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수배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경찰들이 조계종 총무원장의 차량까지 검문하는 만행을 저질러 불교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7월 29일 오후 4시경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태운 차량이 한국역사문화기념관을 나서고 있을 때 갑자기 조계사 주변을 지키고 있던 경찰 2명이 총무원장 차량을 막아섰다. 두 경찰은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촛불집회 수배자들을 감시하고 있던 서울 서부경찰서 소속 이 모 경위와 기 모 경사였다.

지관 스님을 수행하던 종단 직원들은 “총무원장 스님이 외부 일정을 위해 나가신다”고 설명하고 뒤이어 지관 스님이 직접 창문을 열고 확인까지 했으나 되돌아온 대답은 “총무원장스님 차는 더 철저하게 검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총무원장의 차 트렁크까지 열고 검문을 실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총무원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경찰들에게 집단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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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종무원 70여명은 오후 5시 50분경 조계사 일주문에 배치된 경찰들에게 달려가 “조계사는 한국불교의 성지이고, 총무원장 스님은 한국불교의 수장”이라며 “총무원장 차량까지 막아선 경찰은 당장 조계사에서 물러나라”고 외쳤다.

조계사 인근을 순찰 중이던 경찰들에게 조계사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요청하자 경찰 측은 “담당자가 없다”는 말로 둘러대며 이들의 요구를 무시했다. 더욱 분노에 휩싸인 종무원들은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인근 종로경찰서로 달려갔다.

그러자 종로경찰서 측은 정문을 닫은 뒤 전경과 차량을 배치해 종무원들이 경찰서 내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섰다. 정문을 막은 경찰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들은 상황을 제대로 보고 받지 못해 답변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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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종무원들은 경찰서 앞에서 종로경찰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종로경찰서장이 조계사를 방문해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들은 경찰서에서 물러나 조계사로 되돌아갔다.

잠시 뒤 조계사 일주문 앞으로 찾아온 우문수 종로경찰서장은 “일어나지 말아야 했음에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부에 보고해 지시를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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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종로경찰서장의 해명이 시작돼자 종무원들은 변명만 늘어놓는다며 확실한 대답을 요구했다. 우 서장은 “나는 확실한 답변을 줄 수 없고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아야하는 입장이다”라고 해명하자 종무원들은 “그렇다면 우 서장의 말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것 아니냐. 경찰의 변명만 들으라는 것이냐”고 비난하며 “우리의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경찰청이라도 방문해 항의하겠다”고 반발했다.

우 서장의 해명이 끝나자 종무원들은 조계사 해탈문을 순찰중인 전경들을 모두 조계사 주위에서 멀찍이 떨어지라고 요구했다. 종무원들은 또 해탈문 뿐만아니라 조계사 주위를 순찰하는 모든 경찰들에게 조계사로부터 20미터 이상 떨어질 것을 요구하며 밀어냈다.

종무원들은 “경찰들의 검문으로 인해 신도들이 불편해하고 수행환경이 침범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항이 시정될 때까지 항의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소속을 밝히지 않은 한 경찰은 취재기자들에게 초상권을 언급하며 사진을 찍지 말 것을 요구해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조계종 종무원조합 원우회는 “이명박 정부가 종교편향도 모자라 총무원장스님을 범죄자 취급했다”고 분개하며 “7월 30일 오전 10시 항의집회를 다시 열 계획이며,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항의 방문 등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총무원장 차량 수색이 발생한 직후인 오후 5시경, 조계종 총무원 2층 회의실에서는 나경원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명목으로 총무원 관계자들과 비공개 토론을 벌이고 있던 중이었다.

총무원 입구에서는 총무원장에 대한 수색이, 총무원 2층에서는 종교편향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코미디가 연출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