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을 거치지 않고 등산을 할 수 있을 때, 또 문화재가 사찰의 건물(전각) 내부에 있을 때 등산객에게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하는 것은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판결이 의정부지법에서 최근 나왔다.

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놓고 사찰과 등산객 사이에서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특히 조계종의 해당 지정문화재 자체만이 문화재가 아니라 그 문화재를 보관하고 있는 전각이나 사찰 경내 전체를 문화재로 보는 이른바 ‘점(點)단위 문화재 인식에서 면(面)단위 문화재 인식’으로의 인식전환 당위성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향후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 조계종 및 당해사찰과 등산객, 법원 사이에서 법 해석 기준 및 범위 등을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지법은 경기도 동두천시 소요산 등산객들에게 일괄적으로 받고 있는 사찰의 문화재관람료는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의정부지법 민사3단독 이진화 판사는 최근 소요산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 동두천 주민 15명이 자재암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에서 소요산 입구에 매표소를 설치해 등산객의 문화재 관람 의사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한 행위는 법률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연합뉴스 7월 6일자 보도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은 △등산객이 사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점 △문화재가 사찰 내 일부 건물에 있는 점 △사찰이 매표소와 상당한 거리에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매표소의 위치를 옮기는 등의 방법으로 문화재 관람객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 문화재 관람 의사가 없는 등산객에게 요금을 징수했다면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그러나 원고들이 4년 전 시행된 조례와 입구에 설치된 안내문을 통해 동두천 시민인 경우 요금 면제 대상인 점을 알면서도 입장권을 구입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대해 소요산발전추진위원회 측은 지난해 전국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자재암과 갈등을 빚어온 동두천 주민들은 법적 요건을 갖춰 다시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소요산발전추진위원회측은 비록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패소하기는 했지만 자재암의 문화재관람료 징수가 근거 없음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며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소송을 다시 제기할 방침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동두천시는 지난달 시에서 징수하던 800원의 입장료를 폐지한 데 이어 지난 1일 자재암이 받던 1천200원의 문화재관람료를 1천원으로 내리기로 합의하면서 1년 이상 끌어온 소요산 요금 갈등을 해소하려 했으나 이번 판결로 또 다시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소요산 전체 면적의 95%를 소유한 자재암은 그 동안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동두천시에서 받는 입장료 외에 문화재관람료를 별도로 징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