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대한불교조계종 해인사, 卍지리산 별신굿당, 卍신점사주 천신암, 卍달마 철학관.

보다시피 모두 불교를 표방하는 卍자 문양이 앞에 그려져 있다. 길을 가다보면 교회의 십자가 수보다는 적지만 흔히 띄는 문양이 이 卍자이다.

정식으로 계를 받고 출가한 스님이 되었건, 신이 들려 굿을 하는 무당이 되었건, 사주 관상을 보는 명리상담가가 되었건, 불상만 모시면 누구나 불교를 표방하다 보니 卍자 또한 십자가처럼 곳곳에 널려 있다.

대체 불교와 무속과 사주팔자가 무슨 연관이 있다고 너도 나도 卍자문양을 끌어다 쓴단 말인가?

이는 불교가 원융무애니 방편이니 하는 미명하에 정법과 사법을 구분하지 않고 무속과 명리 따위의 잡술을 끌고 들여와 신앙화 시킨 결과에 의해서이다.

불교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불교와 무속과 사주학을 사촌쯤으로 여기게 된 데에는 이 卍자문양의 역할도 적지 않았음을 부정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당이나 사주 상담가들이 卍자를 이용한 면도 문제이지만 卍자의 주체인 불교가 무속행위를 하고 사주 명리를 행한 까닭에 卍자의 의미가 왜곡되어 버린 것이다.

부처님은 누구보다도 귀신을 통해 인간의 길흉화복을 해결하려는 짓이나 운명론에 입각해서 삶의 방향을 정하려는 행위를 부정하셨다.

그렇다면 이제 卍자는 불교를 상징하는 문양으로써의 기능은 퇴색되었다고 보아야한다. 오용될 대로 오용되어 정체성이 사라져 버린 卍자는 불교를 대신할 수 없다.

사실 나는 卍자가 무속에 의해 이용되는 등의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도 그 동안 불교를 상징하는 문양으로써의 卍자가 정말로 불교를 상징할 수 있는 문양이라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속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卍자 교체주장은 오용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한편으로는 卍자 문양자체가 안고 있는 불교적정통성에도 그 원인이 있다. 엄밀히 말해 卍자는 불교에서 나온 문양이 아니다.

卍자는 인도어 스리와스타(sri-vasta) 혹은 스와스티까(svastika)로 과거 고대 인도를 비롯한 페르시아 그리스등지에서 널리 쓰이던 문자였는데 그 문자가 불교에 들어와 자리하게 된 것이다.

경에는 부처님의 32길상 가운데에 하나로 가슴에 이 卍자 문양이 새겨져 있다고 나와 있다는 기록뿐이다. 일설에는 불을 신봉하던 페르시아 지방의 종교에서 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고도 하고 인도에 침입한 아리안족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후에 이 글자는 중국으로 들어와 깨달음을 뜻하는 길상만덕의 卍자로 쓰게 되었다. 나치가 이를 도입하여 아리안 민족의 정통성과 우수성을 나타내는 문양으로 쓰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일반인들조차 나치의 문양과 불교의 卍자에 대해 관련성에 따른 의구심을 안고 있으며, 서양인들은 지금도 이 문양에 대해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혹자는 불교의 卍자와 나치의 문양이 같기는 하지만 돌아가는 방향이 다르다고 하는데 불상의 가슴에 새겨진 卍자문양은 고려불화를 비롯한 곳곳에서 나치 문양과 똑같이 거꾸로 돌아가는 형태로도 발견된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불교가 卍자를 불교의 상징 문양으로 삼아야 할 이유는 크게 없다. 불교 속에서 나온 불교만이 지닌 특별한 문양이 아니고 과거 일반화 되었던 더구나 인류사에 큰 죄악의 상징물로 전락 되어 버린 이 卍자문양을 더 이상 불교의 상징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卍자의 무속화 등에 따른 오용과 더불어 卍자를 불교의 상징 문양으로 삼아야 할 근거 희박을 이유로 卍자 교체를 요구하는 바이다.

이제열 법사(유마선원장)