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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곳 뚫어주는 지도자가 절실하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박광서 교수가 6월 12일 우리나라 정국현황 및 종교계 현실, 불교계의 흐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어떤 분야든 지도자가 부재해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박광서 교수는 자신의 이 같은 의견을 중앙승가대 학보에 ‘소통 부재의 시대’라는 제목의 기고문 형식으로 공개한 후, 그 글을 본지를 포함 교계 언론에 이메일을 통해 보내왔다.

박 교수는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자신의 신을 섬긴다는 말은 이해했는지 몰라도 국민을 섬긴다는 진정한 뜻은 모른다”고 이 대통령을 꼬집은 박 교수는 “그러나 사회통합에 부적절하고 불안한 후보, 정보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산업화 시대의 인물을 ‘홧김’에 뽑은 국민 스스로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고 국민의 책임도 아울러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은 권력의 분산과 견제라는 정치행위를 통해 주인인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교수는 “종교계 역시 시민사회와 소통해야 한다”며 종교의 권력화, 특히 개신교의 권력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제기했다. 박 교수는 “‘힘 숭배’의 종교인 기독교는 스스로의 배타성과 공격성, 그리고 패거리문화로 인한 비기독교인들의 박탈감과 인권침해를 이해 못할 뿐 아니라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그 무지가 우리 사회를 더욱 피곤하게 한다”며 “‘대화가 안 되는 딴 세상 사람들’ 같은 종교에서 벗어나 사회적 의제를 두고 시민사회와의 부단한 소통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종교로의 변화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박 교수는 불교계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박 교수는 ‘교단 내부의 정리’와 ‘세상 껴안기’라는 두 가지 과제를 불교계가 시급히 치유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했다. ‘교단 내부의 정리’와 관련해 박 교수는 “교단 내 권력다툼으로 날이 샌다면 불교의 앞날엔 희망이 없다. 배는 기울고 있는데 작은 이해관계에 얽매여 아옹다옹하는 게 안타깝다”며 “교단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행위는 철저히 차단하고, 불교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의 통로는 활짝 열어야 하고,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대중공사의 전통을 제대로 살려 불교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 껴안기’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사회의 혼란과 고통은 내 문제 아니라는 듯 초연한 것은 문제이고, 특히 불교가 종교적 차별과 인권침해에 방관해온 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누군가 나서서 해주겠지 하고 안이하게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무임승차’에 다름 아니”라며 “불자들이 위축되어 기를 펴기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려는 교계지도자들의 노력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조계종 본말사주지 연수의 강사에서 자신과 재가연대 윤남진 처장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제외된 데 대해 “재가연대와 불자들 사이에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네요. 저 개인에 대한 문제도 포함되어 불편하기는 하지만, 건강한 불교계를 바라는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박광서 교수가 보내온 승가대신문 기고문(6월 12일자) 전문이다.

<소통 부재의 시대-막힌 곳 뚫어주는 지도자 절실해>

촛불집회-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라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이 당당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를 따르라고 의기양양 앞서가던 대통령이 외톨이가 된 분위기다. 당선 직후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감동스럽게 했지만, 그 말이 지금은 오히려 공허하게 들린다. 자신의 신을 섬긴다는 말은 이해했을지 몰라도 국민을 섬긴다는 진정한 뜻은 모르는 듯하다. 세간에 소탐대실, ‘소고기 탐내다 대통령직 잃는다’고들 하는데, 소고기가 아니라 ‘소고집’이 아닐까 싶다. 밑바닥 인생부터 대통령까지 성공신화를 이루었기에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려운 주위를 돌아볼 기회나 이유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DNA에 내장된 기독교 선민사상의 폐쇄성과 독선으로 인해 무엇이 잘못 된 건지,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모르는 본인이 누구보다 답답할 것이다.

언행이 가볍고 공사(公私)를 구분 못하며 자녀의 위장취업 등 도덕성 결여로 공인(公人)으로서 미덥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고 청계천 사업도 하나님이 해주신 것이라며 목사 초청 준공식부터 하던 종교편향적 행동으로 불자를 비롯한 비기독교인들에게 배신감과 허탈감을 안겨다 주기도 했던 그다. 사회통합에 부적절하고 불안한 후보, 정보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산업화 시대의 인물을 ‘홧김’에 뽑은 국민 스스로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월급을 주면서 직원에게 지시를 하던 사장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으며 봉사해 달라고 힘을 모아 준 5년 계약직 신분일 뿐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권력의 분산과 견제라는 정치행위를 통해 주인인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자기 입맛대로 권력을 휘두르면 대통령이나 국민 모두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촛불시위도 쇠고기나 인적쇄신 못지않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은 국민의 소망이 표출된 것이리라.

