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은 살아생전 자신에게 점검을 받으러 오는 납자들에게 ‘오매일여(寤寐一如가 되느냐’고 되물어보곤 했다. “꿈속에서도 화두가 성성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납자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서곤 했다는 일화가 지금까지 선방에서 회자되곤 한다.

성철 스님은 자신의 저서 『선문정로』에서도 “참선오도에는 오매일여의 통과를 필수조건으로 삼는다. 만일 이것을 통과하지 못하면 견성이 아니며 오도(悟道)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국 불교계에서는 오매일여가 깨달음의 필수조건처럼 자리매김했다.

크게보기그런데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 민족사 윤창화 대표에 의해 제기됐다. 윤 대표는 7월 7일 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 회의실에서 열린 월요포럼에서 ‘오매일여는 가능한가-그 진실과 곡해’를 발표했다.

윤 대표는 “오매일여란 원래 ‘깨어있을 때나 잠잘 때나 하나’라는 의미로 ‘자나깨나 지극정성으로 간절히 참구하라’는 의미로 쓰였는데 근래에 이르러서는 화두를 참구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와전됐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몽산화상 때부터 오매일여를 문학적 신비적으로 표현, 해석하여 후대인들로 하여금 실제적 상황으로 혼동, 착각하게 하고 있으며, 성철 스님이 지은 『선문정로』에서는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해 실제 화두참구가 동정일여, 몽중일여, 오매일여 상태가 되어야만 깨닫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완전히 깨달은 것이 아니라고 하여 과잉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이어 “화두를 참구하여 실제 오매일여의 상태를 유지하자면 잠을 자지 않거나 선 잠을 자야 가능한데 숙면 속에서도 깨어 있을 때와 다름없이 화두를 놓치지 않고 참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있을 수 없다며 설화만 있을 뿐 그 어떤 선승도 실제 역사적으로 그런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오매일여는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오매일여, 오매항일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경전은 『능엄경』이다. 『능엄경』 제10권 ‘상음변마’ 장에서는 “삼매를 닦아서 번뇌가 다 없어지면 그 사람은 평상시에 꿈과 생각이 없어져서 깨어 있거나 잠자거나 항상 한결같게 된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후 간화선을 체계화시킨 대혜 스님과 그의 스승이자 벽암록의 저자 원오 스님의 대화에서도 오매일여의 개념이 나온다. 대혜 스님이 향시랑에게 보낸 편지에는 “꿈 속에서 마음대로 통제할 수가 없어서 이 문제를 가지고 스승 원오에게 물었더니 ‘다 망상이므로 그 망상이 끊어질 때가 되면 저절로 깨어 있을 때와 잘 때가 늘 하나인 곳에 도달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대표는 “원오의 관점은 오매일여에 대한 부질없는 망상은 접어 치우라는 것”이라며 “화두참구상태가 실제 오매일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분별망상이므로 그대의 갖가지 망상이 다 사라져서 깨닫게 되면 그때엔 저절로 오매일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를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오매일여는 화두를 드는 실제적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 즉 현실과 꿈을 초월한 상태이자 어떤 분별도 없는 경지를 비유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윤 대표의 주장은 꿈속에서도 화두가 성성해야 한다는 성철 스님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견해이다.

윤 대표는 “대혜종고는 오매일여를 부정했으며, 그의 스승 원오는 오매일여 자체를 분별망상의 소산으로 단정하고 있다”며 “오매일여의 개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원대의 선승 몽산과 고려말 나옹, 태고에 이르러서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성철 스님에 의해 오매불여가 수행자의 깨달음의 척도인 것으로 신봉돼 왔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방청객으로 참가한 원충 스님은 윤대표 오매일향 해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것이라 반박했다. 원충 스님은 성철 스님의 마지막 상좌로, 최근 일본 하나조노대학에서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원충 스님은 “몽중일여(夢中一如)나 오매일여는 육체적, 정신적 신비주의라는 윤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실제 경험을 살피건대 몽중일여의 단계는 가능하고 오매일여는 아직 경험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조사들이 이미 경험했고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윤창화 대표는 “깨달음은 열반이며, 오매일여와 깨달음은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충 스님은 “깨달음은 ‘자기를 바로 보는 것’이며 오매일여를 통해 자기를 바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오매일여. 이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인가? 깨달음에 도달한 후 얻게 되는 경지인가?

이날 월요포럼에서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결론 없이 이 같은 물음표만을 남긴 채 끝났다. 정답은 오매일여의 경지에서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