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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원주민? 디지털 이민자?

어학공부를 하다보면 원어민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원어민은 네이티브(native)라고 부른다. 그런데 어학부분을 꼬집어 강조하다보니 원어민이지만 본래 네이티브는 원주민을 지칭하는 말이다. 원주민이 아닌 이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훈련을 해도 네이티브 스피커와 같을 수는 없다고 한다.

네이티브는 꼭 어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혹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는가. 또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s)’라는 말은 어떤가. 이 두 용어는 기성세대와 디지털 세대 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용어다. 기성세대가 디지털 이민자로 불리는 까닭은 살다가 나중에 테크놀로지와 조우하게 된 그룹이기 때문이다. 살다보니 필요해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접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이전에 익숙했던 아날로그식 세계관이나 사고방식, 행동양식, 그 시대적 문화와 언어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다.

반면 디지털 원주민, 즉 디지털 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자라난 세대다. 그들 주위에는 컴퓨터와 비디오 게임, MP3, 비디오카메라, 휴대전화, PMP, SMS, 닌텐도 등이 항상 존재하며 함께 호흡한다. 따라서 그들은 멀티테스킹(multitasking)에 능하고, 텍스트에 앞서 그래픽을 선호하고, 선형적-순차적 방식보다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적, 그물망(web)의 방식을 선호하며, 혼자 대신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의 능력발휘를 원하고, 잦은 피드백과 보상에 길들여져 있다.

디지털 세대인 디지털 원주민은 웹 2.0의 인터넷 환경에서 등장하였기에 ‘2.0 세대’라고 일컫는다. 인터넷 공간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자아의식과 사회의식을 스스로 형성해가는 10대를 지칭한다.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이번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저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났다. 기존의 미디어를 무색하게 하는 이들의 디지털 테크놀로지 활용은 단순한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참여민주주의를 이끌어냈다.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2.0세대의 특징은?

2.0세대. 이들의 특징은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고 △모바일과 인터넷을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삼는 ‘디지털 노마드’이며 △기성세대의 ‘욕망의 정치’에 반해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탈 물질주의 가치’를 지향하고 △부모인 386세대로부터 사회비판 의식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학습한 ‘격세유전’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디지털 원주민(청소년, 2.0세대)을 어떻게 교화하고 하느님의 품으로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가톨릭 현직 신부들이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6월 20일 오후 정동 성프란체스꼬 회관에서 있었다.

디지털 원주민은 우리와 같은 디지털 이민자와 다르다.

디지털 원주민은 하루 종일 디지털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디지털 원주민 선교를 위해 디지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세 가지의 고민을 두고 천주교 신부와 수녀, 형제자매들이 발제를 하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매스콤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의 공식명칭은 ‘2008년 제3회 문화의 복음화 포럼-디지털 미디어와 청소년 교육’이다. 지난 4월에는 공교육 현장에서의 디지털 교육 현황 점검을, 지난 5월에는 디지털 선교의 개신교 사례와 실태 및 천주교 교회에서의 디지털 사목 실례를 점검했고, 이번에 그 이론적 대안과 실제적 활용을 다룬 것이다.

이날은 두 신부가 나서 각각 발제를 했는데, 첫 번째 발제는 ‘청소년 신앙교육에 있어서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대안’을 김민수 신부(매스콤위원회 총무)가, 두 번째 발제는 ‘청소년 사목에 있어서의 바람직한 디지털 미디어 활용’을 이문환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국장)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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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원주민을 교화할 디지털적 대안은 무엇일까?

김민수 신부는 청소년 신앙교육에 디지털 미디어 활용의 몇 가지 대안으로 △참여를 통한 교육효과 제고를 위한 SCC(학생 제작 콘텐츠) 활용수업 △2013년부터 디지털 교과서가 각급학교에 보급될 예정인 것에 대비한 교리교재의 디지털 교과서화 △아프리카 등을 통한 인터넷 개인방송국 활용 △청소년 주일학교 교육에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활용 △청소년 디지털 저널리즘 활성화 △원격 청소년 신앙교육을 위한 IPTV 활용 △학습과 게임의 결합 즉 에듀테인먼트를 통한 청소년 신앙교육 △세컨드라이프(3D 가상현실서비스)의 활용과 청소년 신앙교육의 연계 △△ 블로그를 이용한 청소년 신앙교육 등을 제시했다. 하나하나가 모두 요긴한 내용들이고, 디지털 이민자에게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개념들이다.

김민수 신부는 특히 “교회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여 청소년 신앙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따라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청소년 신앙교육의 원리를 세워야 한다”고 전제한 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는 청소년 신앙교육의 근본원리로 사회적 구성주의(social constructivism)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신부는 그 이유를 “교육환경의 디지털화로 새롭게 출현하는 교육패러다임이 객관주의 패러다임에서 구성주의 패러다임으로 변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성주의는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교육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학습이론을 말한다. 사회적 구성주의는 여기에 공유와 참여가 강조되는 디지털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이문환 신부의 현장감 있는 구체적 선교활용 사례는 박진감과 재미를 함께 갖춘 흥겨운 시간이었다. 디지털 미디어 활용은 이렇게 하는구나 라는 작은 깨달음이 참석자들 마음속에서 묻어나왔다.

발제를 마친 후 발제한 신부님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수녀님과 어린이 청소년 교사를 맡고 있는 젊은 선생님들의 재기발랄한 질문과, 재치와 내용을 갖춘 신부의 답변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간간히 웃음이 장식용 꽃다발처럼 섞이곤 했다.

디지털 미디어 포교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까?

절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 떠들며 노는 소리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어린이 법회의 숫자는 드러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고, 중고등부 법회가 운영되고 있는 절이 있다면 귀가 번쩍 뜨이는 시절이다.

그렇다고 이렇다할 대안도 없어보인다. 조계종 포교원에서 어린이 포교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진행되고 있는지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지난 5월에 이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매스콤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청소년 선교방안을 모색하는 포럼 현장을 다시 찾았다. 귀동냥이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정보나마 교계에 전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날의 포럼을 이렇게 조금은 장황하게 소개하는 것이 불교계에 어떤 효과와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 기사가 불교계의 청소년 불자들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포교의 전기를 마련하는 작은 촛불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한국불교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만 있을 뿐이다. 이런저런 조바심을 간직한 채 글을 맺는다. 밤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