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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반야회 회장 및 동산불교대학 이사장 고 김재일 법사의 타계소식이 교계에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애도의 글이 동산불교대학에 답지하고 있다. 그의 갑작스런 서거가 주는 충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재가불교의 위축이 염려되는 시절에 재가불교의 가장 앞서가는 지도자로서 큰 그늘을 가진 거목이었던 김재일 법사의 타계는 재가불교는 물론 한국불교 전체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가신 분의 자취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가신 분의 유지를 계승하고, 재가불자로서 더욱 더 분발하겠다는 다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본래 찬 자리보다는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일은 남아 있는 재자불자들이 메워야할 몫이다. 고 김재일 법사도 그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6월 25일)까지 답지한 애도의 글과, 고 김재일 법사의 발자취, 영결 및 추도사를 정리했다.

*고 김재일 법사 발자취

고 김재일 법사님께서는 1949년 전라남도 영암군 시종면에서 태어났다. 20대 청년시절에 조계사청년회에 가입하여 불교와 인연을 맺고 불교 봉사활동을 했다.

1982년 무진장 큰스님을 법주로 모시고,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재가포교단체인 동산반야회를 창립하고 타계하기까지 한국불교 포교 일선에서 재가 법사로서 일반불자들을 위한 참신하고 혁신적인 불교 사업을 수행해왔다.

1984년부터 시작된 일반인들을 위한 불교기초교리강좌는 24년 동안 약 1만 여명의 일반인들을 불교인이 되도록 한 전통적인 불교교리강좌였으며, 타계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직접 출강하시며 회원들을 지도했다.

1992년 개설된 동산불교대학은 당시로서는 2년 과정으로 최초의 불교교양대학이었으며, 이를 효시로 불교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장기 불교교육과정이 활성화되게 된 계기를 맞게 하였다. 개설 당시에는 불교학 1개의 과정으로 시작된 교육과정이었으나 현재는 불교미술, 불교한문학, 다도학, 불교장례문화학, 사찰음식문화학 등 재가불자를 위한 한글불교의식강좌를 쉼 없이 개설하여 지금까지 5,000여 불제자를 배출하였다.

1998년부터는 신라시대부터 근세까지 이어오던 염불만일결사를 되살려 제6차 전국염불만일회를 결성하여 지금까지 10개의 전국 각지의 아미타성지에서 염불불사를 봉행하였다.

이밖에도 제4차의 한일불교문화교류, 어린이집· 청소년독서실 운영을 위한 불교복지사업, 세계기아 난민들을 돕기위한 한국불교기아도움기구, 전국 각지호텔에 불교성전보급, 불교교리서적 발간, 국내·외 사찰 순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을 해온 실천하는 보현행자요, 우리 곁에 왔던 불보살이었다.

*영결사(永訣辭)

아름다우신 님! 김재일 법사님! 가십니까?

세상 사람들 모두가 떠나가도 법사님은 끝까지 남아, 일상으로 염송하시던 아미타불 48대원을 성취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우리 손에 꽉 쥐어주시리라 믿었는데....

오늘, 떠나시다니요.

아, 그러나 이 또한 부처님 뜻이요, 남겨진 우리들을 위한 또 하나의 가르침이시리라 짐작할 뿐입니다.

김재일 법사님, 법사님께서는 청춘소년으로 불법에 입문하여, 모두가 어렵고 힘겨워서 하지 못할 일들을 이루셨습니다.

가난하면서도 늘 베푸셨고, 쉼 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법회를 열고 배우셨으며, 목숨을 버려가며 도를 구하시며 포교하셨습니다. 모든 욕망을 버리고 불도의 길을 걸으셨으며, 좋은 길을 마다하시며 도전과 혁신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권세도 없이 불의와 당당하게 맞섰으며, 오해와 멸시에도 성내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셨습니다. 불교라면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고, 넓게 멀리도 다니셨습니다. 초심자들을 귀하게 여겨 끝까지 섬기며, 좋은 친구로 만드셨습니다.

법사님께서 비워주신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몸으로 받들고, 뜻으로 감싸 동산가족이 염원했던 아미타불 정토도량을 장엄하겠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부처님의 상속자, 재가자이셨듯이, 우리도 또한 법사님의 상속자이며 재가자입니다. 무너지지 않는 믿음으로 당신의 정법 설계도를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굽어 살펴주시고, 지혜를 일깨워주십시오.

