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곡당 일타 대종사의 상좌인 선혜 스님이 은사의 사리탑비 제막을 기리는 시를 제막식에 앞서 발표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경건하게 했다. 시인이며, 저명한 다승이기도 한 선혜 스님은 생전 일타 스님으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상좌 중의 한 분이다.

제막식 참석자들은 선혜 스님이 시 낭송을 들으며, 특히 마지막 부분인 “가신님은/ 온 곳도 보이지 않았는데/ 사대(四大)는 옛길을 따라 갔고/ 남은 흔적 모아 탑비(塔碑)에 새기니”부분에서는 스승을 그리는 간절한 절창에 시나브로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선혜 스님이 발표한 시 낭송을, 제막식에 참석해 들은 소설가 정찬주 선생이 “사제지정이 사라지고 있는 서글픈 시대를 사는 모든 불자들이 한 번은 꼭 읽어보아야 할 시”라며 미디어붓다에 게재를 요청해와 그 전문을 게재한다.

동곡당 일타 대종사

-탑비 제막식에 올리는 시

태백산 정기(精氣)를 모아

참 빛으로 지새운

육년 장좌불와(長坐不臥) 도솔암

세존이 보인 꽃 한 송이

조사문 안에서 자유롭게 노닐더니

영겁(永劫) 전 소식으로

깊은 골 미망(迷妄)을 쓸어내고

만 리 밖 맑은 바람 이끌어

옛 거문고 타는 솜씨

생사열반(生死涅槃) 봄눈 녹듯 사라진

대비(大悲)의 화신(化身)

우리 님이시여!

가야산 적멸궁(寂滅宮)에

걸음을 멈춘 30여 년

퇴설당 소림원 지족암으로 자리를 옮겨 펴고

흰 구름 참 모습으로 병풍을 쳐서

달빛 실은 빈 배의 법열(法悅)로

납자들의 고된 나날을 달래주고

찬 이슬 별빛에 씻긴 보름달로

누더기 한 자락 떨치며

연꽃 미소 띄운

님이시여!

가신님은

온 곳도 보이지 않았는데

사대(四大)는 옛길을 따라 갔고

남은 흔적 모아 탑비(塔碑)에 새기니

그리움 산같이 쌓이고

못다 한 정한(情恨) 강물로 흘러

곳곳에 묻혀 있는 행적(行蹟)

무서리에 핀 차꽃 향기로

큰 빛 되어 오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