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새겨진 종, 혹시 본적이 있으신지.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 보살, 혹은 불경은 본 적이 있을 지라도 아마 바위에 새겨진 종의 모습은 본 이가 드물 것이다. 한국에서도 유일한, 세계에서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위에 새겨진 종이 안양유원지 부근 계곡에 새겨져 있다.

최근 이 바위종을 문화적‧학술적으로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와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안양지부는 11월 12일 오후 2시부터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대강당에서 ‘제3회 안양세계 마애종 문화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이날 포럼에는 불교문화재, 종 전문 학자들이 참가해 마애종의 학술적 가치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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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마애종의 종합적 고찰’을 발표한 최응천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안양 마애종의 제작연대를 고려초기로 설정했다.

최 교수는 “마애종의 외형이 종구 쪽으로 내려오면서 바깥으로 벌어지는 형태임을 감안할 때 통일신라 종보다는 고려시대 범종에 더 유사하다”며 “고려 범종의 특징 중 하나가 천판의 외연인 상대 위로 입상화문대(立狀花文帶)라는 돌출 장식이 새로이 첨가되기 시작하는 것인데 마애종에서는 용뉴의 목이 천판에서 떨어져 앞을 바라보는 고려 종의 새로운 요소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고려전기 종에 해당되는 양식적 특징을 구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어 “고려 태조가 926년 후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남행하던 중 절을 세웠다는 동문선의 안양사 창건 기록은 마애종의 연대를 추정하는 중요한 참고가 된다”며 “마애종은 중초사와 관련된 통일신라 9세기보다는 안양사가 창건된 10세기 전반과 더 연광성이 많으며, 안양사 창건 후인 10세기 중후반에 안양사와 관련된 마애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안양 석수동 마애종고를 발표한 곽동해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마애종의 형태가 고려종보다 오히려 신라종에 더 가깝지만 고려전기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가 주목한 점은 이 종에 몸통에 새겨진 당좌가 4개라는 것이다.

곽 교수는 “이 종은 양식적으로는 신라범종과 고려전기 범종양식을 두루 갖추었으나 당좌가 4개인 점은 이 종의 조성시기를 고려전기 이후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형의 몸 동세와, 아가를 크게 벌려 천판에 밀착시킨 모습은 신라부터 고려전기까지 나타는 양식이라는 것이 과 교수의 설명이다.

곽 교수는 또 “이 마애종은 누군가를 위한 영속적인 타종의식을 상징하고 있는데, 이 마애종은 불특정 다수의 망자가 아닌 특정 망자를 위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피망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국왕과 같은 위대한 권력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