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진흥원 돌연 불교계의 뉴스 초점으로 부상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돌연 교계 뉴스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진흥원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진흥원이 얼마나 제자리에서 벗어났기에 조계종 종회가 특위까지 구성하고 나섰을까. 또 태산처럼 많은 중대안건들을 대부분 미뤘거나 폐기한 중앙종회가 어째서 진흥원 특위 구성에는 별다른 이의 없이 한 목소리를 냈을까.

진흥원 문제를 놓고 조계종 중앙종회가 특위까지 구성한 배경에는 ‘최근 불교방송 사장추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불교방송 핵심인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 ‘이제 조계종이 마지막 남은 먹잇감인 진흥원에 대한 사냥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진흥원 특위를 둘러싼 이런저런 추측들이 교계에 설왕설래하고 있다.

조계종, 진흥원 이사 지분 주장하며 “바로 잡겠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구성한 진흥원 특위의 공식명칭은 ‘대한불교진흥원제자리찾기특별위원회’이다. 여기에는 위원장 의연스님을 비롯, 현조, 각원, 진화, 선문 스님이 위원으로 선임됐다. 조계종 주요 종책모임에서 골고루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진흥원 문제에 관한한 각 종책모임 간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반증이다.

크게보기

조계종 중앙종회가 진흥원을 제자리로 되돌리겠다는 명분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중앙종회는 제안 설명을 통해 특위구성의 배경을 ‘진흥원은 불교를 위해 사업단체를 구성한 것인데, 본의 아니게 모든 재산권의 소유가 조계종단으로부터 분리되어 삼보정재를 망실하는 모양새가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둘째, 조계종이 진흥원의 이사로 참여할 권리가 있으며, 그 근거로 진흥원 창립당시 정부·국회대표 3명과 함께 조계종 대표 2명이 참여했고, 정황상 조계종은 진흥원에 대해 ‘국가에 의해 임명된 당연직 이사기관’으로서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셋째로는 10·27법난 이후 정부나 조계종과 관련이 없는 인사들이 이사로 선임되기 시작하면서 조계종이 권리를 잃어버렸고, 특히 홍승희 이사장 타계이후 진흥원이 특정인에게 사유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조계종의 권리 찾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흥원 특위는 진흥원 제자리 찾기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조계종 총무원장이 추천하는 스님 1인과 동국대 총장의 당연직 이사 참여 △진흥원 임원 선임방법 및 감사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앙종회 특위의 진흥원에 대한 시각은 진흥원 제자리 찾기라는 명분으로 이사회에 들어가 재단운영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중앙종회가 제시한 제자리 찾기의 명분이 과연 객관적·법률적 정당성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진흥원, “중앙종회의 주장은 근거 없다”

불교방송 이사회와 불교방송 사장 추천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진흥원은 조계종 중앙종회가 특위를 구성해 진흥원에 대한 지분요구를 해온 것에 대해 자의적 해석에 기초한 무리한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태연한 분위기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적절한 대책 마련에 적잖이 부심하는 눈치다. 특히 진흥원의 대응이 자칫 종단과 대결하는 분위기로 비쳐질 경우 대외적인 이미지나 향후 사업전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진흥원은 조계종 중앙종회가 설립 당시 이사 구성을 들어 조계종에 이사지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당시 종정이었던 서옹 스님과 문교장관을 역임한 이선근 전 동국대 총장은 어디까지나 개인자격, 즉 자연인으로 참여한 것일 뿐이며, 이런 정황은 설립당시 회의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고 주장한다. 만일 진흥원 이사구성에 조계종 몫 하나, 동국대 총장 몫 하나가 있었다면, 왜 서옹 스님 이사 사퇴 이후 조계종 스님이 이사로 선임되지 않았고, 당시에 문제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점, 정재각 이사가 동국대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5차에 걸쳐 이사에 중임한 것은 무슨 근거인가라고 되묻고 있다. 결국 이사 선임의 기준은 신망과 실력을 갖춘 자연인 불자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지, 조계종이나 동국대라는 기관에 부여된 것이 아니므로 시비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진흥원의 모든 재산권이 조계종단으로부터 분리되어 삼보정재를 망실하는 모양새가 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흥원 출연재산은 불교를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지 특정한 종단을 위해 사용하라고 출연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진흥원의 사유화 우려에 대해서는 “진흥원은 이사들의 공의로 운영되고 있는 법인으로 사유화 운운은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해명할 가치조차 없는 억지에 불과하며, 오히려 불교방송이 사유화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더 심각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교계일각 “진흥원, 오늘의 사태 자초한 측면 있다”

