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전, 경전을 읽다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縟多羅三貘三菩提)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래도 얼핏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저것이 보제가 아니라 보리라고 읽는 것까진 알겠는데, 뜻을 도통 알 수가 없다.

무식한 만큼 용감하게 “저 언덕阿을 수놓은縟 많은 그물들多羅 속에 세가지 고요함三貘과 세 가지三菩提 지혜를 얻었네”라고 해석해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그날 청중들이 박장대소했음은 물론이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아눗타라 사미아크 삼보디(anuttara-samyak-sambodhi)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아뇩다라는 무상(無上), 삼막삼보리는 정등각(正等覺)의 뜻이므로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이라 번역돼 부처가 깨달은 모든 진리를 가리킨다는 의미를 알았을 때 나의 무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석가문, 아나사, 염부제 등 경전을 읽다보면 알듯 하면서도 모르는 한자어들이 종종 등장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들어온 경전이 한문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범어식 한자어는 산스크리트어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아무리 해도 해석할 수가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동국대 인도철학과 정승석 교수팀이 한국학술진흥재단 2008년도 기초연구과제 지원사업에서 ‘범어음역 한자어의 의미체계에 대한 심화연구’를 주제로 신청한 연구과제가 선정됐다.

이에 따라 정승석 교수팀은 학진으로부터 3년간 8억9860만원을 지원받아 세계 최초로 범어음역 한자어의 의미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정승석 교수를 중심으로 교수, 박사 등 18명의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음역의 선호 원어와 역자의 관계, △동일 원어에 대한 역자들의 음역 차이 비교, △한문 불교어 사전 및 해설서의 음역어 연구 등 세 방면의 연구를 병행해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정승석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이루어지는 만큼 한국 불교학의 세계적 위상을 제고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언어학-불교학-한문학-해외동양학 등 인접학문간 유대 연구의 가교 및 토대역할도 톡톡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학진 기초연구과제에는 동국대 양승규 박사의 ‘티베트 불교철학과 실천체계 연구’도 선정돼 앞으로 2년간 약 1억 53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 연구는 티벳불교의 정연한 논리체계가 형성된 이면에 있는 인도와 티벳간의 문화적 요인을 연구하고 티벳불교의 특징인 대승불교의 순수이상을 연구함으로써 대승보살의 육바라밀 실천이 티벳의 이타주의 문화로 발전된 과정을 밝힌다는 연구목표를 세우고 있다.

양 박사의 연구는 그동안 방계로 치부돼온 티벳불교 연구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국대 연구팀들이 주도해나갈 두 연구과제는 지금까지 불교학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지만 간과돼온 공백들을 메우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