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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되는 고기는 먹지 말라”

탁효정 | bellaide@naver.com | 2008-05-21 (수) 00:00

제2회 선리연구원 학술발표회 모습크게보기

광우병 사태가 전국민을 뒤흔들면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광우병 고기를 자른 칼로 다른 고기를 자를 때에도 병원균이 전염될 우려가 있고, 아무리 높은 온도에서 끓여도 광우병균은 죽지 않는다고도 하고, 30개월 미만 쇠고기에서도 광우병원균은 잠재돼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하니, 도대체 찝찝해서 고기에 손이 가질 않는다.

이럴 때 슬그머니 드는 의문 하나. ‘부처님은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셨을까?’

조계종에서 스님들의 육식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불자들은 부처님이 고기를 먹지 말라고 했으리라 추측하지만, 부처님은 사실 육식을 금한 적이 없다.

대신 부처님은 자신을 위해 죽인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의심되지 않는 세가지 점에서 청정한 생선과 고기를 먹는 것을 허용한다고 하셨다. 따라서 광우병이 ‘의심되는’ 고기는 부처님이 먹지 말라는 고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먹어서는 안될 고기들을 또 지적했는데, 사람, 코끼리, 말, 개, 밤, 사자,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 등이 그것이다.

공만식 씨크게보기이같은 내용은 동국대 불교학과 강사 공만식 씨가 5월 20일 제2회 선리연구원 학술상 및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초기불교의 음식과 수행의 관계에 대한 고찰’에 수록된 내용들이다. 공 씨는 이 논문에서 초기불교경전에 나타나는 음식과 수행과의 연관성을 고찰했다. 공 씨는 “초기불교경전에 나타나 있는 대부분의 음식과 관련된 경문들은 과도한 음식섭취와 탐착을 경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붓다는 먹는 음식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고행주의적 수행과 함께 음식에 대한 과도한 탐착과 과잉섭취를 경계해야 한다고 누누이 역설했다”고 설명했다.

“항상 주의집중하며 음식에서의 절제를 알면 고통이 있을지라도 적고 천천히 늙을 것이며 생명을 보존할 것이다.”

“건강이 최고의 축복이며 만족함을 아는 것은 최고의 재산이며 자신감은 최고의 친척”

“비구는 사려깊고 분별있게 음식을 먹는다. 즐거움을 위해서도 아니요, 탐닉을 위해서도 아니요, 육체적 아름다움이나 장식을 위해서도 아니요, 육체를 지탱하고 유지하고 육체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 성스러운 삶의 실천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먹는다.”

이처럼 초기경전에 언급된 음식관련 경문은 주로 소식(小食)과 적은 양의 음식에 대한 만족 즉 소욕(小欲) 등을 주로 강조하며 과한 음식섭취와 맛에 대한 탐착 등을 경계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공 씨의 설명이다.

그런데, 부처님이 먹을 것을 허용한 음식들은 무엇이 있을까. 초기불교문헌에는 음식을 부드러운 음식, 단단한 음식, 요리, 음료로 크게 분류하고 있다.

그 중 부드러운 음식이란 밥, 보리죽, 보리음식, 생선, 고기이다. 단단한 음식이란 5종의 부드러운 음식, 시분약, 칠일약, 진형수약을 제외한 나머지이다.

부처님은 또 비구들에게 8가지 음료를 허용했는데, 망고음료, 로즈애플음료, 코코넛음료, 바나나음료, 꿀음료, 포도음료, 연근음료, 삼색화음료 등이 그것이다.

또 곡류의 과실음료를 제외한 모든 과일음료, 채소음료를 제외한 모든 잎으로 만든 음료, 감초꽃잎을 제외한 모든 꽃잎으로 만든 음료, 사탕수수음료를 허용했다.

그런데 부처님은 “제호(사피), 생소(신선한 버터), 식용유, 꿀, 당밀, 생선, 고기, 우유, 응유(커드)와 같이 좋은 음식 중 어떤 것을 자신이 먹고자 구하는 비구는 누구나 참회죄에 해당된다(波逸提)”며 이 음식들을 금지시켰다.

이는 불자들이 공양을 올리는 음식은 먹어도 되지만, 자신이 이 음식들에 대해 탐심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한 가르침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시 비구들이 직접 취사를 하기보다는 탁발에 의존해 식생활을 해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만식 씨의 설명이다.

공 씨는 “초기불교시대 비구들은 몇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가자들이 먹는 음식과 거의 동일한 음식을 먹고 생활했다”며 “초기경전에 나타나는 음식에 대한 언급은 항상 수행과 관련지워지며 불교의 음식관의 성취는 13두타행 중 음식에 관한 5가지 두타행과 부정관 중 하나인 염식상(厭食想)의 수행을 통해 감각적 욕망에 대한 사단(捨斷)과 색온(色蘊)에 대한 완전한 지식을 성취하고 본격적인 삼매수행을 위한 예비적 수행의 하나로 음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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