일방적 소통은 소통이 아니다. 쌍방소통만이 소통인 것이다. 4,5년만에 투표 한 번 한 것으로 국민의 의사표시는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시대변화를 못 읽은 구시대 정치인이다. 국민과 소통도 못하면서 대통령을 하려 하다니, ‘짱’이 될 수 없는 ‘짝퉁’을 모시고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5년이 멀게만 느껴진다.

종교권력-종교는 시민사회와 소통하라

‘고소영’으로 회자되는 이 대통령의 좁은 인맥에 개신교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새삼 그의 종교이력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해 8월 한나라당 경선에서 선출된 이명박 대선후보가 국립묘지에 이어 가장 먼저 달려간 공식방문지는 한기총 사무실이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현직 목사가 청와대 비서관이란 사실도 일반국민으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촛불집회의 배후를 언급하면서 ‘사탄의 무리’ 운운한 홍보비서관 추부길 목사를 뒤에서 부추길 곳도 자신의 종교인 개신교일 터다. ‘빨갱이를 잡아들이라’며 이념갈등을 부추기면서 수세에 몰린 장로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곳도 보수 기독교계다.

종교의 권력화가 사회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20조가 무색할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권력은 통치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국가권력을 지칭하지만, 넓게는 ‘강제적 힘으로 느껴질 만한 모든 세속적 실력’을 통칭 권력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공직자는 물론 국가예산 또는 공공시설을 특권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나 대중들에게 늘 노출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예컨대 정치인, 언론방송인, 교육자, 종교지도자, 시민사회지도자, 연예인, 국가대표 등-은 ‘공인’으로서의 종교중립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특정종교 신자임을 나타내는 언행으로 타종교인을 불편하게 한다. 종교의 사회적 오염이다. 그가 공인 신분이라면 더욱 문제다.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공직 신분을 이용한 종교 활동은 공권력의 사적 도용이며, ‘세속적 권력’과 ‘종교적 권위’를 함께 이용하는 위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일부 몰지각한 개신교인 공직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도시선교 사업을 지원하는 소위 ‘성시화(聖市化)운동’도 정교유착으로 이어지지는 대표적인 종교권력화 현상 중의 하나이다. 온갖 고급 정보를 갖고 있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지도급 기관장들이, 그것도 특정종교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끼리만 지속적으로 만난다면, 편파적 정보제공이나 권력집행에 대한 국민의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겠는가. 2004년 시 예산의 1%를 성시화운동에 사용하려던 정장식 당시 포항시장, 2006년 ‘교동협의회’를 조직해 복지행정을 노골적으로 선교의 수단으로 삼고자 했던 서찬교 성북구청장, 2007년 ‘세계선교센터 건립 추진과 성시화운동’을 축하 독려했던 안상수 인천시장 등이 대표적인 종교권력형 지도자들이다. 건국 초기부터 친기독교로 일관한 정책 때문에 지난 수십 년 간 불교가 홀대를 받아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다. 군승제도 도입(68년),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75년), 불교방송 개국(90년)이 군목(48년), 크리스마스(49년), 기독교 방송(54년)에 비해 각각 20년, 26년, 36년이나 뒤처진 것도 파행적 정책의 결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힘숭배’의 종교인 기독교는 스스로의 배타성과 공격성, 그리고 패거리문화로 인한 비기독교인들의 박탈감과 인권침해를 이해 못할 뿐 아니라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그 무지가 우리 사회를 더욱 피곤하게 한다. 그 결과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 종교혐오증, 더 좁게는 안티기독교까지 생겼다. ‘대화가 안 되는 딴 세상 사람들’ 같은 종교에서 벗어나 사회적 의제를 두고 시민사회와의 부단한 소통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종교로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종교자유-종교간 대화하고 소통하라

종교권력은 진리수호라는 미명 하에 부당한 차별이나 종교폭력으로 발전해 제도적ㆍ관행적인 인권침해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종교사학 내 종교 강요 문제, 공공장소에서의 선교, 공익사업이나 종교사학에서의 (교)직원 채용 시 종교제한 등은 분명 위헌소지가 큰 종교차별이다.

특히 아직 성숙과정에 있는 학생들에 대해 가해지는 종교차별과 인권침해는 심각하다. 교육 현장이라는 공공영역에서 종교가 없거나 다른 게 무슨 죄라고 노예처럼 강제로 설교를 듣고 교리를 배우며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해야 하나. 종교야만국이요, 인권후진국이란 오명을 들을 만하다.

2004년 6월 대광고 학생회장이던 강의석 군이 45일간 단식까지 하며 ‘예배 선택권’을 주장한 것은 수십 년 간 금기에 가까웠던 강제예배를 인권차원에서 정면으로 사회이슈화한 사건이었다. 2007년 10월 대광고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종교의식 강요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강 군의 손을 들어주었다. 신앙(무신앙 포함)의 자유가 선교의 자유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헌법정신 때문이다. 마치 2004년 헌법재판소가 “흡연권(吸煙權)은 상위의 기본권인 혐연권(嫌煙權)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힌 논리와 유사하다. 종교문제로 피로감이 쌓인 국민들에게 모처럼 한 가닥 희망을 던져준 역사적 판결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8일 고등법원은 ‘종교자유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어이없는 판결로 원심을 뒤집음으로써 인권사에 오점을 남겼다.