법사님! 저희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너무 많이 애쓰시고, 고뇌하셨던 육신은 편안히 쉬시도록 놓아드립니다.

법사님은 가셨어도, 저희들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공(空)의 모습으로, 빛으로 나투셔서 저희들의 성불 서원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동산불교대학이사장 안동일(安東壹)>

*추도사(追悼辭)

황망히 받든 김재일 법사님의 이별 소식에 슬픔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 동산가족들이 김재일 법사님과 함께 누린 행복이 크고 고귀해서 눈물이 납니다.

김재일 법사님! 법사님께서는 얼마나 먼길을 예약하셨기에 그리도 총총히 행장을 꾸렸단 말입니까? 아쉽고 애통합니다.

우리 동산가족들이 불교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초발심의 법열이, 감로 법문의 감동이, 어쩌면 당신 내면의 아픔, 고뇌와 맞바꾸신 것은 아닌지 생각할 때, 너무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일생을 오직 불교의 발전만을 위해 사시느라 법사님의 친부모형제, 가족과 함께 나누신 정은 너무도 부족하고 소박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할 때 몸 둘 바 없고 송구스럽습니다.

김재일 법사님!

당신은 참, 흔들림 없이 강하셨습니다.

언제나 쉼 없이 법회를 여셨습니다. 일년 중에 당신의 일요일은 없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불교회관에서 시작된 불교 교리강좌는 지금까지도 동산불교회관에서 계속되고 있고 있습니다. 그때 그 강의실 낡은 철재 접의자가 녹이 슬고 펴지지 않을 때까지 의자를 나르고, 펴고, 접고, 회원 수는 늘어가는 데, 의자 수는 오히려 줄기만 했습니다. 운영비는 턱없이 부족해도 법회는 진행하셨습니다. 한 때는 불교회관에서 싸움이 벌어져서 법회를 할 수 없을 때도 당신은 다방을 빌려서 법회를 쉬지 않으셨습니다.

편히 살 수 있었던 공직도 버리고, 불교를 위해 백척간두에 서서 불교 교육의 외길을 걸으며, 월·화·수·목·금·토·일요일은 없고 오직 ‘법요일’만 있었던 당신, 당신은 정말 강하셨습니다.

김재일 법사님! 당신은 참, 여리셨습니다. 누구든지 핍박 받고 어려움에 처하면 모른 척 하지 않으셨습니다. 세계 기아 난민을 위해서 한국불교 기아도움기구를 만드셔서 르완다 난민 돕기를 시작했고, 콩고, 북한, 미얀마, 동남아시아 해일 난민, 네팔, 석가족까지 힘이 미치는 한 도우려 애쓰셨습니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불교인에게는 모든 것을 무릅쓰고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이문옥 감사관, 김태복 장군, 황우석 박사와 같은 분들이 어려울 때 따뜻한 동지가 되어주셨습니다.

한글반야심경, 아미타불 사경 10만8천번은 누구나 불교의 진리를 쉽게 알게 하자는 따뜻한 배려이셨습니다. 당신은 그토록 법우(法友)들을 위해 자비로운 만남을 끝도 없이 이어가셨습니다.

김재일 법사님!

당신은 이 시대의 징검다리셨습니다. 불교를 모르던 불자들을 위해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불교학 강좌를 열었습니다. 당신의 육신은 젖고 풍상에 깎이면서 부처님과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았습니다.

오늘 이제 우리 모두는 김재일 법사님을 떠나보내 드리며, 이별의 슬픔을 감추고, 법사님의 서원을 이어받을 것을 다짐합니다.

아미타 48대원을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당신을 닮은 보현행자가 되겠습니다. 법사님께서 서원하시던 불교사업을 꼭 이루어내겠습니다. 대아미타사를 하루속히 세우고, 염불만일회를 회향하는 그날, 환히 나투시는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김재일 법사님!

법사님께서 중생을 위해 등공하신 것처럼 우리도 등공의 도를 닦아 가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동산반야회신도회장 이종현(李鍾賢)>

*고승열전 작가 윤청광 선생 애도문

어허 참!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어쩌자고 이라도 급하게

가십니까?

서울 한복판이

텅 비었습니다.

