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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로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에 연임된 김의정 회장(명원)을 17일 낮에 만났다. 온화함 속에 단호함을 지닌 성품의 소유자답게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두 번째 시작되는 임기에 대한 각오는 매우 단단해보였다.

“첫 임기에는 그저 회관불사에 전념하느라 다른 일을 흡족하게 하지 못했다. 회관을 짓고 입주하고 나면 정말로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최우선 순위를 따진다면 아마도 인재를 양성하고 네트워킹하는 것이다.”

인재양성 및 조직화는 만장일치로 회장에 재추대된 김의정 회장의 화두다. 회관 설립과정에서도 보여주었듯이 그가 결심하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교계의 기대가 크다.

과거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회장으로 역임했을 때보다도 더 큰 기대와 신뢰가 김의정 회장에게 쏠리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인재가 그리 많지 않다. 세계대회에 가서도 외국어 구사력이 모자라 그저 구경만 하고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 또 인재가 더러 있어도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우리 불교계에는 조성되어 있지 않다.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도 혼자서는 큰일을 할 수 없는 시대다. 인재 양성과 함께 이런 분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

김의정 회장은 “회관이 있을 때와 회관이 없을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회관에 입주하면 함께 일을 하고 싶다는 좋은 단체들의 문의가 많은 만큼 회관 입주 후에 중앙신도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를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어린 시절부터 불연을 맺어주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불심이 매우 돈독했던 부모님 슬하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어릴 때 부처님과 인연을 맺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새삼 깨닫는다는 것. 김 회장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까지 불교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학교를 많이 세워서 어릴 적부터 실력있는 불자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인재불사에 대한 김 회장의 깊은 관심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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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잇따라 발생한 종교편향적 사건들에 대해서 김 회장은 비교적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십여 년 전쯤 불상을 훼손하고 절에 불을 지르는 등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훼불사건이 있었을 때, 불교계가 지금처럼 단호하게 대응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이런 황당무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 김회장은 “내 종교가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종교를 떠나서 사람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소양이자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가 또다시 발생했을 시에는 중앙신도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김 회장은 이 대목에서 “과거 어느 때, 국회의원들이 많이 참석한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선거 때만 불교와 절을 찾지 말고 평상시에도 절을 찾고 불교에 관심을 가져달라. 불교는 종교이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문화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알아야 한다고 인사를 했는데, 그날 이후 김의정 회장이 국회의원들을 혼냈다는 소리가 한동안 여기저기에서 회자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 불교의 절 건축과 사찰음식, 참선 등은 그 자체가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이며, 외국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문화라는 점을 역설한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사찰음식 등 불교문화를 원형대로 보전할 수 있는 지혜를 일본 등 문화 및 문화재 보존계승에 앞서가고 있는 나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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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불심이 깊은 집안에서 자라다보니, 많은 스님들이 집에 찾아왔고, 인사도 참 많이 했었다고 밝힌 김 회장은 “너무 자주 많은 스님들이 찾아와 사춘기때에는 큰스님에게 인사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못들은 척 피한적도 있었다”며 “아마 그 때 큰스님께 인사를 드리지 않은 것이 과보가 되어 이렇게 두 번씩이나 중앙신도회장을 맡아 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후락, 김재원 회장 등 정·재계의 거물들도 이뤄내지 못한 회관불사를 여성 회장이 현실로 이뤄낸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는 말에 대해 김 회장은 “각 가정에서도 그렇듯 본래 집을 짓고 마련하는 것은 여성(아내)이 더 잘한다”는 조크로 받아넘겼다.

김 회장은 “불교계에도 잘 살펴보면 여러 가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분야가 많다”며 “차, 연, 불구, 문화콘텐츠 산업 등 불교 브랜드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생산적 불교운동도 구체적으로 구상 중에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