1,2심 판결 차이의 핵심은 강제성 여부이다. 원심은 “기본권의 중대성과 고등학생들이 미성년자로서 독자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무능력자임을 감안할 때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해서 곧바로 동의한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본 데 반해, 항소심은 “입학 당시 선서, 고2까지 별다른 의사표현 없이 참석했으므로 강제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가해 입장인 학교측이 적극적으로 동의를 구해야 할 상황에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반대나 항의 표시가 없으면 자동적 동의로 간주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의사결정권과 인권을 심각히 훼손시킬 무리한 주장이다. 더구나 학교 선택권이 없고, 종교사학일지라도 국고지원이 50%가 넘는데다 재단전입금은 평균 1.8%도 안 되어 실질적으로 공립학교나 마찬가지이며, 더 본질적으로는 언제 어디서든지 허용되어야 할 ‘개종의 자유’까지 고려하면, 개인의 기본권보다 학교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항소심 판결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 꺼림칙한 것은 법원이 예민한 종교인권 문제에 세심한 배려 없이 독실한 개신교인 재판장에 사건을 배정한 사실이다. 더구나 재판장은 대광고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 교단 소속 교회의 장로라고 한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 했는데, 우연치고는 기막힌 우연 아닌가. 뒤로 내통하여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특정종교에 심취해 있는 판사가 타종교인의 심적 고통과 종교인권을 깊이 헤아릴 수 있겠는가. 자신의 종교를 위해 결론은 미리 내려놓고 궁색한 변명을 찾으려 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사법부의 무신경과 횡포에 국민은 절망한다. 힘 있는 자는 시끄럽게 일을 벌이지 않는다. 소통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동원해 조용히 자기 뜻대로 일을 꾸밀 뿐이다. 광우병 소용돌이 속에, 부처님오신날 축제 기간에 슬그머니 내놓은 개신교인 재판장의 판결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다.

학생의 학습권과 종교자유를 박탈하는 학내 종교 강요는 반드시 중단시켜야 한다. 공공영역에서 타종교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쉬운 우리 사회다. 종교계는 기득권 지키기와 힘겨루기만을 일삼는 대신 참을성 있게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건강한 종교로 살아남기 위해.

대중공사-불교 내부 소통하고 국민과 함께 호흡하라

최근 수 년 사이 종교 문제와 갈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다종교ㆍ다문화 사회인 우리 사회의 통합과 평화에 최대 걸림돌이 종교문제일지도 모른다고 걱정들을 한다. ‘다종교 국가 중 한국만큼 비기독교인으로 사는 데 불편을 느끼는 나라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불안한 동거’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불교나 부처님을 위해 타자를 공격한다는 논리는 불가능하지만, 기독교는 자신의 종교나 하나님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자신들만이 특별하게 선택받았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다른 것’을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꽉찬 충만’으로 ‘선악놀이’를 즐기는 기독교인들이 ‘텅빈 충만’으로 탁 트인 자유를 만끽하는 불교인들과 소통하는 게 쉬울 리 없다. 답답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불자들의 위기의식과 공동원력이 필요한 이유다.

첫째, 교단 내부 정리가 시급하다. 교단 내 권력다툼으로 날이 샌다면 불교의 앞날엔 희망이 없다. 배는 기울고 있는데 작은 이해관계에 얽매여 아옹다옹하는 게 안타깝다. 교단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행위는 철저히 차단하고, 불교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의 통로는 활짝 열어야 한다. 대중공사 전통-그것도 시대에 부응하도록 사부대중이 함께하는-을 제대로 살려 불교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 소통의 부재는 오해와 독선을 낳기 때문이다.

둘째, 세상 껴안기다. 세상을 품지 않은 자신만을 위한 수행과 기도는 있을 수도 이루어질 수도 없다. 세상의 행복과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껴안지 않은 사람은 ‘사이비 종교서비스업자’일 뿐 진정한 종교인이라고 할 수 없다. 무분별하게 온갖 세상 잡사에 관여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겠지만, 사회의 혼란과 고통은 내 문제 아니라는 듯 초연한 것도 문제다. 특히 불교가 종교적 차별과 인권침해에 방관해온 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 타종교나 사회로부터 오는 부당한 대우나 불의에 반짝 대응 아니면 관용이니 무애(無碍)니 하며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것은 비겁하다. 누군가 나서서 해주겠지 하고 안이하게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무임승차’에 다름 아니다. 불자들이 위축되어 기를 펴기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려는 교계지도자들의 노력이 아쉽다.

불교는 사회와 호흡하고 소통하는 연습을 더 해야 한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대처할 때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불교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2008. 6. 12 박광서(서강대 교수/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