그러나 진흥원에 대한 교계의 시각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진흥원이 정치적 배경을 가진 승려가 아닌, 교계의 신망 받는 스님들을 한 두 분이라도 이사회에 참여시켜 법인 설립의 취지를 더욱 살렸다면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그동안 진흥원이 불교방송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몫으로 추천한 불교방송 사장들이 대부분 실패한 인사로 귀결되면서 진흥원의 대내외적 신뢰도가 크게 실추된 것도 진흥원이 어떤 형태로든 감수해야 할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게 여론이다..

또한 진흥원의 운영이 ‘이사장-사무국’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서가 아닌,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업무 추진의 속도나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느린 것 또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21세기에 전혀 걸맞지 않는 직무체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직무시스템이 결국 그때그때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결국 실기하거나 침묵 또는 외면으로 일관하면서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의 불교방송 사장추천과 선임 과정에서도 진흥원은 그 입장과 방향에 대해 시종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얼핏 법적 대응을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가진 것처럼 보이다가도 두 기관 이사장들의 면담 이후에는 후보를 재추천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는 등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게 교계의 여론이다. 숙고를 거듭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방향이 잡히면 그 방향대로 일사분란하게 밀고 가는 추진력에 깊은 회의를 갖는 시각도 진흥원 안팎에서 엄존한다.

불교칼럼리스트로 이름 높은 윤청광씨는 “진흥원이 하고 있는 일은 내용적으로 칭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인데도 진흥원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렇게 된 데 대해 진흥원 스스로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원하고 도와주는 일을 해온 진흥원이 칭찬을 받기는커녕 왜 욕을 먹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거쳐 스스로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진흥원, 사태진원지 불교방송과 얽힌 문제부터 풀어야

진흥원 특위가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발족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 불교방송과 사장추천을 둘러싼 갈등이 단초가 되었다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작금의 현안은 불교방송과의 문제를 우선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풀어가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먼저 진흥원은 교계 한 매체의 보도에서 거론된 것처럼 사장후보를 재추천할 것인지, 아니면 불교방송에 대한 관계를 말끔히 정리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일각에서 들려오는 불교방송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 소문도 그 진위에 대한 명쾌한 입장표명을 할 필요가 있다.

진흥원은 설사 후보 재추천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에 재추천에 이르기까지의 원인제공을 한 당사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제66차 불교방송 이사회 무효확인 청구를 비롯하여, 불교방송 이사장의 사장직무대행 중지가처분 청구, 사장선출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의 문제가 재추천에 앞서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것이 진흥원 이사들의 공감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런 방향이 공식 발표가 되지도, 또는 실행에 옮겨지지도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불교방송과의 관계를 일반관계로 전환할 시, 불교계에 공헌할 신규 사업은 어떤 것으로 할지를 정하는 문제와, 또 일단 사업방향이 정해지면 적극적인 검토에 이어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대비도 진흥원이 서둘러야 할 과제다.

줄 것 다 내주고도 뺨이나 맞는 신세가 된 진흥원. 급기야 조계종의 중앙종회까지 나서 재단운영에 관여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황까지 맞게 된 진흥원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 지, 또 중앙종회의 공세적 주장에 맞서 스스로 객관적 공신력과 도덕적 정당성, 법적 타당성을 갖춘 논리로 진흥원을 지켜낼 수 있을지, 갓 출범한 진흥원 제2기 앞에 펼쳐진 여정이 삭풍 머금은 눈길처럼 만만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