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사상을 한국불교계뿐만 아니라 종교를 초월한 인류의 사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설립된 보조사상연구원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지눌 스님의 수선사 전통을 계승해온 송광사 문중의 스님들과 한국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최고 학자들이 모여 만든 이 학회는 그 구성원들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조계총림 방장 회광승찬 스님과 송광사 주지였던 현호 스님, '무소유'의 저자 법정 스님, 지금은 고인이 된 이종익 동국대 교수, 심재룡 서울대 교수, 김지견 강원대 교수를 비롯해 현 원장을 맡고 있는 동국대 교수 법산 스님, 서강대 길희성 명예교수, 권기종 동국대 명예교수,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동국대 교수 법산 스님, 한기두 원광대 교수, 박성배 뉴욕주립대 교수,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 등이 이 학회의 발기인으로 참가했다.

이후 보조사상연구원은 한해에 8차례씩 세미나를 개최해 올해까지 87회에 걸쳐 월례발표회를 개최했으며, 매년 봄가을에 걸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오며 보조사상뿐만 아니라 한국 선불교 연구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90년대 보조 스님의 돈오점수와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 논쟁을 이끄는 등 한국불교학의 발전에도 커다란 자취를 남겼으며, 김호성, 박영재, 인경 스님, 임승택 교수 등 현재 불교학계를 이끄는 신진학자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보조사상연구원이 12월 6일 오전 10시부터 법련사 대웅보전에서 ‘보조사상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에는 20년전 보조사상연구원을 만들고, 이제는 학계의 원로가 된 학자들이 대거 참가해 보조사상을 현대적으로 조명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진단한다.

주제 발표 1에서는 권기종 동국대 명예교수가 ‘지눌사상의 재조명-지눌을 다시 만나다’를 발표한다. 권 교수는 지눌의 저술이라고 알려진 문헌들의 진위를 거론하며, 진위 논란이 있는 저술을 통한 지눌사상과 확실한 자료에 의한 지눌사상을 구분하여 도출한다.

주제 발표 2에서는 강건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인간학으로서의 보조사상’을,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비교사상적 관점에서 본 지눌의 선사상’을 발표한다.

강건기 교수는 보조사상이 인간 상실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서 지니는 의의를 전망한다. 길희성 교수는 지눌과 에카르트, 라마나의 사상을 비교한다. 길 교수는 절대와 상대의 완벽한 합일이라는 점에서 지눌과 라마나의 신비주의 사상은 일치하고 있으며, 기독교 신비주의적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에카르트 역시 그 궤를 같이 하여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제 발표 3에서는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눌 이후의 수선사-지눌과 혜심’을, 동국대 교수 법산 스님이 ‘조계종, 송광사 그리고 보조사상’을 발표한다. 최병헌 교수는 지눌과 혜심의 사상적 연결을 되짚어보며, 법산 스님은 보조사상이 현 조계종에 이르기까지 끼친 영향과 함께 보조사상연구원의 설립 배경에 대해 총론을 펼친다.

매번 두 명의 토론자를 붙여 불교학계의 토론문화를 선도해온 보조사상연구원은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토론을 붙이지 않은 채 난상토론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후문에 의하면 학계 원로 교수들의 토론자로 나설 학자를 섭외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발표자들끼리의 의견교환과 청중들의 자유토론이 보다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조사상 연구의 산 증인들이 들려주는 발표와 신진학자들의 반론과 문제제기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