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풀과 나무 중에 뛰어난 맛 새로워

조주스님 구름 같은 납자들에 차를 권하였나니

깊은 강물 울음소리 실려 와 돌솥에 차를 달였으니

원컨대 가지가지 얽힌 고뇌의 갈증 모두 여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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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 쌍봉사(주지 영제)에 남전보원(南泉普願)의 선맥을 이은 두 대선사, 조주(趙州)와 철감(澈鑑)의 진영이 봉안됐다. 남전선사는 6조 혜능의 법을 이은 마조도일의 수법제자다. 뜰앞의 잣나무, 끽다거(喫茶去) 등 일상의 주제를 참선에 녹여낸 생활선의 제창자이자 실천가였던 조주의 스승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선지식이다. 철감은 쌍봉사를 창건했으며 구산선문 중 사자산문을 개산한 징효(澄曉) 절중(折中)의 스승이다.

쌍봉사가, 복원 이후 비어 있었던 호성전(護聖殿)에 두 선지식의 진영을 봉안한 것은 남전의 법이 조주에 의해 중국에, 철감에 의해 동국(우리나라)에 퍼졌음을 기념하고 기리는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불법에 국경의 구분이 대수는 아니겠지만 중생심이란 것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어서 중국과 동국으로 갈라져 내려온 6조 선맥의 계통을 뚜렷이 하고자 함이니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물론 사격이나 역사와 선종사적 의미에 비해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쌍봉사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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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주의 이른바 ‘차나 한 잔 마시게(끽다거)’ 선맥은, 비록 한 스승의 제자들이기는 하지만, 무려 20살이나 아래였던 철감에게 전해져 내려왔을 것임을 얼마든지 추정해볼 수 있다. 11년이란 긴 세월을 한 스승 아래에서 수학했고, 남전이 철감에게 전법 인가하면서 ‘우리 종(宗)의 법인(法印)이 동국으로 돌아가는구나’라고 했다는 기록으로 볼 때, 상수제자의 반열에 들었던 두 선사사이에 다양한 교류와 이심전심의 거량이 빈번했을 것은 미루어 알 수 있다. 철감 또한 차와는 관련이 깊은 다선일여 가풍의 일면을 갖추고 있으니, 어쩌면 두 선사 사이에는 차를 매개로 한 끽다의 법연이 쌍봉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두 선지식의 진영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봉안되는 것으로, 우보건설 최석웅 대표이사의 시주와 일화(一和) 정경모 불모(佛母)의 작업으로 결실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봉안되는 두 선지식의 진영이니만큼 조주선사의 진영은 중국에 전해오는 송대목판 조주선사의 진영을 모본으로 했고, 철감선사의 진영 역시 쌍봉사 주지 영제(靈濟) 스님이 간직했던 목판 진영을 참고로 했다. 복식이나 의자 등은 문헌을 검토해 당시의 복식과 양식으로 그렸다.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이 불사는 승보종찰 송광사의 보성 방장이 증명했으며, 송광사 주지 영조 화상 등 본사대중이 대거 동참해 여법한 봉안의식을 집행했다.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올바르고 깨끗한 수행으로 아름다운 인격을 피워내겠다고 부처님께 약속하는 의미를 지닌 염불승의 ‘향화청∼향화청∼’ 구성진 염불소리와 함께 점안의식을 주관한 영조 화상의 붓끝이 진영의 미간을 향하는 순간 내리던 비는 그치고 일순 강한 햇볕이 도량을 장엄했다.

옛 사진을 근거로 훌륭하게 복원하였으나, 수년째 비어있어 아쉬움을 주었던 호성전에 후학들의 발원으로 남전의 법을 이은 중국과 동국의 두 수제자 조주와 철감의 진영이 갖춰졌으니, 이제 두 선사의 스승 남전보원의 진영까지 모시게 되면 육조 혜능의 법을 이은 회양-마조-남전의 선맥이 동국 남도의 선도량 쌍봉에서 다시금 결연, 선풍을 크게 진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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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봉사 호성전 철감-조주 선사 진영 점안 법회’를 마치고 돌아서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발길이 새털처럼 가볍다. 밤새 내린 장대비는 광명을 내뿜는 태양 아래 꼬리를 내렸고, 쌍봉사 해탈문앞 저수지에 사는 돌거북은 신바람 나게 헤엄을 치고 있다. <화순 쌍봉사=이학종 기자>

*철감도윤 선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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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감선사 도윤(道允)은 속성이 박씨이고, 한주(서울) 휴암인(鵂巖人)으로 집안은 대대로 호족이었다. 어머니 고씨가 16개월만에 선사를 출산하였으며, 선사는 헌덕왕 7년(815) 18세에 화엄10찰 가운데 하나인 김제 귀신사로 출가했다.

