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규씨와 베트남에서 온 도티민씨는 결혼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신혼부부다. 서로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도티민씨는 한국에 오기 전 베트남에서 한글을 조금 배웠고 지금은 영등포 결혼이민자지원센터에서 한글 수업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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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김남규 씨는 “이상하게도 의사소통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말이 잘 통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질문을 하면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남편 김 씨가 물으면 대답을 잘하는 것이었다.

도티민 씨 부부만이 아니었다. 이후종 웬티홍팡 부부는 결혼한 지 8개월째. 부인 웬티홍팡씨도 한국말을 잘 못하지만 남편이 물으면 희한하게도 척척 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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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이주민들은 가정 내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에는 100만 넘는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 다민족 국가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살며 이제 그들에게 제2의 고향은 KOREA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들은 완전한 한국인이 아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가정 밖을 나오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낯선 외국인일 뿐이다. 시장을 가면 간혹 상인과 말이 통하지 않아 뒤돌아 눈물을 닦곤 한다. 시부모님과 문화적차이로 충돌이 발생하지만 제대로 해명조차 할 수 없다. 다문화사회임을 외치지만 한국은 여전히 혈통주의를 이어가며 이들은 아직 주변인일 뿐이다.

불교상담개발원(원장 정덕)은 7월 19일 20일 은평구 진관사에서 국제결혼이주민가족을 위한 상담 워크숍 ‘우리, 마음으로 소통하기’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정덕 스님은 “외국인들이 언어, 문화가 다르지만 우리언어와 문화를 익히듯이 우리도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려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소통과 이해를 돕기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워크숍에는 몽골,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필리핀, 베트남 등 각지에서 온 국제결혼이주민가족들이 참가했다.

다문화사회이긴 하지만 국제이주민들은 여전히 소수자이다. 외면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들은 언어의 벽에 부딪히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아파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위로와 배려가 필요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에 불교상담개발원은 근본적인 해결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상담과 심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인지라 음악, 미술, 웃음 등 언어문제를 벗어나 공감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언어의 장벽으로부터 상처받은 이주민들을 위해 음악치료를 담당한 토브음악치료연구소 채경수 소장은 다양한 악기를 이용해 말보다는 실제 악기를 두드리며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언어의 장벽에서 잠시 벗어난 참가자들이 얼굴에 조금씩 미소를 띄웠다. 이어 채 소장은 악기를 모두 내려놓고 서로서로 짝을 지어 공통과제를 수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2명, 4명, 8명 이렇게 짝을 늘려가며 서로 한 곳을 바라보게 하고 같은 포즈를 취하도록 주문했다. 잠시나마 참가들은 마음으로 소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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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소장은 자신들의 행복한 일과 불행한 일을 쪽지에 적어 제출하게 했다. 그리고 모두 눈을 감게 하고 자신의 행복한 일과 불행한 일을 떠올리길 주문했다. 한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참가자들 중에는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채 소장은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모두 눈을 뜨게 했고 쪽지에 적은 사연을 소개했다. 익명으로 제출한 쪽지에는 행복한 일, 불행한 일들이 적혀있었다. 남편을 만난 일이 가장 행복했다, 말이 서툴러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불편하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힘들다 등 갖가지 사연이 소개됐다.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행복한일 불행한 일들이 거의 비슷했다. 가장 행복한 일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것, 가장 슬픈 일은 언어가 서툴고 고향이 그립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것이었다.

채 소장은 참가자들에게 “모두가 같은 행복, 같은 불행을 느낀다”며 “자신만이 불행하고 외롭다는 감정을 느낄 필요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의 공통된 생각은 미술치료에서도 나타났다.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게 했는데 여성 참가자들은 대부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거울을 보고 자신을 그리고 풍선에 옮겨 그리는 시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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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를 담당한 정순영씨는 자신을 그리는 시간에 대해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진정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불교의 전통식사법인 발우공양으로 밥을 먹었다. 식사를 다한 뒤 설거지한 물을 마시고 조그만 찌꺼기라도 남으면 모두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말에 놀란 참가자들은 고춧가루가 하나라도 남을 새라 진지하게 발우를 비웠으며 공양이 끝난 뒤 설거지물도 기꺼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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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크숍에는 6개국에서 온 30여명의 부부와 자녀들 10여명 등 50여명의 국제결혼이주자가족들이 참가했다.

불교상담개발원은 2000년 제1회 ‘산사에서 만나는 불교와 상담’ 워크숍을 시작해 올해 9번째 워크숍을 개최했다. 국제 이주민 가족들을 대상으로 연 워크숍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박상준 팀장은 “작년까지는 일반 부부가 대상이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한국으로 시집을 온 신부 중에는 특히 불교국가에서 온 이들이 많아 이들에게 한국의 불교문화를 소개하고, 문화적 이질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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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50여명의 가족들은 “워크숍을 통해 우리 가족이 한국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