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인천불교총연합회 제25대 회장으로 두 명의 스님이 선출되는 파행이 일어났다.

인천불교총연합회는 인천 지역의 스님들로 구성된 임의단체로, 약 50년간 종단, 종파와 관계없이 인천 지역에서 포교활동을 하는 스님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친목모임 형태로 운영돼 왔다.

그런데 11월 22일 각각 다른 장소에서 열린 총회에서 23, 24대 회장을 역임한 인천 용화사 주지 대은 스님과 부루나포교원 법명사 주지 선일 스님 두 명이 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제23, 24대 회장을 역임한 대은 스님 측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지난 11월 22일 오후 5시에 진행하게 될 총회에 앞서 12시에 간석동 로얄호텔 1층 한식당에서 제 25대 인천불교총연합회장을 정대은스님으로 재선출했다”고 주장했다. 대은 스님 측은 “11월 19일 17시까지 입후보자 접수를 받아 22일 선거를 하려했으나, 접수마감일까지 공천기탁금 1,000만원과 입후보서류를 등록한 결과 정대은 스님 단독으로 입후보하여 선거 없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은 스님 측은 또 “몇 해 전부터 같은 지역 내에 타 불교 단체를 만들어 인천불교총연합회의 활동을 방해하고 연합회 활동에 미온적으로 참여하던 일부 스님들이 회원 자격도 없는 스님들을 동원하여 총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당선공고를 하지 못하고 총회 해산 공고(연합회 감사 청담스님)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대은 스님은 25일 이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만들어 불교계 언론사에 배포하고, 25일자 인천일보에는 대은 스님이 인천불교총연합회장에 재선출됐다는 동정기사가 실렸다.

대은 스님의 동정 기사가 난 바로 다음날인 26일 선일 스님과 인천불교총연합회 부회장 혜정 스님 등 총연합회 관계자들은 조계사 산중다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일 스님 측의 입장을 표명했다.

선일 스님 측은 “총연합회에서 총회(투표일)을 22일 오후 5시 로얄호텔로 공고를 했고, 대은 스님은 당일 4시 반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총회 직전 자리를 떴는데, 몇일 뒤 신문에 재당선 동정이 실려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선일 스님은 또 나는 먼저 회장 자격에 문제가 없는지를 협회 측에 문의했고, 아무런 답변이 없자 등기우편을 통해 회장 후보 등록을 했는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은 스님 측은 뒤늦게 내가 회장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게보기

대은 스님은 △선일 스님이 지난 2년간 월1만원씩의 회비를 내지 않았고, 1000만원의 공탁금도 걸지 않았기 때문에 회장 선출은 무효이고 △선일 스님이 인천 내 범불교연합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총연합회의 활동을 방해했으며 △인천불교총연합회 소속이 아닌 타지역 스님들을 선거에 동원했고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총회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인천불교총연합회 부회장 혜정 스님은 “2년전 공탁금 제도와 회비 낸 회원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회칙을 개정해 회장에 선출된 장본인이 바로 대은 스님”이라며 “자신이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공고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의 측근 스님 7명을 모아놓고 자신을 회장으로 재추대하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당일 모인 스님들은 비디오로 다 찍혀있으니 그들이 인천의 어느 절 스님들인지는 직접 확인해보면 알것이고, 그날 총회를 방해한 외부인사는 단 한명도 없었고 아주 여법하게 진행되었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전개됨에 따라 인천불교총연합회를 둘러싼 내분은 당분간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은 스님 측은 선일 스님 측이 협의회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청하는 제안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한편 선일 스님은 “임의단체인 인천불교총연합회장직을 둘러싸고 이런 문제가 외부로 알려진 데 대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이번 기회에 파행으로 운영되던 총연합회를 바로 잡아 연합회를 법인화하고 회관 건립해 연합회의 틀을 제대로 갖추는 한편, 인천불교계 구성원들의 화합과 발전을 이루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