이후 선사는 10년 동안 화엄학을 공부하던 중 “깨달음의 통발과 그물이 어찌 심인의 묘한 이치만 하겠는가”라고 크게 발심하여 28세(825)에 사신의 배를 얻어타고 당나로 들어갔다. 선사는 바로 남전 보원선사의 제자가 된 뒤 밤낮으로 심법의 묘리를 익혔다.

마침내 남전 선사는 ‘우리 종의 법인이 동국으로 돌아가는구나’하고 선사를 인가했다. 이후 선사는 남전 열반 이후에도 13년 동안이나 당나라의 여러 선사에서 정진하다가 문성왕 9년(847) 50세에 귀국하여 금강산으로 들어가 장담사에 주석하였다. 소문을 듣고 모여든 이가 운무처럼 많았으며 경문왕도 이때 선사에게 귀의하였다. 또 사자산문을 개산한 징효 절중이 제자로 입실했다. 선사는 다시 인연을 따라 사자산 쌍봉사로 내려와 10년 동안 크게 교화를 하다가 경문왕 8년(868) 4월 18일 71세로 홀연히 열반에 들었다. 철감은 문도들이 왕에게 탑비를 세워주도록 왕에게 주청하여 얻은 시호이다.

*조주종심 선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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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선사 종심(從諗)은 속성은 학(郝)씨이며 조주 학향 사람으로 778년에 태어나 어린 나이에 고향의 호국원으로 출가한 뒤 남전선사를 찾아가 참례하고 제자가 되었다. 선사는 남전선사가 입적하기까지 40년을 시봉하였는데, 20세 전후에 남전선사에게 도를 물었다가 평상의 마음이 도라는 말을 듣고는 단박에 깨달음을 얻었다.

선사는 60세에 비로소 천하의 선지식을 찾아 20년 동안 행각의 길을 나섰고, 80세부터 120세로 열반에 들 때까지 조주 관음원(현 백림선사)에 주석하면서 ‘무자 화두’의 조구구자, ‘뜰앞에 잣나무’라는 정전백수, ‘차나 한 잔 마시게’의 끽다거, ‘바리때를 씻게’의 조주세발 등등의 수많은 화두와 일화를 남겼다. 이는 선을 일상의 현장에 역동적으로 끌어들인 생활선의 제창이자 혁명이었다.

*불모 일화 정경문 해송불교미술원 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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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그렸습니다. 가능한 철저한 고증을 거쳤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봉안되는 두 선지식인지라 긴장도 많이 했습니다. 모든 것이 이런 불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쌍봉사 주지 영제 스님과 이불재의 정찬주 소설가님, 시주자인 최석웅 사장님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홍콩의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외모의 불모 정경문 원장은 모든 공덕을 불사를 있게 해준 주변의 인연으로 돌렸다. 손꼽히는 불모들이 흔히 자신을 드러내는 경향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겸손하고 스스로를 낮추려는 것이 인상적이다.

“처음에 진영을 완성하고 스님 등 관계되는 분들에게 보여 드렸지요. 다들 잘 됐다고 했지만, 전 왠지 그 순간에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영을 회수해서 폐기하고 다시 그리겠다고 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렸는데 만족하긴 합니다만 글쎄요. 어떻던가요?”

정경문 원장의 고집으로 진영을 새로 그리는 바람에 불사는 사실 몇 달 더 미뤄졌다. 불사날짜가 미뤄졌는데도 모두들 흔쾌히 받아들여준 것에 대해 정 원장은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경문 원장은 동국대 불교미술과를 졸업하고, 문화재 단청기술자 332호, 문화재 기능보유자 1097호로 불교미술대전(15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송광사 삼일암, 송광사 효봉영각, 증심사 대웅전, 쌍봉사 대웅전, 직지사 삼성암 약사보전의 단청을 맡아 했고, 봉은사 지장전 지장탱화, 쌍봉사 극락전 후불탱화, 연길 수월정사 탱화 및 단청을 총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