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구름 속으로 들어가기 전 잠시 동안 탑승객은 약간의 서운함과 이탈감, 혹은 해방감을 느끼곤 한다. 내가 평생 몸을 의탁하고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땅이 손바닥만한 존재로 느껴질 때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 잠시 머물고 있음을 순간 깨우친다. 가끔 북한산이나 관악산 같은 곳을 올라 거대한 도시를 바라볼 때도 그와 비슷한 묘한 감회에 젖곤 한다.

멀리서 내가 아닌 그가 되어 바라보는 내 삶의 터전, 그 풍경을 그린 작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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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조인호 작가가 11월 12일부터 11월 23일까지 노암갤러리에서 개인전 '해후(邂逅)'를 연다.

전시회의 제목이 '해후라는게 눈길을 끈다. 오랫동안 떨어졌다 뜻밖에 다시 만났다는 의미의 제목을 왜 붙였을까.

현재 서울대 동양화과 박사과정 중인 작가는 전통 한국화 기법을 살리되 현대적 변용을 추구하는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자아를 대상으로 조형화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물사진에서 발견한 자아와 그 배경으로 인식되어진 산수를 자신만의 시선과 필치로 그려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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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한 화면 안에 정지된 순간의 풍경이 아닌 작가의 시선이동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 하여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방법은 작가의 시선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며 휘어진 산수로 표현된다.

철저히 자신의 주관적 시선을 통해 재구성된 풍경은 우리 눈에 비친 대상을 일정한 틀 속에서 화폭에 담는 전통적인 산수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 속에는 전통회화에서 일관되게 담아내고 있는 자연에 대한 순응과 자연과 인간의 합일의 정신을 온전하게 따르고 있다. 그리고 오랜 전통 속에서 선배들이 지켜온 먹의 표현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서울에서부터 제주도까지,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산과 바다, 폭포와 바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모습들을 이채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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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행 비행기에서 반복적으로 관찰한 산과 바다의 모습은 비행기의 진행에 따라 그 모습을 대형 화면에 전개시키면서 시각적 이미지를 펼칠 뿐 아니라 이미지의 전개와 병행하는 의식의 연속적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품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시선을 옮겨가면서 우리는 작가가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저 밑의 산하의 모습을 어깨너머로 함께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힘차게 물이 낙하하는 위치에서 위를 올려다 본 모습을 그린 천지연폭포나 작가가 조형 수련을 하고 있는 학교가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관악산을 마치 우주선에서 지구를 바라본 것같이 입체적으로 묘사한 작품 등은 전통적 화법에 충실하면서도 서양화나 사진 속에서 볼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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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가는 왜 이런 그림들에 해후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아마 그것은 우리가 함몰돼 있던 공간 속에서 벗어나 더 멀리 더 높이 떨어짐으로써 만나게 되는 풍경과 세계,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그렸기 때문이리라.

그 세계는 우리 눈에 비친 세계이되, 늘 우리가 보던 그 세계는 결코 아니다. 마치 내가 나비가 된 듯 꿈 속에서, 혹은 오래전 우주에서 본 듯한 풍경은, 우리로 하여금 호접몽(胡蝶夢)의 세계로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