지금도 살아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2000년전 죽은 예수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골고다에서 떠나간 예수를 오늘에 살려내기 위해 이 강의를 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글귀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으로 예수의 진리를 살려내는 것이죠. 예수가 설한 진리를 알게 되면 서로의 종교를 다툴 이유가 없어지고 그 후에는 평화가 옵니다.”

선방 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절 이름이 육조사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스님이 버클리에 세운 뒤 미국인 상좌들이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절 이름 또한 육조사이다.

“스님께서는 구산 스님, 전강 스님 등 당대 최고의 선사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면서, 왜 절 이름에는 육조 혜능 스님의 법호를 따오셨습니까?”

“육조 스님은 불교를 알기 이전부터 이미 불교의 진리를 깨우친 분입니다. 누구나 불교를 통하지 않고서도 진리를 깨우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육조 스님이 우리들에게 최고의 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조사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이름인 것이죠.”

‘육조’라는 절 이름은 결국 그 절을 지켜온 스님의 이상향이 아니라, 이곳을 찾아오는 대중들이 모두 혜능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메시지였다. 그가 기독교인이든 가톨릭인이든, 불자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절 안으로 들어갈 때는 무심코 쳐다본 사찰 현판이, 돌아서는 길에는 문득 성경을 통해서도, 불경을 통해서도 누구나 진리의 문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말없는 법문처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