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소의경전이자,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고 공부하는 경전인 금강경이 종단차원에서 새로이 편찬된다. 특히 한글본의 운문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계종은 종헌 3조에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종단 차원에서 검증을 거쳐 간행된 금강경이 없어 여러 판본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역사성과 신뢰성이 확인된 판본을 선택하고 이에 대한 학술적 검증을 거쳐 공신력 있는 소의경전 편찬이 요청돼 왔다.

조계종 교육원은 이 같은 현실적 요구를 수용하여, 지난 2006년 10월부터 정확한 판본을 선택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한문본 금강경을 편찬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글본 금강경을 편찬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조계종은 또 오는 6월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종단 표준 <금강경> 한문·한글본’ 발간에 앞서 공청회를 열어 그동안 금강경편찬실무위원회의를 거쳐 완성된 한글본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이 불사를 주관하고 있는 불학연구소는 이번 ‘종단 표준 <금강경> 한문·한글본 편찬불사’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고 밝혔다.

첫째, 개인의 번역이 아닌 공동번역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금강경편찬실무위원회’를 꾸려 현재까지 12차의 회의를 진행해 왔고, 번역의 저본이 되는 한문본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도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저본을 선정하였으며, 다른 판본 및 이역본들과 대조해 원문을 교감하여 한문본을 완성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불학연구소는 또 이렇게 마련된 한문 저본을 가지고 4명(연관스님, 각묵스님, 조현춘, 이성운)이 4박 5일(1차 모임)과 1박2일(2차 모임)의 합숙을 통해 한글 초벌 번역을 마련했고, 2007년 12월 21～25일(4박 5일)의 일정으로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금강경편찬실무위원들과 불학연구소 관계자들이 모여 ‘<금강경> 한글본’을 공동 번역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둘째, 번역의 신중을 기하기 위해 여러 번의 윤문 단계를 가졌다는 점이다. 금강경편찬실무위원회의(2차례)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 번의 윤문 단계를 거치고, 다시 문법 감수자의 의견을 검토하는 회의를 거치면서 두 번째의 윤문 단계를 거쳤다. 제12차 금강경편찬실무위원회의 때는 주석을 감수하면서 문장을 다듬는 단계를 더 거쳤고, 또한 교육원 종무원들과 교역직 스님들이 금강경 시험판 한글본을 매일 아침 독송하면서 윤문을 거들었다.

셋째, 한글경전번역사상 처음으로 운문화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은 신행의 중요한 경전으로 독송용으로 많이 읽히고 있다. 구마라집 한역본이 여타의 본들과 달리 널리 읽히는 이유는 유장한 운율의 멋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글 번역의 초기부터 운문화 작업을 기획했다. 운문화 작업은 금강경편찬실무위원회의를 거친 한글 금강경을 저본으로 네 명의 시조시인들(이근배, 한분순, 이혜선, 이승은)에게 각자의 견해에 맞는 작업본을 만들어 올 것을 요청했다. 6월 2일 교육원에서 시조시인 4인이 모여 각자의 작업물을 토대로 운문화 공동 작업을 가졌다. 현재 금강경 14분 까지 운문화를 마쳤고, 6월 8일에 다시 2차 모임을 가져 나머지 부분을 운문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