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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 차실 있으니, 차인들 차를 타고 차 내 마시며 차담 나누네.”

세상을 살다보면 더러 평범하지 않은 이들을 만나게 마련이다. 최근 남도 취잿길에 재미있는 차인 한 사람을 만났다. 차 안에서 차를 마시는 차인이다. 차 안에서 차를 마시는 일이 뭐 그리 유별난 일인가 할 수도 있지만, 김혁태 차인의 경우는 꽤 유별난 경우에 속한다.

그가 끌고 다니는 승합차 안에는 4인용 차실이 갖추어져 있다. 차실의 이름은 ‘다반향초실’이다. 그가 차를 좋아한지는 오래됐지만, 이렇게 차 안에다 차실을 차릴 정도로 마니아가 된 것은 지난 2002년 월드컵대회 때부터다. 제약 관련 사업을 하면서 차를 끌고 전국을 돌아다녀야 했고, 자연스럽게 차 안에 TV를 설치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기왕이면 아예 차실을 만들어 차를 내어 마시면서 축구를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일어나더란다. 게다가 평소에 즐기는 차문화답사를 할 때 차안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동을 한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차문화답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이 아이디어 덕에 큰 망설임 없이 차 안 찻집을 내는 결정을 내렸다.

세계 최초의 이동차실은 이런 과정을 거쳐 생겨났다. 이후 김혁태씨는 호남차문화연구소를 설립하고, 나주에 훌륭한 찻집을 지어 운영하고, 또 직접 차밭도 가꾸는 프로 차인이 되었다. 2004에는 4인용 차실을 갖춘 승합차로는 성이 차지 않아 아예 35인용 버스를 구입해 대형 이동 찻집을 내 차문화답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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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 찻집, 다반향초실에는 찻상과 다구세트가 잘 꾸며져 있다. 갖가지 차를 진열해놓아 녹차면 녹차, 발효차면 발효차, 어떤 것이든 기호에 따라 골라 달여 마실 수 있다. 물을 끓일 수 있는 장치와 조명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이 신기한 찻집에는 내로라하는 다인들이 꽤 많이 다녀갔다. 김혁태 소장의 차스승인 정인오 한서대 교수, 차문화가 강순형 선생, 금강 스님, 월간 차의세계 최석환 발행인 등은 다반향초실의 단골손님들이다. 사업차 알게 된 한 중국인 친구도 다반향초실을 한 번 경험하더니, 중국에 돌아가서 역시 차 안 찻집을 내기도 했다. 김혁태 소장은 우리 차문화를 중국에 수출한 셈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이 찻집은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전국 어디서든 맘에 맞고 차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이면 즉시 문을 연다. 때론 광주 무등산에서, 때론 지리산 노고단에서, 때론 명산고찰 앞에서, 또 때로는 길을 달려가다 경치 좋은 곳이나 그늘을 만나면 어디든 그 즉시 차를 세우고 찻집을 연다.

차안 찻집을 열어 놓은 후 수많은 이야기 거리가 생겼지만, 기억에 남는 사건은 2년 전 호남 지역의 폭설로 고속도로가 18시간 동안 막혔을 때, 유유히 차를 내어 마시며 모처럼의 호젓한 시간을 보낸 일이다. 차를 마시며 책을 보다가, 소식이 궁금하면 TV를 시청하는 그를 보고 주위에 있던 분들이 어찌나 부러워하던지, 그땐 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단다.

최근 호남의 재미있는 차인 김혁태씨를 이동차실에 초대되어 차를 마시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해남과 강진을 잇는 고갯마루 ‘우슬재’ 길 한 쪽에 차를 세워놓고 찻집을 연 것이다.

능숙하게 다구를 펴고, 차를 우려내는 솜씨가 예삿 찻꾼의 수준이 아니다. 차를 우려내는 순간처럼 그에게 즐거운 시간은 없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차를 우려내는 표정은 행복이 가득한 찻집 주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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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차를 너무 사랑하다보니, 그만 세계 최초의 이동 찻집까지 낸 호남의 차인 김혁태 소장, 그가 이런 어찌 보면 황당한 일을 벌이는 까닭은 단 한 가지, “차를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는 이동 찻집을 운전하며 국도를 달린다. 간혹 오늘처럼 의기투합하는 차꾼이라도 동행하는 날이면 그의 시선은 더 바빠진다. 경치 좋은 장소를 찾아 찻집을 열 요량 때문이다.

차가 좋아 자신의 차 안에 찻집을 낸 사람, 김혁태 소장. 그의 차 안 찻집에서 통하는 차인들과 차담 나누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아는 사람. 그가 우려낸 차향이 어찌나 진한 향기를 뿜어냈는지, 그 향이 온몸에 배어 서울에 다 도착할 때까지도 가실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