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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두메산골에 있는 고찰의 스님들이 서울 교수님들의 수업을 듣는다. 그것도 인터넷으로.

‘달마야 서울가자’라는 소리가 나올 법한 이 이야기는 최근 직지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풍경이다.

5월말부터 직지사 강원의 학인 스님들이 동국대 교수님들의 원격지원 강의를 듣고 있다. 아주 초보적인 인터넷 시스템을 이용해 강의를 시작했는데, 결과는 인기폭발.

전통강원들은 대부분 산속에 위치해 있다 보니 외부강사를 초빙하기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원에도 신식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너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교육원에서 1년에 한번씩 지원하는 외부강사 초청비 300만원은 저명한 강사 1명을 단 하루 초청하기에도 빠듯한 돈이다.

그래서 최근 직지사는 아주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시도했다. 서울에 있는 유명 교수님들에게 강의를 요청하되, 그들이 직접 강원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화상채팅창을 이용해 학생은 산중에서, 교수는 연구실에서 서로 마주보며 공부를 하는 것이다.

컴퓨터에 능통한 세묵 스님이 직접 동국대를 찾아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강의를 요청했지만 컴맹에 가까운 교수님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세묵 스님이 직접 ‘화상채팅창 바로가기’를 만들어주고, 컴퓨터용 카메라와 헤드폰까지 설치해주자 그제야 컴퓨터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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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서 대신 채팅창을 열어 워드를 치면 곧장 학생들의 채팅창으로 전달된다. 헤드폰으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질문과 답변이 즉석에서 이루어진다.

조계종 역사상 최초의 인터넷 강원교육이 이런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첫 번째 초빙강사는 동국대 교수 세 명. 김호성 교수의 불교학강의, 박인성 교수의 유식학강의, 김상일 교수의 불교한문 강의가 첫 개설강좌이다.

이런 기발한 수업에 동국대 교수님들도 신이 났다. 김호성 교수는 산골 스님들이 산중에서 못듣는 이야기를 전달해야겠다 싶어 인도사상과 불교를 강의하기로 했다.

크게보기김상일 교수는 만해스님이 친필로 쓴 불교한문독분을 텍스트로 정했다. 이 책은 보물로 지정된 도서로 동국대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데, 김상일 교수가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하고 겨우 복사를 한 것이다.

“어쩌다 대표적인 아날로그 교수님이 첫 디지털 수업에 참여하셨네요”라고 농담을 던지자 김상일 교수 왈. “나는 직접 학생들과 호흡하는 수업이 아니면 못하는데 어쩌다 내가 이런 수업을 하게 돼서 참나.”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과 자유롭게 대화도 하고 농담까지 주고받는다.

강원 학인 스님들도 신이 났다. 은사 스님이 자신의 은사 스님으로부터 배웠던 내용을 그대로 전수받는 것이 아니라, 한국불교학의 대표적인 교수들이 수업을 해주니 우선 신나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

게다가 깜빡 졸 수도 없다. 카메라가 교실 전체를 비추다보니 맨 끝에 있는 학생의 눈동자까지 실시간 서울로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너무 열악하기만 하다. 커다란 모니터만 구비돼도 훨씬 수월할텐데 아직까지 동국대나 총무원에도 화상교육 시스템은 갖추어지지 않았다.

김상일 교수는 연구실에서 수업을 하다보니 칠판이 너무 작아서 문제다.

“한문이라는게 칠판에 써가면서 설명을 해야하는 특성이 있는데 칠판이 손바닥만 하니 몇 글자 쓸 수도 없고. 다음 주부터는 큰 칠판을 구해다 놓고 해야지.”

글쎄, 사람 다섯명만 들어가면 꽉 찰 그 연구실에 큰 칠판이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뭐 교수님이 넣는다니 말릴 수도 없고.

어쨌거나 사상 최초의 원격화상 강원교육은 일단 대성공인 듯하다. 아직 강의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 소식이 전국 강원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다른 강원의 학장 스님이 깜짝 놀라 외부강사 초빙하기 하늘에 별따기라며 푸념을 늘어놓으며 어떻게 수업을 하고 있냐고, 은근 슬쩍 컨닝하기도 했다.

만약 이 수업이 성공리에 끝난다면, 조계종에 앞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글쎄, 조계종이라고 교육방송을 만들지 말라는 법이 있어. 혹시 EBS같은 불교교육방송이 공영방송 채널로 만들어지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