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한국불교는 성철이 쌓아놓은 탑 위에서 내려와 중생을 제도하러 거리로 나서야(入廛垂手) 한다. 한국불교의 미래는 성철을 극복하고 그가 닦아놓은 기반을 넘어 미래를 모색하는 것에 있으며, 이는 불교가 철저하게 일반인들의 삶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불교가 매달리고 있는 ‘목적으로서의 관념적 깨달음’으로부터 우리들의 삶 속에 있는 ‘과정으로서의 살아있는 깨어있음’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 우희종 교수가 5월 18일 동국대에서 열린 2008 한국불교학결집대회에서 발표한 '복잡계 이론으로 본 깨달음이 탈신화화'를 통해 성철 스님을 극복하고 깨달음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7년 <불교학연구>에 수록된 논문을 재발표한 우 교수의 주제는 결집대회에 참가한 대중들로부터 가장 큰 주목을 끌었다. 자연과학과 불교학의 접목,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고승으로 꼽히는 성철 스님을 주제로 다룬만큼 참가자들의 관심 또한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 교수의 논문제목에 등장한 ‘복잡계’란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구성성분 간의 다양하고 유기적 협동현상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현상들의 집합체를 지칭하는 경제학, 생물학적 개념이다. 우 교수는 “복잡계 과학은 많은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과 이에 의한 자기조직화를 통하여 창발적 체계를 구성하고 진화 가능한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며 “지금까지 불교와 과학간의 비교연구는 주로 물리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이제는 생물학과 불교의 비교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수행에 있어서 그의 삶이 깨달음의 과정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 생활 자세의 차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특징을 더욱 증폭시켜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복잡계 현상에서 강조되는 초기 조건의 민감성과 더불어 깨달음을 향한 구도자의 일상적 삶의 자세가 수행력 체화에 직결된다”며 복잡계와 수행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우 교수는 “복잡계 이론으로 볼 때 깨달음은 자기조직적인 창발현상이며, 깨달음(悟)이라는 상전이 과정을 거쳐서 나타나는 새로운 창발적 상태를 깨어있음(覺)”이라고 규정했다.

우 교수는 이어 “깨달음과 깨어있음은 본바탕에서 보면 굳이 나누어지지 않지만 수행을 전제로 한 차별계에서는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연대오만을 강조하는 한국불교에서는 일상생활 속의 깨어있음에 대한 인식부족과 더불어 깨달음에 대한 체험만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깨달음에 대한 신화화를 통해 권력화가 이루어졌다”고 비판했다. “깨달음이 무명을 포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조선시대 숭유억불과 일제시대 일본불교와의 강제적 통합을 통해 한국불교 승가의 정체성 혼란은 극대화되었고, 이 상황 속에서 간화선 수행과 철저한 깨달음을 강조한 성철은 한국불교의 위상과 정체성을 일거에 높여 한국불교 중흥에 한 획을 그었다”면서도 “그러나 성철이 쌓아놓은 탑에서 내려와 성철을 극복하고 철저하게 일반인들의 삶 속에 뛰어들어 고민과 실천방법을 승속이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