<윤청광 합장>

* 만동문당김재일법사(輓東門堂金在日法師)

奎星昨夜落西天(규성작야락서천)

可惜僧家失好緣(가석승가실호연)

法殿前年同念佛(법전전년동염불)

玉京今際獨登仙(옥경금제독등선)

生平布敎時人頌(생평포교시인송)

去日呈規後世傳(거일정규후세전)

回首歸雲千古別(회수귀운천고별)

江山草木共悽然(강산초목공처연)

만 동문당 김재일 법사님

어제 밤 별 하나가 서쪽 하늘에 떨어지니

가히 애석 하구나 불가의 좋은 인연을 잃었음이라

전년에 법의 전당에서 함께 염불을 하였는데

지금은 하늘나라를 홀로 오르신 신선이시라

평생을 포교로 사시었으니 때에 사람들이 칭송을 함이요

지난날 법으로써 보여주셨음에 뒤 세상에 전해짐이라

돌아가는 구름에 머리 돌려보니 이 천고의 이별이니

강산의 초목들도 함께 슬퍼하는 빛이더라

<동산불교대학 제1기 金海后人 김유연 합장>

*김형준 박사의 애도문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소식이군요...

어제 메일을 열어보고는 한 동안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집 앞 호수가를 서성거리다

이제사 메일을 보냅니다.

투병중이면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동산을 위해서 불교를 위해서

분투하시던 모습이 떠올라..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한국 불교계의 큰 별이 또 하나 졌습니다.

부디 부처님 나라에 왕생하시어, 부처님 곁에서 더 위대한 불사를 이루게 되시기를

기원드릴 뿐입니다.

임 처장님을 비롯해 동산의 가족들 모두 커다란 슬픔에 휩싸여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도움이 되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이젠 고 김재일 이사장님이 펼쳐놓으신 그 헌신적인 불사를 마저 다듬고 완성하는 일이

남은 동산인들의 과업이자 보살도가 된 것 같습니다.

거듭 거듭 위대했던 보살의 흔적을 기억하며

우리도 그 길을 가겠노라고 서원하는 바입니다.

<캐나다 미시사우가에서 김형준 합장>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애도문

시공이 끊어진 자리에 늘 여여하소서!

사찰생태연구소(보리방송모니터회) 김재일입니다.

불교계에는 저 말고 '김재일'이라는 분이 또 한분 계십니다.

동산반야회와 동산불교대학 설립자인 김재일 거사가 그 분입니다.

불교대학 운영을 비롯하여 북녘땅 포교, 만주 포교, 황우석 후원....

어제 그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연배도 서로 비슷하고, 불교활동을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고,

그래서 진작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난 것은 2005년도 겨울이었습니다.

제가 제3회 대원상을 수상할 때 축하해주러 왔더군요.

알고보니 그 분은 저보다 먼저 제1회 수상자였습니다.

이름이 같다보니 기자들도 자주 헷갈려서

이름 뒤에 괄호를 쳐서 구별하곤 했습니다.

한번은 그 분에게 가야할 원고료가 내 통장으로 들어온 적도 있었구요....

그 분과 저는 불교활동 영역과 방향이 조금 달랐습니다.

그 분은 불교교육과 포교 쪽이었고, 저는 불교의 사회운동 쪽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만날 기회는 1년 가야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조계사 마당에서 우연히 만나 손잡고

서로의 투병 안부를 잠시 물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김재일 거사님도 암을 앓고 있었습니다.

'불교계 두 김재일 거사가 함께 투병 중'이라고 불교신문에도 났었지요.

살다보면 좋을 날 있을 꺼라고

착하고 좋은 일하고 살면 복 받을 꺼라고, 아등바등 살아온 날들-

그런데, 그 길의 끝이 죽음이라는 낭떠러지 뿐이라니 !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미운 사람 좋은 사람....

배운 사람 못 배운 사람,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

모든 만물이 도매금으로 다 그렇게 사라지니,

산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참 싱거운 것 !

지나간 것들은 다 꿈이고 허망한 것 !

너나없이 모두가 그렇게 시시하게 끝나버리다니,

억울하고 분한 생각까지 드는,

참 싱거운 인생살이입니다.

본래 오고감이 없다고 하니,

극락왕생도 헛말입니다.

김 거사님,

시공이 끊어진 자리에 늘 여여하소서 !

*김성진 불자의 애도문

왕생극락하시옵소서

김재일 회장님과는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재가불자로서 또다른 길을 개척하시어 많은 일들을 하시고 계시는데...

벌써 운명을 달리하시게 되어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부디 극락 왕생하시길 불보살님 전에 기원드립니다.

<마산 정법사 영축불교대학 김성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