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사목’ ‘디지털 목회’. 불자들에겐 매우 낯선 용어들이다. 그런데 이런 용어들이 개신교와 가톨릭에서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그것이 얼마나 폭넓게 기능하고 있느냐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기독교 두 종파의 미디어 선교에 대한 고민과 그에 따른 진척은 놀라운 수준이다.

5월 16일,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 위원회 ‘문화의 복음화 포럼’이 주최한 ‘디지털 미디어와 청소년 교육’이라는 행사가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목회 현장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신부와 목사의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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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워크맨이 1세대라고 한다면 디지털 미디어의 시청은 2세대, 그리고 진동과 터치는 3세대 미디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청각에서 시청각으로, 그리고 촉각으로의 진행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과거 영화 토탈리콜(1989)에서 나왔던 장면이 이제는 ‘닌텐도 위(wii)'라는 게임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현실이 되고 있으며,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 속도는 참으로 빠르고 놀랄 만하다.”

“얼마 전 전지현이 나오는 햅틱이라는 핸드폰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이미 핸드폰 시장은 터치폰으로 기울고 있으며 터치폰 1세대 프라다폰을 시작으로 아이폰, 햅틱폰, 프라다폰2 등으로 ‘터치’ 메커니즘은 아이들을 비롯하여 어른들의 시선과 흥미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이런 생경한 용어들이 이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계 전문가가 아닌 현직 김명중 신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신부는 가톨릭계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이와 같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에게 한국가톨릭 교회에서는 어떻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고.

이어 김명중 신부(아현동 본당)가 직접 제작했다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하늘로부터 온 편지’가 방영된다. 잔잔한 음악에 어린 아이의 흑백사진 등이 비춰지고 거기에 성경의 구절을 따 구성한 아름다운 문장이 곁들어진다.

화면을 보고 있노라니, ‘아, 정말로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는가 보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화들짝! 그래도 ‘불교 밥’을 20년 넘게 먹었다는 기자에게 이런 느낌이 일 정도이니, 하느님의 자녀가 되겠다고 모여든 이에게 이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줄 감동의 크기는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가톨릭의 미디어 사목은 아직 멀었다’. ‘개신교의 다양한 접근에 비하면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절대적이다’ 라는 신부의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섞인 말은 왠지 절집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자에겐 엄살로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불교계에 비한다면? 이란 생각이 시종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등부의 주일학교에서는 이런 플래시애니메이션이 크게 활용되고 있다. 곧 예비 신자들 교육에도 미디어를 활용할 계획이란다. 발제를 한 신부는 자신이 현장에서 경험한 미디어 활용의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디어를 통해 강론과 미사 및 교육을 했을 때 아이들의 집중력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며, 아이들과 보다 친숙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순간 그 부산했던 아이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집중하더라는 것이다. 나아가 중고등부 미사에 어른 신자들이 자꾸 몰려들더라는 것. 어른들을 상대로 한 사목을 위해서도 미디어의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반증이라는 게 신부의 설명이다.

김영장 신부에 앞서 ‘개신교 청소년 교육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사례 및 제언’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한 김근수 목사(행복한감리교회, 인포처치)는 ‘디지털 목회를 기도로 준비하며 최선을 다하니 놀라운 역사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특히 장년의 성도는 멀티미디어가 없어도 은혜를 받는 데 지장이 없지만, 목사님 말씀만 들어도 은혜요, 성령충만한 삶을 살 수 있지만 소위 말하는 신세대들, 한마디로 영상세대들에게는 멀티미디어 환경이 갖춰져야 효과적인 전도와 교육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힘주어 말한다. “멀티미디어의 활용은 효과적인 복음 전달 및 교육을 위한 시대적 요청이다.”

김 목사는 발제의 결론을 통해 “멀티미디어 활용에 있어서 쉬운 길만을 찾지 말고 최선을 다한다면,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효과적인 영상활용을 통한 아름다운 부흥과 성장의 역사가 일어날 줄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선교에 있어 한 발짝 앞서가고 있는 개신교의 성과를, 예컨대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바꿔 가톨릭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허락해 주겠느냐는 가톨릭 인천교구 주일학교 여성 교사의 질문에 김 목사는 ‘물론, 얼마든지’라고 화답했다. 멀티미티어 선교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를 하나(느)님의 품으로 이끄는 데 신·구교를 가리지 말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가톨릭매스컴위원회가 문화의 복음화를 기치로 포럼을 시작한 지는 2년째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미디어 선교의 이론적인 부분을 토론했고, 올해는 이의 실질적 활용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가톨릭매스콤위원회의 방향설정에 대한 노력과 미디어개발에 큰 의지를 보이고 있는 성바오로 수도회의 디지털 꿈 사이트, 사제 자료공유 사이트인 INRI.co.kr 등이 대표적인 가톨릭 미디어 선교 관련기관이다.

개신교는 이미 1999년부터 청소년 어린이 선교에 디지털미디어 활용을 강구하기 위해 10년째 세미나를 개최해오고 있다. 기독교멀티미디어연구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발제를 한 김근수 목사는 ‘멀티미디어 사역’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작성 중이다. 이미 학문적 뒷받침까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지나 보내고 난 뒤 불교계 전반이 휴지기(休止期)에 빠져 있던 2008년 5월 16일 낮.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대강당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신부와 목사, 수녀, 그리고 선교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형제자매’들이 머리를 맞대고 두 종교의 야심찬 미래, 즉 청소년 전도를 위한 미디어 선교방안 설계에 골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