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만에 오대산 월정사에 대중선방이 문을 열었다. 만월선원이 동안거 결제를 하루 앞둔 11월 11일 역사적인 첫 문을 연 것이다.

1900년대 초까지 월정사 금강선원에서 스님들이 수행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만 제대로 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아마 지금의 선원 같은 형태라기보다는 개인적인 토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만월선원을 개원한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만월선원은 월정사가 있는 산이 만월산인 연유도 있지만 높이 뜬 만월처럼 월정사의 법계가 높아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며 “많은 분들과 상의해 선원의 이름에 반야의 지혜가 솟아날 수 있도록 만월에 의지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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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 스님은 또 “높은 법력과 꼿꼿한 기개로 월정사를 다시 세우신 한암 스님의 수행가풍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며 만월선원의 개원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오대산에는 상원사 청량선원이 있어 스님들이 안거 때마다 상원사에서 수행을 해왔지만 정작 본산인 월정사에는 100여년간 선원이 없는 상태로 유지돼왔다.

정념 스님은 “상원사의 청량선원과 운영상에는 큰 차이가 있지는 않겠지만 현대의 수행가풍은 아직도 농경사회의 수행가풍이 그대로 남아 변화가 필요한 점은 있을 것”이라며 “도시문명의 삶속에서 현대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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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 스님이 말하는 현대의 수행가풍은 마음의 고요함(靜)과 몸의 움직임(動)을 합친 수행이다. 스님은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님을 명확히 인지하고 건강과 수행을 함께 챙기도록 노력해야한다”며 “만월선원에서는 참선요가를 병행해 건강을 챙기도록 할 것이며 도시인에게도 참선요가와 더불어 영성지도, 선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월선원이 조실스님을 모시지 못한 채 개원한 것이 현재 한국 선불교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정념 스님은 “자고로 조실은 명안종사를 모시는 것이 전통인데, 한국 불교의 특성상 스스로 겸양을 가지고 나서지 않는 것도 (여러 선원에) 조실이 없는 큰 이유”라며 “현재는 여러 내용들이 체계화되고 방장, 조실 등에 대한 자격을 설정해 나가는 단계로 이른 시일내 수행 지도자들을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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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안거에는 17명의 스님이 만월선원에 방부를 들였다. 주지인 정념 스님 또한 이번 동안거 수행에 동참할 예정이다.

정념 스님은 “월정사는 최근 템플스테이, 문화행사 등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선원 개원과 동안거를 계기로 직접 결제에 참여해 동적으로 흐르던 나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내면을 참구할 계획”이라며 “주지로서의 임무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동(動)과 정(靜)의 조화가 이루어진 월정사 수행가풍을 일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안거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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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 스님은 “수행은 염불, 간경, 선에 구애받지 말고 진정한 발심을 갖고 수행하면 깨달음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이라며 “결제에 들어가지 않은 일반 불자들도 삼학을 기본으로 삼아 마음에 집중하고 집중을 통해 마음을 비울 수 있도록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제란 눈과 같이 희망을 주고 눈꽃처럼 환희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눈이 오고 눈꽃이 피듯 현재의 어려움이 사라질 날이 다가올 것이다”는 말을 남기고 정념 스님은 석 달간의 용맹정진을 향한 선방의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