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one more time~!!!”

인기그룹 쥬얼리의 신나는 댄스곡에 맞춰 젊은이들이 짝을 지어 뛰어다닌다. 서로의 짝을 바꾸기도 하고 어떤 이는 손가락을 마주치며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눈치만 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도 뛰어다니는 사람의 손에 이끌려 나왔다. 강남의 물 좋은 나이트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다름 아닌 보혜사.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장소라면 전혀 어색할 것이 없지만 그 곳이 법당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이를 지켜보던 스님은 법당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에게 ‘더 빨리 움직이라’고 성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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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보혜사(주지 지만)가 7월 12일과 13일 이틀간 청년테마법회를 열었다.

청년테마법회란 보혜사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일종의 수련회로써 매번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청년불자로 하여금 불교에 친근감을 갖도록 마련된 전통과 파격이 어우러진 퓨전법회이다.

지만 스님은 청년들이 사찰을 스스로 찾는 방법을 오랫동안 모색해오다 고민 끝에 청년들의 요구와 기대를 법당 안에 최대한 수용해 2004년 처음 테마법회를 열었다.

강원도 홍천의 산속에 위치한 조그만 사찰이라 널리 알려지지 않아 참가자가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청년포교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스님의 원력 때문인지 처음 테마법회를 열 때 10명도 안 되던 인원이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입소문이 퍼지며 4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게 되었다.

올 여름 법회의 주제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자’.

오남기 보혜사 청년회장은 “한 번의 법회참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없겠지만 행복한 삶의 주인공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법회의 첫 순서는 참가자 모두가 자신의 별칭을 짓는 시간이었다. 자신이 불리고 싶거나 바라는 모습으로 별칭을 지어 법회동안 이름을 대신했다. 러브리걸, 사라수, 오리, 원더걸스, 동건(한번만이라도 장동건이 되고 싶다고) 등 다양한 별칭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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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보혜사 옆을 흐르는 시냇가 공터에 모닥불과 함께 김동률의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경내에 울려 퍼졌다. 노랫소리와 빛나는 모닥불에 이끌려 청년불자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고 모두 귀를 기울이며 깊어가는 밤을 감상했다.

노랫소리가 잦아들자 청년테마법회를 진행한 보혜사 청년회 지도법사 명진 스님은 고전적인 놀이 수건돌리기를 제안했다. 술래를 정하고 술래에 잡힌 사람들은 벌칙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번엔 ‘So Hot’이 경내에 울려 퍼졌다. 청년불자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스님이 직접 삶은 옥수수도 먹으며 흥겨운 때를 보냈다. 한 참가자는 “모닥불에, 옥수수에, 노래에 완벽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늘에 별을 못 본 것”이라며 “하지만 비가 오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라며 웃음 지었다.

마치 친구들과 함께 계곡으로 피서를 온 듯, 또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만나러온 목동이 된 듯 한 여름밤이었다.

집에 있었으면 한참 꿈속을 헤맬 일요일 새벽 4시 반 산사 주변 만물을 깨우는 도량석에 눈을 떠 법당으로 향한 참가자들은 새벽예불을 마치고 ‘나를 깨우는 108배 명상’을 했다. 108배 명상을 위해 제작된 CD 음성의 안내에 따라 1배 1배 참회의 마음을 담아 온몸을 땅에 내려놓는 참가자들은 산속도 피하지 않고 찾아온 무더위에 흘러내리는 땀은 멈출 수가 없었다. 명색이 불자라고는 하지만 부처님오신날 등 특별한 날이 아니면 절을 찾지 않았는데 절인들 제대로 할까?

그러나 삼귀의도 사홍서원도 익숙지 않은 이들의 절하는 표정만은 그 어떤 수행자보다 진지했다.

절을 마친 참가자들은 잠시 휴식을 가진 후 산사의 맑은 아침공기를 마시며 한발 한발 내딛는 ‘걷기명상’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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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명상이 끝나고 아침공양을 한 뒤 참가자들은 ‘깃털명상’에 들어갔다. ‘깃털명상’은 온몸에 긴장을 풀고 자신을 깃털이라고 생각하며 떠오른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명상이다. 마치 영화 ‘포레스트검프’에 나오는 깃털을 떠올리게 하는 이 명상은 참가자들이 깃털이 되어 파리의 에펠탑을 오르고 구름 위를 날아다니며 잊었던 옛 연인을 만나기도 하는 등 우주 공간을 주우했다. ‘깃털명상’을 통해 참가자들은 ‘나’에서 벗어나 우주의 관망자가 되는 자유로움을 맛보았다.

마지막 일정인 수계식에서 참가자들에게 법명을 내린 지만 스님은 다음과 같이 회향사를 전했다.

“사실 청년불자들 중 2박3일 이상 시간을 내어 참석한다는 것이 힘들고 부담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만족하지만 참석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무리해서라도 많은 것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러다보니 나눠줄 수 있는 것이 더 줄어들었다. 여러분이 이곳에서 잠시 동안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깊은 휴식과 깊은 숨을 취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입니다.”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산사를 총총히 내려갔다.

법회에 참가한 이도연씨는 “이틀은 짧은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다음에 또 참석할 것”이라고 기약했다.

보혜사는 청소년과 어린이 테마법회도 개최하며 청소년 테마법회는 7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 어린이 테마법회는 8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릴 계획이다. 033)435-0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