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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온 어청수 경찰청장이 드디어 ‘면죄부’를 받아쥐었다.

11월 17일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한 어청수 경찰정장은 총무원장 지관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 등 불교종단 지도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어 청장은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일찍 찾아왔어야 하나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지관 스님은 “사과보다는 치안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무르면 무르다, 강하면 강하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직책임을 알고 있다”며 “근자에 와서 갈등이 심하게 표출됐으나 이제는 없던 일로 하고 잘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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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방문에 앞서 조계사 대웅전에 들러 참배한 어 청장은 “지난번 동화사에 갔을 때는 불자들의 시선이 따가웠으나 오늘 대웅전에서는 신도들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웠다”며 “(불자들의 시선이) 따뜻함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관 스님은 “동화사에서는 사전에 방문을 알지 못해 빚어진 일이었다”다 말했다.

어 청장은 “지난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잘못과 오해가 없도록 경찰대학 등 교육기관에서부터 종교편향방지 교육을 실시해 재발방지에 노력하도록 지시했다”며 “전국의 경찰들은 국민들의 치안을 위해 종사함이 임무이고 허점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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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스님 등 예방을 마친 어 청장은 이어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을 방문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로 어 청장을 맞은 혜총 스님은 “경찰청장이기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 아픔이 한국발전에 도약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혜총 스님은 “모든 불자들이 한 사람을 지목해 무엇을 하고자 한 것은 아니”라며 “국가적으로 종교편향이 되지 않기 위해 법질서를 유지하고 상생의 길을 열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 청장은 “경승들의 대표이기도 한 혜총 스님께서는 제 맘을 알아주실거라 생각해 투정도 부려보았지만 제 편이 돼주시질 않았다”며 “포교원장의 소임을 맡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행동하지 못하셨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롯해 정보국장, 보안국장, 경찰불자회장 등이 함께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경찰복음화 포스터에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함께 나란히 인물사진이 실려 불교계 여론이 악화된 시점에 지난 7월에는 한 경찰이 조계사 밖으로 나가던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문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조계종으로부터 줄곧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연달아 사건이 터지자 불교계는 범불교도대회 4대 요구안 중에 하나로 어청수 청장 퇴진을 포함시킨 바 있다. 어청수 청장은 지난 9월 10일 대구범불교대회 지도자회의가 열리는 대구 동화사를 예고없이 방문해 지관 스님과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신도와 스님들의 반발로 지관 스님과의 면담이 좌절됐다. 이때 서울행 KTX 기차에서까지 어 청장은 지관 스님에게 사과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결국 스님과 대면할 수 없었다.

이날 방문으로 어 청장은 적어도 불교계의 면죄부는 손에 쥐고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범불교대회 요구안이 하나도 성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어 청장의 사과 수용에 대해 ‘시기상조였다’, ‘일관성 없는 태도다’는 비판들이 불교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